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고자 퇴사후 시작한 유튜브
2년도 안 돼 구독자 6만, 방송 출연도
초보자에겐 쇼츠·릴스 등 숏폼 추천
27일 서울 광진구 구의동 한 카페에서 여행 유튜버 '진짜하늬' 채널 운영자 김하늬 씨가 <더팩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상빈 기자 |
[더팩트|이상빈 기자] "제가 앞으로 유튜브와 관련된 일을 하려면 스스로 도전을 해 봐야겠다 싶었다."
베트남의 한국 콘텐츠 회사에서 근무하던 김하늬 씨가 2년 만에 퇴사를 결심한 배경이다. 김 씨는 2020년 2월부터 2022년 3월까지 편집자이자 PD로 회사 유튜브 채널 콘텐츠를 기획해 왔다. 가끔 출연도 했다.
27일 서울 광진구 구의동 한 카페에서 <더팩트> 취재진과 인터뷰에 나선 김 씨는 "콘텐츠 회사에서 일하는데 제가 콘텐츠적으로 자질이 있는지 현실을 자각하는 시기가 왔다"며 "대표님에게도 '나가서 스스로 콘텐츠 만들어 살아남을 수 있는지 한번 해 보겠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렇게 해서 시작하게 됐다"고 유튜버로 독립한 과정을 설명했다.
김 씨는 채널에 영상을 올린 지 2년도 안 돼 구독자 6만 명을 모았다. /유튜브 '진짜하늬' 채널 캡처 |
가장 흥미 있어 하고 좋아하는 게 여행이고 영상을 전공했기에 최대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해 여행 유튜브를 선택했다. 채널명도 유튜브를 시작한 계기와 맞닿는다. 진짜 나를 찾아가고자 '진짜하늬'로 지었다.
김 씨는 2022년 5월 마침내 첫 영상을 게시했다. 핀란드 여행기다. 이후 스페인, 프랑스, 덴마크, 튀르키예, 이탈리아, 북마케도니아, 이스라엘, 베트남, 홍콩, 일본 등 세계 20개국 이상을 여자 혼자 여행하는 콘셉트의 영상을 꾸준히 올렸다.
여행지를 정하는 기준이 있을까. 김 씨는 "제 상황에 맞게 고른다. '뭔가 새로운 도전을 해 보고 싶다' '인생에 조금 힘든 게 필요하다' 하면 굳이 어려운 데를 찾아서 간다"고 귀띔했다.
27일 서울 광진구 구의동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인터뷰에 나선 여행 유튜버 '진짜하늬' 채널 운영자 김하늬 씨가 작업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상빈 기자 |
여행 유튜버는 곽튜브, 빠니보틀 등 1인 크리에이터를 넘어 인플루언서로 성장한 이들에 힘입어 유행처럼 번졌다. 엔데믹으로 여행 수요까지 폭발하면서 고프로 카메라 하나 들고 세계로 나가는 이가 증가했다.
범람하는 여행 유튜버 시장에서 김 씨는 독특한 콘셉트와 감각적인 편집 그리고 영상미로 틈새를 공략했다. 전 회사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도 유입됐다. 시작한 지 2년도 안 돼 6만 3300명이 넘는 구독자를 모았다. 30일 기준 쇼츠 포함 155개 영상이 그의 채널을 가득 채우고 있다.
기획, 촬영, 편집 등 모든 걸 혼자서 한다. 전업 유튜버이자 프리랜서기에 수익도 스스로 창출해야 한다. 김 씨는 "유튜브 수익만으로 생활이 가능한 정도는 아니다. '이 일을 지속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도 한다.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고 여행 유튜버의 현실을 읊었다.
김하늬 씨가 여행 유튜버를 하면서 찍은 사진. /김하늬 씨 제공 |
단점만큼 장점도 뚜렷하다. 김 씨는 "회사 생활을 7~8년 했다. 지금은 혼자 일하니 시간의 구애를 받지 않고 자유롭다. 알람 소리 듣고 일어나지 않아도 된다"며 "작업 환경이 때로는 여행지가 될 수도 있다. 한국에 있다가 프랑스에 가서 일을 하는 그런 게 낭만 있고 좋다"고 털어놨다.
김 씨가 홀로 살아남겠다고 다짐한 뒤로 2년이 흘렀다. 나를 찾기 위해 먼 길을 왔다. 그사이 생겨난 영상과 구독자들이 그의 길동무가 됐다. 혼자 하는 여행이 외롭지 않은 이유다.
여행 유튜버를 시작했기에 뜻밖의 기회도 얻었다. 채널S 예능 프로그램 '다시 갈 지도'에 출연했다. 그가 여행지에서 찍은 영상도 함께 나온다. 김 씨는 "지금도 가끔 '다시 갈 지도' 영상을 찍고 있다"며 "여행에서 돌아오면 이와 관련한 업무를 정리해 넘기고 제 콘텐츠 편집을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그에게 방송 출연 섭외 연락도 종종 오는 편이다.
김하늬 씨가 채널S '다시 갈 지도'에 출연하고 패널들과 함께 찍은 사진. 왼쪽부터 가수 이석훈, 방송인 김신영, 김하늬 씨, 한국사 강사 이태성. /김하늬 씨 제공 |
지금도 유튜버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김 씨가 건네는 조언은 '짧은 것부터 시작하라'다. 그는 "쇼츠나 릴스 등 숏폼을 먼저 하라고 말하고 싶다. 그쪽 알고리즘을 많이 밀어주는 편이기도 하다"며 "긴 영상은 초보들이 하기엔 편집하다가 지치는 경향이 있다. 영상 전공자인 저도 지칠 때가 있다. 흥미를 느끼고 재밌을 정도로 하려면 숏폼을 추천하는 편"이라고 강조했다.
직장인이 퇴사하고 유튜브에 뛰어드는 것에도 김 씨는 손사래를 쳤다. 그는 "당장 퇴사하고 무모하게 유튜브 하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 만약 주제가 여행밖에 없다면 당연히 퇴사하고 할 수밖에 없지만, 그게 아니라면 얼마든지 회사에 몸담으면서 할 수 있다. 지금 계정 만들어서 시작할 수 있는 게 유튜브라고 생각한다. 무엇이든 해 봐야지 안다"고 조언했다.
27일 서울 광진구 구의동 한 카페에서 여행 유튜버 '진짜하늬' 채널 운영자 김하늬 씨가 <더팩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상빈 기자 |
끝으로 다음 여행지를 알려달라는 취재진에게 김 씨는 "비밀이다"며 "이걸 본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겠냐. 그래서 말 안 하겠다"고 웃어 보였다. 인터뷰 시작부터 여행 영상처럼 밝았던 그의 모습은 마지막까지도 진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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