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홍의 스페셜인터뷰(128)] 초이랩 최신규 대표, 원조 한류 '애니메이션 대부'
입력: 2024.02.26 07:00 / 수정: 2024.02.28 21:55

뚝심과 배짱 하나로 완구 애니메이션 분야 '자타공인 최정상' 석권
K-POP 시장 공략 '애니메이션 영역과 음악 연계 새로운 방안' 모색


요즘 K-POP 엔터테이너 쪽에 푹 빠졌습니다. 도전은 그 자체로 아름답습니다. 캐릭터 라이선싱 전문기업 초이크리에이티브랩의 최신규 대표는 자타가 공인하는 완구 애니메이션계의 원조 한류로 꼽힌다. /박헌우 기자
"요즘 K-POP 엔터테이너 쪽에 푹 빠졌습니다. 도전은 그 자체로 아름답습니다." 캐릭터 라이선싱 전문기업 초이크리에이티브랩의 최신규 대표는 자타가 공인하는 완구 애니메이션계의 원조 한류로 꼽힌다. /박헌우 기자

[더팩트ㅣ강일홍 기자] "완구 애니메이션 분야는 더 아쉬울게 없을만큼 크게 성공했습니다. 후진들을 위해 한발 물러나주는 것도 미덕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엔 대중 엔터테이너 쪽에 푹 빠져있습니다. 어떤 일이든 재밌고 즐겁게하면 만족도가 커집니다. 새로 도전하는 일은 그 자체로 아름답습니다."

캐릭터 라이선싱 전문기업 초이크리에이티브랩의 최신규 대표는 자타가 공인하는 완구 애니메이션계의 원조 한류 개척자로 꼽힌다.

그는 국내를 대표하는 완구 회사 손오공의 설립자로 장난감 분야에만 40년 넘게 몸담으며 국내를 석권하고 세계적인 경쟁력으로 키웠다. 관련 분야 국제 특허만 300여개에 이른다. 모두 그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탄생했다.

최 대표는 완구 제작 기업인이면서 감독, 각본가이자 애니송과 대중가요의 작사 작곡가이기도 하다. 장난감 회사 손오공(현 초이랩 전신)을 설립해 90년대 이후 국내 완구업계 절대강자로 군림한 뒤 애니메이션 제작 및 유통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그는 2000년대 초 탑블레이드 팽이로 세계를 제패하며 1조원 매출을 돌파한 데 이어 터닝메카드, 헬로카봇 등을 히트시키며 '장난감 대통령'으로 이름을 날렸다.

방송 콘텐츠로도 크게 주목을 받았다. 지난 2000년 SBS와 영업제휴를 맺고 '하얀마음 백구'를 제작 방영했다. 같은 해 서울국제완구박람회에 참가했다.

30여년 넘게 업계 선두를 달리는 데는 그만의 고집스런 장인 철학도 한몫을 한다. 99년 MBC '다큐멘터리 성공시대'에 손오공 창업과정과 성공기가 방영될 당시, 직원이 만들어온 다간 로보트를 바닥에 던져깨지자 "애들이 던지고 놀아도 안 부서지게 다시 만들어오라"고 말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최 대표는 뚝심과 배짱 하나로 완구와 애니메이션 분야를 세계 최고로 이끈 원조 한류의 주역이다. 최근에는 K-POP을 비롯한 엔터테이너 분야에 눈을 돌리고 있다. 그의 샘솟는 의지와 포부를 들어봤다. 인터뷰는 서울 양천구 목동 초이크리에이티브랩 빌딩 내 그의 집무실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최 대표는 뚝심과 배짱 하나로 완구와 애니메이션 분야를 세계 최고로 이끈 원조 한류의 주역이다. 인터뷰는 서울 양천구 목동 초이크리에이티브랩 빌딩 내 그의 집무실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박헌우 기자
최 대표는 뚝심과 배짱 하나로 완구와 애니메이션 분야를 세계 최고로 이끈 원조 한류의 주역이다. 인터뷰는 서울 양천구 목동 초이크리에이티브랩 빌딩 내 그의 집무실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박헌우 기자

-사무실에 온갖 종류의 장난감 모형들이 즐비하다. 이 모두 직접 탄생시킨 모델인가.

하나 둘씩 만들어 히트 상품을 내다보니 이렇게 많은 식구(장난감)가 늘어났습니다. 새로운 모형이나 캐릭터를 만들면서 시간이 지나가는 줄도 모르고 살았어요. 일에 미치고, 장난감 만드는 재미에만 푹빠져 지냈습니다. 어느순간 돈이 굴러들어오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큰 성공을 일궜어요. 그런데 하루가 다르게 회사가 커지고 업계의 위상이 올라가도 실감은 나지 않았죠"

최신규 대표가 이끈 손오공은 2001년 탑블레이드로 세계적인 대박을 쳤다. 당시 삼성경제연구소가 '국내 산업의 재도약 방안'이라는 보고서에 완구업체 손오공을 가리켜 '완구와 뉴미디어를 결합한 2.5차산업'의 선도기업이라고 명명했을 정도다. 실제로 손오공은 '탑블레이드' '구슬대전 배틀 비드맨' '하얀마음 백구' 등을 애니메이션, 완구, 게임으로 동시에 출시해 경이적인 매출을 올렸다.

