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 신간] 강재훈 사진 에세이 '친구 같은 나무 하나쯤은'
입력: 2024.02.06 11:07 / 수정: 2024.02.06 11:20

  "나무는 서 있는 사람, 사람은 걸어 다니는 나무"
30년 나무 사진 작가의 경이롭고 낭만적인 탐목기(探木記)


강재훈 작가의 신간 사진 에세이 친구 같은 나무 하나쯤은 표지.
강재훈 작가의 신간 사진 에세이 '친구 같은 나무 하나쯤은' 표지.

[더팩트 | 박순규 기자] "자신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사라져 가는 것들을 사진으로 기록해 온 사진 작가 강재훈의 별명은 ‘분교 사진가’다. 1983년 소규모 학교 통폐합 정책이 발표된 후 전국의 많은 분교가 폐교될 위기에 처하자 그때부터 작은 학교들을 찾아 사진에 담아 왔다.

나무를 만나러 다니기 전 강재훈의 오랜 시간에는 ‘분교’가 있었다. 무려 30년. 나무가 들으면 웃을 일이지만, 사람에겐 뼈가 굽고 닳는 인고의 시간. 강재훈의 땀내 나는 목격, 집요한 기록이 없었다면 우리에게 남은 '분교 이야기'는 너무 초라해 창피했을 것이다."(노순택 사진 작가)

30년 동안 분교를 찾아 방방곡곡을 다니면서 얻은 또 하나의 행복이 있었으니 바로 수많은 나무와 친구가 된 일이라고 말하는 강재훈 작가의 사진 에세이 '친구 같은 나무 하나쯤은'(한겨레출판사)이 출간됐다

제 살이 찢기는 고통에도 길가의 철망을 품은 채 자라는 가로수, 커다란 바위를 가르며 자라는 소나무, 아이들의 재잘거림을 나이테에 새긴 채 한결같이 폐교를 지키는 포플러, 쇠락한 마을 한가운데서 주렁주렁 감을 매단 채 아이들의 돌팔매질을 그리워하는 감나무, 담벼락에 그려진 나무 그림과 어우러져 자라는 장미, 스스로 열을 내어 눈얼음을 뚫고 꽃을 피우는 복수초, 붉은 꽃과 흰 꽃이 한 몸에 핀 매화 등 저마다의 모습과 사연을 가진 나무들과 우정을 나누는 장면이 사진 에세이로 다시 태어났다.

저자는 나무를 대상으로 사진을 찍는 것보다 그들과의 대화가 더 즐거울 때도 많았다고 한다. 이러한 소통과 교감은 저자의 일상과 마음을 한결 단단하고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런 의미에서 사진 에세이 '친구 같은 나무 하나쯤은'은 이토록 멋지고 소중한 친구들을 독자들에게 소개하고자 저자가 특별히 마련한 장이다.

전시회에 걸렸던 작품들 중 100여 컷의 사진을 엄선하고 여기에 섬세한 감성이 돋보이는 글을 곁들였다. 소설가 현기영은 "이 책에 실린 나무 사진들은 신비롭게 아름다우며, 그 사진들이 들려주는 이야기 또한 우리 가슴에 따뜻하게 스며드는 시적 감화력을 갖고 있다.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은유적으로 아름답게 표현되어 있다. 나무를 기록한 것이 아니라 나무를 그려냈다"고 찬사를 보냈다.

30년 넘도록 나무와 교류해 온 사진 작가의 경이롭고 낭만적인 탐목기(探木記)를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은 나무와 자연이 선사하는 평온과 위안을 만끽할 수 있다. 무엇보다 우리 삶과 일상을 싱그럽게 만들어줄 멋진 친구들이 생각보다 주변 가까이에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강재훈 작가는 34년간 중앙 언론사 사진 기자로 근무하면서 숱한 현장을 누비고 다녔고, 자신의 이름을 딴 ‘강재훈사진학교’에서 25년째 강의하며 후학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또 지금까지 50회 이상 사진전을 열고 11권의 사진집을 출간했다.

skp200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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