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홍의 클로즈업] '장기 파행' 방통위, 출구 없는 '진흙탕 싸움'
입력: 2024.07.15 00:00 / 수정: 2024.07.15 00:00

정치적 이해타산과 유불리 계산이 만든 '기형적 2인체제'
"재적 위원의 과반 찬성" vs "5인 상임위원 합의제 기구" 팽팽


방통위를 둘러싼 논란은 장기간 파행으로 이어져온 상임위원 2인 체제의 합법성 여부다. 전임 김홍일 방통위원장 후임으로 내정된 이진숙 후보자(전 대전MBC 사장)가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정무직 인선 발표 브리핑에서 지명 소감을 밝히며 머리를 만지고 있다. /뉴시스
방통위를 둘러싼 논란은 장기간 파행으로 이어져온 상임위원 2인 체제의 합법성 여부다. 전임 김홍일 방통위원장 후임으로 내정된 이진숙 후보자(전 대전MBC 사장)가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정무직 인선 발표 브리핑에서 지명 소감을 밝히며 머리를 만지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강일홍 기자] 방송법과 방통위 설치법의 기본 목표는 '방송의 자유와 독립 보장', '방송의 공적 책임 제고',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및 공익성 추구', '국민의 권익 보호와 공공복리 증진' 등이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전 대전MBC 사장)가 최근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는 길에 방통위의 가장 시급한 현안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공영방송의 공영성 제자리 찾기"라고 답한 뒤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및 공익성을 높이고 방송통신위원회의 독립적 운영을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방통위를 둘러싼 논란은 장기간 파행으로 이어져온 상임위원 2인체제의 합법성 여부다.

여당은 방통위법에 의결 요건을 '재적 위원의 과반 찬성'으로 규정하고 있는 점을 들어, 2인 체제의 안건 심의·의결 자체가 법적으로 문제 될 게 없다는 것이고, 야당은 5인 상임위원의 합의제 기구로 운영되는 방통위법의 입법 취지에 어긋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방통위 2인 체제를 둘러싼 책임과 위법성 논란 등 공방은 이진숙 후보자가 야당이 다수 의석인 국회 인사청문 과정을 거치면서 한층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후보자가 지난 8일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인근에 마련된 임시사무실에 출근하고 있다. /최문정 기자
방통위 2인 체제를 둘러싼 책임과 위법성 논란 등 공방은 이진숙 후보자가 야당이 다수 의석인 국회 인사청문 과정을 거치면서 한층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후보자가 지난 8일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인근에 마련된 임시사무실에 출근하고 있다. /최문정 기자

정치적 다양성 입법취지 방통위법, '대통령 지명 2인, 여당 1인, 야당 2인' 구성

방통위법은 '정치적 다양성을 위원 구성(대통령 지명 2인, 여당 추천 1인, 야당 추천 2인)에 반영한다'고 돼 있다. 야당은 방통위가 YTN 매각 승인 등의 주요 결정을 강행하면서 법 취지인 '합의제'를 훼손시켰다는 주장이다.

이는 방통위의 장기간 2인 체제 및 2인 체제에서의 의결이 위법하다는 것이고, 위원장과 부위원장 두 명이 결정하는 현재의 방통위 2인 체제는 기형적이며 결국 방송정책을 정권 입맛대로 결정하려는 의도라고 밝히고 있다.

내정자인 이 후보는 "방통위 2인 체제의 책임은 (더불어)민주당에 있고, 지금이라도 민주당 몫 공석 2명을 더 추천한다면 (방통위원이) 4명이 될 것이고, 국민의힘도 1명을 추천해 5인 체제가 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완섭 환경부 장관 후보자,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지난 4일 대통령실 청사에서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윤석열 대통령 정무직 인선 브리핑을 경청하고 있다. /뉴시스
김완섭 환경부 장관 후보자,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지난 4일 대통령실 청사에서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윤석열 대통령 정무직 인선 브리핑을 경청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야당 몫(최민희)은 대통령이 반대, 여당 몫(이진숙)은 야당 부결

여당인 국민의힘은 지난해 8월 임기 만료를 앞둔 김효재 방통위 상임위원 후임으로 이 후보자를 추천했으나 야당 반대로 국회 의결이 이뤄지지 않아 무산된 바 있고, 앞서 지난해 3월 최민희 위원 후보(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는 국회(야당 몫) 추천을 받았으나 대통령의 임명을 받지 못했다.

방통위 2인 체제를 둘러싼 책임과 위법성 논란 등 공방은 이 후보자가 야당이 다수 의석인 국회 인사청문 과정을 거치면서 한층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임명도 되기 전에 탄핵까지 언급되고 있는 마당이다.

야당은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가) MBC 출신이라 MBC 허가·승인 참여에 대한 제척·기피 대상"이라며 '임명을 강행하면 탄핵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전임 이동관·김홍일 탄핵소추안 추진 논란에 이어 세 번째 진흙탕 싸움이다.

방통위는 시급한 방송 통신 현안이 쌓여 있다. 방통위의 정상화는 어느 쪽의 주장이 '옳다 그르다'를 판단하기에 앞서 법 취지에 맞게 합의제 위원 구성을 원칙대로 가동하면 된다.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오직 정치적 이해타산과 유불리로만 따져서 될 일이 아니다.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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