-직접 제작하고 만든 제품은 대부분 국제 특허를 갖고 있다고 들었다.

맞습니다. 독자적인 캐릭터를 만들지 못했다면 업계 1위, 세계를 놀라게 한 독보적 위상은 만들지 못했겠죠.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국내 완구업체들은 외국에서 성공한 캐릭터를 베껴 만들었습니다. 당연히 비싼 로열티를 지불할 수 밖에 없었죠. 저는 더 비용이 들더라도 직접 고안한 한국적스타일의 캐릭터를 만들어 특허를 확보했습니다. TV 방영을 통해 폭발적 반응을 내면서 공장은 24시간돌려도 주문을 맞추지 못할 정도였죠.

손오공은 '서울화학'이라는 장난감 회사가 전신이다. 승부수를 던진 건 끈끈이라는 장난감이었다. 유리창이나 벽에 던지면 질질 흘러내리는 개당 100원, 200원 짜리로 40억원의 순익을 냈다. 이후 럭비공처럼 튀는 '도깨비볼', 뒤집어놓으면 소리를 내며 튀어오르는 '팝콘' 같은 히트작을 잇달아 틴생시켰다. 94년에는 국내 최초로 개발한 합체 변신 로봇인 '그레이트 다간'을 선보이며 로봇 완구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아이디어가 그냥 통째로 하늘에서 뚝 떨어지진 않는다. 관심을 가져야하고, 땀과 노력의 결과다. 그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탐구하고 연구하다보면 기발하다 싶은 것들이 탄생되곤 한다고 말했다. /박헌우 기자
아이디어가 그냥 통째로 하늘에서 뚝 떨어지진 않는다. 관심을 가져야하고, 땀과 노력의 결과다. 그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탐구하고 연구하다보면 기발하다 싶은 것들이 탄생되곤 한다"고 말했다. /박헌우 기자

-새 장난감을 탄생시킬 때마다 아이디어가 상상을 초월한다는 평을 들었다.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됐나.

어려서 저는 너무나 불우했어요. 다행히 손재주는 좋았습니다. 무엇이든 만드는 것을 좋아했어요. 정규학교 대신 공장을 전전하면서도 늘 새로운 뭔가에 대한 동경이 많았죠. 당장 필요할 것같진 않았는데 누군가 만들어놓으면 꼭 필요한 것이 되는 것들도 많잖아요. 아이디어가 그냥 통째로 하늘에서 뚝 떨어지진 않습니다. 첫번째는 관심을 가져야하고, 두번째는 노력과 땀입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탐구하고 연구하다보면 기발하다 싶은 것들이 탄생되곤 합니다.

3살 때 아버지를 여읜 최 대표는 어려운 형편으로 인해 초등학교 3학년 때 정규학교를 멈춰야 했다. 행상을 하던 어머니는 가난 때문에 그를 시골 삼촌 집에 보냈다. 친구들이 중학교에서 영어공부를 할 때 그는 염산 냄새를 맡으며 금은방에서 일을 했다. 선반 주물 기술을 배워 74년 열아홉의 나이에 수도꼭지를 만드는 조그만 공업사를 차렸다.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다 86년 마침내 어린 시절 꿈이었던 장난감 회사를 차린다. 바로 손오공의 전신인 서울화학이었다.

-맨손으로 시작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완구제품 1위 업체로 키운다는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일이라는게 매번 순탄하게 흘러가지만은 않잖아요. '완구의 삼성'으로 불릴만큼 업계의 인정을 받고, 명성을 쌓기까지 롤러코스터를 탄 적도 많아요. 70년대 후반 공업사 문을 닫으며 어린 딸을 업은 아내와 여관방을 전전한 적도 있고, 90년대 후반 온라인게임에 손 대 큰 손해를 보기도 했습니다. 터닝메카드의 경우 100억 이상 투자하고도 업계의 외면을 당하기도 했죠. 결국 재기와 성공의 발판이 됐습니다만, 'No Risk No Gain', 모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성공은 없습니다.

아이디어는 대부분 최신규 대표의 머리에서 나왔다. 돌멩이와 폐건전지를 장난감 삼아 놀면서 키웠던 어린시절 엉뚱한 상상력이 밑거름이었다. 제대로 된 장난감을 만들자고 결심한 뒤 그는 틈만 나면 동네놀이터와 문방구를 뒤지고 다녔다. 어린이들이 무엇을 갖고 노는지 살피기 위해서다. 눈높이를 철저하게 어린 꼬마들에 맞췄다. 매일 어린이 신문과 만화영화를 보고, 어린이들과 새로운 상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교환하기도 했다.

