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장우성 기자] 이정현 시인의 '점'은 고요와 안식, 그리고 평화를 주는 시집이다.
항상 명쾌하고도 성급한 결론을 요구하는 세상에서 그에 따르지 않아도 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아무도 없는 오두막, 초록 나뭇잎, 흐르는 강물, 봄을 알리는 목련, 푸른하늘을 배경 삼아 흐르는 구름이 이 시집과 맞닿아 있다.
성취와 담론에 지친 이들에게 이같은 고요와 평화와 안식의 풍경도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이 책에 담긴 모든 시에는 '선문답식 노트'가 달려있다.
이런 형식은 중국 남송대의 선승 무문혜개가 지은 '무문관'(無門關의) 구조와 비슷하다. '무문관'에는 '군소리'라는 형식이 따라붙는데 선문답인 고칙의 의미를 더욱 분명하게 해준다.
이정현의 선시에서 '선문답식 노트'는 시의 일부이지 시의 설명이 아니다. 짐짓 가벼운 위트를 동원하며 ‘도에 이르는 길’의 핵심을 보여준다.
시인은 '시는 선(禪)이 될 수 있어도 선은 시가 될 수 없다'고 가르친 스승에게 이 책을 바치겠다고 한다.
이정현 지음. 도서출판 황금알. 128쪽.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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