[박호재의 왜들 그러시죠?] 정동채 전 장관 감투 욕심, “도 넘었다”
입력: 2020.07.13 07:25 / 수정: 2020.07.13 08:54
지난 7월 1일 제8기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위원회가 출범하며 정동채 전 장관이 임기 2년의 조성위원장으로 위촉됐으나 대한석유협회장 겸직 사실이 알려지며 광주 시민사회의 눈총을 사고 있다./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지난 7월 1일 제8기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위원회가 출범하며 정동채 전 장관이 임기 2년의 조성위원장으로 위촉됐으나 대한석유협회장 겸직 사실이 알려지며 광주 시민사회의 '눈총'을 사고 있다./문화체육관광부 제공

문화중심도시 조성위원장·대한석유협회장 겸직에 광주 시민사회 ‘눈총’

[더팩트ㅣ광주=박호재 기자] 정동채 전 문화관광부 장관은 지난 7월 1일~2일 사이 광주와 서울을 오가며 분주한 일정을 보내야 했다. 1일엔 광주에서 제8기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위원회 출범에 따른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장 위촉장을 받아야 했고, 다음 날엔 서울에서 대한석유협회 회장 취임식을 가졌다. 하루 걸러 두 기관의 수장직에 앉은 것이다. 쉽게 보기 힘든, 전례 없던 일이다.

날짜는 하루 사이였지만 각기 두 곳에서 했던 말들은 서로 낯설기 짝이 없다. 정 전 장관은 광주에서 "행정과 유관기관, 시민사회와 문화예술계와의 전면적인 협치를 통해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의 정상화를 위해 힘쓸 것이다"고 강한 의욕을 보였다,

다음 날 서울에서 열린 대한석유협회장 취임식에서는 어떤 얘길 했는지 확인할 수 없지만 석유협회 홈페이지에 공시된 인사말을 참조하자면 "에너지 전환과 친환경 정책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석유산업을 둘러싼 경제환경이 상생할 수 있도록 업계의 이해를 대변하겠다" 는 취지의 언급을 했지 않았을까 싶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 정상화 기여와 글로벌 추세에 맞춘 석유산업 발전 이바지 사이에 놓인 거리를 기자는 가늠할 수 없다. 우선 그 거리가 아득해보일 뿐이다. 융복합시대라는 유행어를 아무리 머릿속에 굴려봐도 문화와 석유의 공접면을 상상하는 일은 오리무중이다.

이 때문에 지역사회에서 겸임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 직속기구로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 국책사업의 콘트롤 타워로서 조성위원장의 역할이 막중한데 어떻게 전혀 다른 분야인 대한민국 빅4 석유업계 이해를 대변하는 민간기구 수장을 겸직할 수 있느냐는 비판이다.

지역문화교류호남재단 이기훈 상임이사는 "좌초 위기에 빠진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의 정상화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8기 조성위원장의 책임과 역할이 중요하다. 문재인 정부 남은 임기 동안 큰 변화를 이끌어야 할 조성위원장이 민간기구 수장을 겸직하는 데 대해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의 기틀이 되고 있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전경./광주=박호재 기자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의 기틀이 되고 있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전경./광주=박호재 기자

석유협회 회장 취임에 대한 경제계의 시선도 곱지 않다. 전임 회장이 미국에서 경영학 석·박사를 받은 경영학과 교수 출신이었던 점을 거론하며 주로 문화계에서 경력을 쌓은 정 전 장관의 회장 취임에 물음표를 던졌다. 이러한 회의적인 시각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호남 출신 정 전 장관을 배려해 만들어 준 자리라는 고약한 말들도 나돈다.

이 같은 비판적 시각에 대한 정 전장관의 해명 또한 안일하고 무책임해 광주 시민사회에 불신을 안겨주고 있다. 정 전 장관은 조성위원장이 상근직이 아니어서 직무 수행에 문제가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해명이 상식 밖이다. 광주 시민사회는 정 전 장관이 매일 조성위원장 사무실에 출근을 하지 못할까 봐 걱정하는 게 아니다. 정 전 장관 본인도 정상화에 힘을 기울이겠다고 말한 바대로 그동안 조성위원회는 대통령 직속기구답게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 사업을 활성화시키는 컨트롤 타워로서 제 역할을 전혀 못했다.

이 때문에 시민사회는 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을 할 때 진두지휘한 정동채 전 장관의 조성위원장 위촉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러한 시민사회의 기대감을 향해 비상근이기 때문에 석유협회장을 하면서도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답하는 것은 오만하고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다.

시각예술 종사자인 작가 A씨는 "상식 밖이다. 조성위원장직을 그 정도로 가볍게 여겼다면 내려놓는 게 낫다. 정 전 장관의 감투 욕심이 도를 넘은 것 같다"고 불쾌해 했다.

정 전 장관은 지금 양 손에 떡을 쥔, 양수집병(兩手執餠)의 국면을 자족하고 있는지 모른다. 본인은 그럴지 모르지만 두 개의 떡을 탈 없이 잘 먹으리라고 보는 이들은 많지 않다. 세태 인심은 오히려 욕심 사납다고 뒷담화를 할 공산이 크다. 중책을 맡은 리더십의 상처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달리는 사슴 보고 얻은 토끼 잃는다는 옛말도 있다. 본인의 세평을 위해서나, 문화중심도시 활성화를 기대하는 광주 시민들을 위해서라도 둘 중 하나를 내려놓기를 간절히 부탁드린다.

forthetru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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