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기 마지막 말은 "고맙다, 할 만큼 다 했다"
입력: 2024.07.22 14:26 / 수정: 2024.07.22 14:26

유족 "고인 연출하지 않은 지하철 1호선 상연 안해"

아침이슬의 가수이자 대학로 소극장 학전을 운영하며 후배 예술인 배출을 이끈 고(故) 김민기가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 남긴 말은 고맙다. 할 만큼 다했다였다. 김민기 유족은 그가 초연한 뮤지컬 지하철 1호선도 더 이상 상연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고 김민기의 영정. /학전
'아침이슬'의 가수이자 대학로 소극장 '학전'을 운영하며 후배 예술인 배출을 이끈 고(故) 김민기가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 남긴 말은 "고맙다. 할 만큼 다했다"였다. 김민기 유족은 그가 초연한 뮤지컬 '지하철 1호선'도 더 이상 상연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고 김민기의 영정. /학전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아침이슬'의 가수이자 대학로 소극장 '학전'을 운영하며 후배 예술인 배출을 이끈 고(故) 김민기가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 남긴 말은 "고맙다. 할 만큼 다했다"였다. 김민기 유족은 그가 초연한 뮤지컬 '지하철 1호선'도 더 이상 상연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민기의 조카인 김성민 학전 총무팀장은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학림다방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앞으로 극단 학전에서 김민기가 연출하지 않은 작품은 상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다른 작가가 연출을 원하더라도 "김민기가 연출하지 않은 지하철 1호선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다만 "누군가 염원하는 것들이 (김민기의 작품을 보고 싶다는 것이라면) 그렇다면 작은어머니나 동생들과 함께 생각해서 학전 개관 40주년, 50주년, 100주년 되는 날에 한번쯤은 생각해보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학전은 김민기가 학전이 아닌 다른 곳에서 연출한 작품들을 볼 수 있는 아카이브를 만들 예정이다. 김 팀장은 "학전 홈페이지를 통해서 볼 수 있는 작품 외에도 김민기가 개인적으로 연출한 작품들까지 아우를 수 있는 아카이브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했다.

유언이 없었냐는 질문에는 "(가족 등 가까운 사람들에게) '정말 다 고맙다'고 하셨다"며 "학전과 관련해선 '할 만큼 다했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이어 "배우 설경구, 장현성이 와도 '밥은 먹었냐'고 하실 분"이라며 "(평소 성격을 미뤄) 가족들과 상의한 끝에 조의금과 조화를 받지 않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김민기는 1951년 전북 익산에서 10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경기중·고등학교를 다니며 미술에 관심을 보였고 1969년 서울대학교 회화과에 입학했다. 하지만 그는 획일적인 수업 방식에 거부감을 느끼고 1학년 1학기를 마친 뒤 가수의 길로 접어들었다.

고등학교 동창인 김영세와 포크송 듀오 '도비두' 활동을 시작하면서 1970년 명동 '청개구리 집'에서 공연을 열고 대표곡 '아침이슬'을 작곡했다. 양희은이 노래한 '아침이슬'은 대학생들 중심으로 퍼져나갔고 1987년 민주항쟁 당시 광장에 모인 군중들이 부르며 저항정신을 대표하는 노래가 되기도 했다.

김민기는 연극에도 활발히 참여하며 1973년 김지하의 희곡 '금관의 예수'에서 노동자들과 공연을 올리고 이듬해 마당극 '야구' 제작에도 참여하면서 문화 운동 전반을 아우르는 연출가로 활동했다.

김민기는 1991년 대학로에 학전 소극장을 개관해 공연과 후배 예술인 양성을 이끌었다. 가수 고(故) 김광석은 물론 윤도현, 나윤선, 정재일 등이 학전 출신으로 성장했다.

김민기는 지난해 가을 위암 진단을 받았다. 건강 악화와 경영난으로 공연장을 더 이상 운영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지난 3월15일 학전블루 소극장의 문을 닫았지만 학전의 레퍼토리를 다시 무대에 올리겠다는 강한 의지로 투병해왔다고 한다.

유족으로는 배우자 이미영 씨와 2남이 있다. 빈소는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오는 24일 발인 예정이다. 유족은 발인일인 24일 오전 8시 서울대병원을 출발해 옛 학전이 자리한 아르코꿈밭극장을 둘러본 뒤 장지인 천안공원묘원으로 출발한다. 조문은 이날 낮 12시30분부터 가능하며 고인과 가족의 뜻에 따라 조의금과 조화는 받지 않을 예정이다.

zz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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