No Risk No Gain, 모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성공은 없습니다. 수백여 개의 국제 특허 발명품들이 말해주듯 그의 창의적 열정과 아이디어는 여전히 무궁무진하다. 300여개의 국제 발명 특허를 갖고 있다. /박헌우 기자
"'No Risk No Gain', 모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성공은 없습니다." 수백여 개의 국제 특허 발명품들이 말해주듯 그의 창의적 열정과 아이디어는 여전히 무궁무진하다. 300여개의 국제 발명 특허를 갖고 있다. /박헌우 기자

-원조 한류 주역이란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글쎄요, 그렇게 거창한 평가를 받아도 될지 모르겠네요. 사실 완구 애니메이션은 엔터산업의 뿌리라고할 수 있어요. 한국에는 90년대까지만 해도 독자적 창작품이 전무하다보니 일본 업체가 요구하는 그림만 그려주는 하청업에 불과했죠. 지금은 3D 영상 만화영화 분야는 한류가 주도합니다. 2000년 한일합작탑블레이드를 출시할 당시 오픈 스크롤에 최초의 한국 스탭으로 제 이름이 올라갔습니다. 제가 공동투자자 겸 제작자로 참여했으니 당연한 권리였지만, 당시까지 철옹성이었던 일본 업계 관계자들과 무려 6개월이나 싸워서 일궈낸 성과입니다.

최신규 대표는 넥슨 창업주인 고 김정주 초대 회장이나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총수와도 친분이 두터웠다. 90년대 후반 PC방과 온라인 게임 열풍이 불던 당시는 그가 전성기를 달리던 시절이다. PC방을 차리거나 게임 업계에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던 그들한테는 완구 애니메이션 분야의 1인자가 된 최 대표가부러움의 대상이었다. 특히 고 김정주는 조언을 받으러 최 대표를 만나면 "저도 사장님처럼 이런 빌딩하나 갖는데 꿈"이라고 말했을 정도였다.

-요즘 새로운 분야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들었다.

그렇습니다. 트로트를 포함한 K-POP 쪽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주변에서는 특정 분야에 대가를 이뤘으니 그만 쉬라고 말하는 분들도 많아요. 골프치고 해외 여행 다니고 편하게 살라는 뜻이죠. 그들의 눈엔 그게 편해보일지 모르지만 저는 아닙니다. 나이가 모든 것을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뭔가에 몰두하고 일을 하는 성취감을 몰라서 하는 얘기예요. 저는 새로운 뭔가를 배우고 익히면서 또다른 삶의 만족도를 얻습니다.

그가 서울 목동 자신의 빌딩 지하에 마련한 최첨단 녹음실과 스튜디오에는 남진 진성 조항조 등 정상급가수들이 줄을 설만큼 문전성시를 이룬다. 국내 최고 최상의 '퍼팩트 시설'을 갖춘 덕분이다. 그는 극장판 애니메이션 제작 및 OST 작사·작곡은 물론 어린이와 성인가요를 아우르는 작사 작곡가로도 활약하고 있다. 김연자의 '정든님' '쑥더쿵' '어무이', 김나희의 '오빠야', 조명섭의 '브라보 친구', 김소연의 '또또' '톡톡' '덤벼' '도장을 찍어' '국가대표' 등의 곡을 모두 그가 썼다.

완구의 삼성으로 불릴만큼 업계의 인정을 받고, 명성을 쌓았다. 아이디어는 대부분 최신규 대표의 머리에서 나왔다. 돌멩이와 폐건전지를 장난감 삼아 놀면서 키웠던어린시절 엉뚱한 상상력이 밑거름이었다. /박헌우 기자
'완구의 삼성'으로 불릴만큼 업계의 인정을 받고, 명성을 쌓았다. 아이디어는 대부분 최신규 대표의 머리에서 나왔다. 돌멩이와 폐건전지를 장난감 삼아 놀면서 키웠던어린시절 엉뚱한 상상력이 밑거름이었다. /박헌우 기자

수 백여 개의 국제 특허 발명품들이 말해주듯 그의 창의적 열정과 아이디어는 여전히 무궁무진하다. 애니메이션과 음악을 접목하던 초기엔 주로 극장판 헬로카봇 시리즈의 노래를 직접 작사 작곡했고, 당시 자신이 만들었던 '엄마 얼굴'을 '헬로카봇'의 OST에 얹기도 했다.

그는 "요즘 애니메이션과 가수를 연계시키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면서 "늘 그랬듯이 남이 잘 안하는 내방식대로, 오랫동안 회사를 운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가수들과 공감대를 형성해서 K팝의 역량이 한층 더 공고해지도록 미력이나마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젊은 시절이던 70년대 중반 나훈아의 '너와 나의 고향'을 만든 정진성 작곡가의 아현동 사무실에서 음악공부를 한 적이 있다. 통기타를 메고 겉멋을 내며 가수를 꿈꾸기도 했다.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결국 가수의 꿈을 접었지만, 아주 긴 시간 돌고돌아 뒤늦게나마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셈이다.

최신규 대표는 20여년 간 한국 만화와 만화가를 지원하고 기여한 공로로 1996년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SICAF(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 감사패를 받았고, 10여년 간 SICAF 부조직위원장을 지내며 한국 만화 발전에 앞장 섰다. 본격적으로 K-POP 한류에 관심을 갖고, 지난해에는 스포츠서울이 주관하는서울가요대상 조직위원장직을 맡아 활약하기도 했다.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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