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전통은 '음력설'…일제강점기에 '신정' 생겨나
[더팩트ㅣ선은양 기자] 우리는 해마다 새해를 두 번 맞습니다. 양력 1월 1일 '신정'에 하루를 쉬고 음력 1월 1일 '설'에 3일을 쉽니다. 새해를 두 번 챙기는 나라는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합니다. 우리는 왜 새해를 두 번 챙길까요?
우리 조상들은 대대로 달의 모양에 따라 날짜를 세는 방식인 '음력'으로 날짜를 세었습니다. 새해 첫날도 음력 날짜를 기준으로 지냈는데요. 우리 조상들이 음력설을 지낸 역사는 삼국사기에도 기록될 만큼 오래된 전통입니다.
음력으로 날짜를 세던 우리 조상들이 양력 1월 1일을 새해 첫날로 받아들이게 된 건 일제강점기 때부터입니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 이후 서양 문물을 받아들이며 양력설을 지내고 있었는데요. 조선을 강점한 후 내선일체를 강조하며 자신들처럼 양력설을 쇨 것을 강요했습니다.
이때 생겨난 말이 '신정(新正)'과 '구정(舊正)'입니다. 신정에는 '새롭다'는 좋은 의미를 붙이고, 우리 전통의 '설'인 음력 1월 1일은 '오래되고 낡은'이라는 의미를 붙이면서 우리 민족의 전통을 말살하기 위한 정책을 펼쳤습니다.
해방 이후에도 한동안은 신정에만 연휴를 지내고 설날은 공휴일이 아니었습니다. 이승만 정부와 박정희 정부까지도 '이중과세(二重過歲, 두 번 설을 쇠는 것)’가 경제발전을 방해한다며 음력설을 쇠는 것을 규제했습니다. 그럼에도 민간에서는 음력설에 떡을 뽑거나 성묘를 하는 등 음력설을 지내는 사람들이 많았고, 신정이 일제의 잔재라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었습니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1989년 음력설을 지내는 모습이 담겨있다. /tvN 캡처 |
1980년대에 들어 우리 전통 명절을 되찾고자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고 1985년 음력설에 '민속의 날'이라는 명칭으로 설날 하루가 공휴일로 지정되었습니다. 이후 1989년 당시 노태우 정부는 '관공서 공휴일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음력설을 '설날'로 개칭하고 설날 전후 하루 씩을 포함해 총 사흘 간 공휴일로 지정했습니다. 해방 이후 처음으로 우리 전통 명절을 되찾게 된 것이죠. 1999년 IMF 사태 이후 김대중 정부 들어 '이중과세' 낭비를 줄이겠다며 신정 휴일을 하루로 줄였고 지금 우리가 보내는 공휴일의 형태가 만들어졌습니다.
yes@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