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신간] 불편한 언론-정파적 언론생태계, 현실과 해법
입력: 2024.03.04 07:00 / 수정: 2024.03.04 09:55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공직선거법 53조는 공직선거 출마를 위해 선거일 90일 전까지 직을 그만둬야 하는 직업을 밝혀두고 있다.

국가공무원, 지방공무원 등 공직자는 당연하다. 다만 언론인이 포함된다는 사실은 언론인도 잘 모른다. 공영매체에만 한정된 것도 아니다. 민간 일간지, 인터넷신문 기자도 대상이다. 직무도 취재보도 뿐 아니라 편집·제작·집필 업무 종사자 등 폭넓게 적용된다. 언론계에 발을 담그고 있는 사람이면 선거 출마에 공무원에 준하는 제한을 받는 셈이다.

명백히 기본권을 제한하는 일인데도 민간 언론사 종사자까지 53조의 규제를 받도록 강제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만큼 언론인의 생명은 정치적 공정성과 중립성이라는 사회적 합의 때문이다.

'불편한 언론'의 문제의식은 여기서 출발한다. 뇌물과 중립성 사이 간극을 예로 든다. 언론인 사이에 취재원에게 부정한 돈을 받으면 안된다는 공감대는 제법 자리잡았다. 그런데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의식은 희박하다. 오히려 진영을 '커밍아웃'하고 정파적 보도를 할 수록, 투사가 될 수록 '개념 언론인'으로 평가된다. 그런데 저자에 따르면 '한국에서 정파성은 모든 언론윤리 규범을 무력화시키는 블랙홀'이다. 이른바 개념 언론인일수록 공정성과 중립성을 무너뜨리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한다.

문제는 '언론이 정치 과정에 너무 깊숙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중재위원회, 공영언론사의 이사회는 여야가 나눠먹기하거나 정부의 통제 아래 있다. 선거에 기여한 사람이 이 조직에서 힘깨나 쓰는 자리 차지하는 일이 아주 자연스럽다. 일종의 '엽관제'다.

이 책이 갖는 용기는 그 책임을 정치권에 전가하지 않는 데서 드러난다. 성역인 언론소비자와 시민단체, 학계까지 비판의 영역을 넓힌다. 소비자들은 '내 편 언론'에 환호하고 수익까지 안겨다준다. 반대로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를 '씨'라고 표기했다고 무릎을 꿇린다. 윤석열 검사가 문재인 대통령 편으로 보일 때는 검증 보도에 반발했다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수사한 뒤에는 비판 보도에 환호한다.

지고지순한 가치를 추구하는 것으로 보이는 시민단체도 다를 바 없다. 보수든 진보든 언론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정권이 들어서면 정부기구나 공직에 진출한다. 그러다 국회의원이 되고 대선 캠프로 간다. 언론시민단체와 정치권은 후견주의적 관계로 공생한다.

언론인 출신으로 노·사를 모두 경험했고 현재 학계에 몸담고 있는 저자는 언론인과 정치권, 소비자와 시민단체, 학계가 뒤얽힌 관계망을 '정파적 언론생태계'라고 이름붙인다.

이 생태계를 해체하는 길은 '언론과 정치의 분리'다. 방법은 상당히 구체적이다. 먼저 방통위 등 규제기구의 구성문제를 수술대에 올린다. 의외로 해법은 정치권도 잘 알고 있다. 민주당은 정당의 당원은 물론 당원 신분을 상실한 지 3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 대선캠프에서 후보를 자문하거나 고문 역할을 한 지 3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까지 방통위원이 될 수 없도록 규정한 강화된 방통위설치법 개정안을 냈지만 여야 합의과정에서 사라졌다. 공영방송 사장을 이사회 2/3 찬성으로 뽑자는 '특별다수제'를 명시한 방송법 개정안도 국회에서 논의된 지 십수년째다.

언론계에도 언론인의 정치권 진출을 규율하는 공동의 원칙을 세우자고 제안한다.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인터넷기자협회 등 현업 언론단체와 사용자단체가 함께 참여해 최소한의 기준을 만들자는 것이다. 방송 프로그램 진행 또는 정치 보도·논평 종사자는 최소한 해당 업무를 그만 둔 지 6개월이 지나지 않으면 선출직 출마는 물론 선거 캠프, 임명직 공직으로 가지 못하도록 하는 것 등이다. 이를 어기는 언론인이 나오면 각 매체가 윤리 기준 위반 사실을 보도하도록 한다. 위반한 전 언론인은 일정기간 채용하지 않는다는 언론계의 공동선언도 필요하다.

핵심은 이를 종합적으로 관장하는 자율규제기구다. 저자는 "자율규제기구는 독립성을 갖고 오로지 독립성에 기초해 언론의 공적 책무를 다하기 위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심석태 지음, 도서출판 나녹, 280쪽, 2만5000원

lesl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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