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정체성 기반 '로컬힙' 개발해 브랜드 가치 창출
"전 세계로 확산하는 K-문화 역량 '경제 성장 원동력"
2024년 새해가 활짝 열렸다. (사)한국축제문화진흥협회 김종원 이사장을 만나 2024년 지역축제 브랜드 가치 창출 및 활성화 전망 등을 짚어봤다. /한국축제문화진흥협회 |
[더팩트ㅣ강일홍 기자] 2024년 새해가 활짝 열렸다. 한류로 대변되는 K-문화는 전 세계를 사로잡으며 이미 국가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굳이 방탄 소년단과 블랙핑크 등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한국의 정서와 문화에 MZ세대의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K-문화 콘텐츠는 전 세계인들의 화두가 됐다.
올해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의 지역축제 활성화에도 특별한 관심이 일고 있다. 국내 지역축제 대표 감독 겸 (사)한국축제문화진흥협회 김종원 이사장을 만나 2024년 지역축제 브랜드 가치 창출 및 활성화 전망 등을 짚어봤다.
-지역축제에서 2024년 갑진년의 화두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K-문화가 대한민국 경쟁력을 말해주는 바로미터이듯 지역의 수준을 알 수 있는 것이 바로 로컬 문화입니다. 지난해 한국관광공사에서 진행한 다양한 사업 중에 가장 주목받은 게 '대한민국 구석구석 로컬힙 프로젝트'였어요. 로컬힙이 뜬다는 건 MZ세대가 지역의 흥행 요정으로 급부상했다는 의미입니다. 최근 몇년 사이 확산된 '로컬 힙' 현상은 2024년에도 기세가 꺾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런 만큼 지역축제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요.
로컬힙은 지역을 의미하는 '로컬(local)'과 감성을 의미하는 '힙(hip)'의 합성어다. 특정 지역만의 색깔이 담긴 식품, 공간, 관광 등을 포괄하고 있다. 특정 지역의 고유의 정체성이 담긴 식품, 공간, 굿즈, 서비스 등이 MZ세대 사이에서 힙하게 여겨지고 있는 현상을 뜻한다. 한 지역이 흥하고 망하고는 MZ의 취향을 어떻게 저격했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MZ가 '노잼'이라고 제껴놓으면 그 지역은 더이상 답이 없다는 얘기와도 일맥상통한다.
그는 성공한 지역축제 비결에 대해 "지자체 주무 부서 공무원들이 합리적으로 필요한 현안을 챙기고 어떤 문제점이 발생했을 때 적극적으로 원인 파악에 나서고 전문가의 의견에 경청한다"고 말했다. /한국축제문화진흥협회 |
-지난해에도 축제 현장 총감독으로 뛰며 활약하셨는데 아쉬움이 있다면.
지난 한 해 수많은 축제를 진행했습니다만, 보람이나 만족보다는 솔직히 아쉬움이 커요. 총감독 역할이라는 게 정말 어렵습니다. 엄청난 출연료를 지불하고 대형 가수 불러서 제작하는 쇼 형태의 축제는 오히려 쉽습니다. 하지만 지역 활성화에는 도움이 되지 않죠. 소규모 적은 예산으로 지역 주민들을 참여시켜 뭔가 의미를 만들어야하는데 칭찬을 듣기가 쉽지 않습니다.
잘되는 축제는 총감독 영입 첫 회의에서 판가름이 난다. 추진위와 총감독이 가진 서로의 역량이 다름을 인정하고 축제 성공을 위한 방향성을 정확히 잡는다. 또한 총감독 영입의 포지션이 뚜렷하며 믿고 맡긴다. 현실은 그렇지 못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지역축제를 살리겠다며 의욕적으로 매달려도 되레 욕을 먹어먹는 일이 다반사이고, 결국 처음 구상한 콘텐츠를 포기하고 주최측 요구에 휩쓸리다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2024년 지역 축제 전망에 대해 그는 "올해는 세계 기후변화 위기로 생태, 사람, 자연을 살리는 축제가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국축제문화진흥협회 |
-축제 감독으로서 대표적으로 지역축제가 실패하는 이유가 뭔가.
코로나 이후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에 축제 문화가 많이 바뀌었어요. 대형 가수를 바라보는 관람형 축제에서 가족 단위로 오붓하게 즐기며 추억을 공유하는 체험형 축제로 많이 전환됐거든요. 그런데 지역축제의 주최권을 쥐고 있는 사람들은 아직도 어떤 가수를 불러야 하느니 마느니하는 불필요한 소모전으로 금쪽같은 시간을 허비하고 맙니다. 축제 콘텐츠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역을 연구하고 스토리텔링해서 트렌드에 맞는 소구력 있는 아이템을 제시해도 자신들이 해온 방식을 고집합니다. 전문성 없이 주먹구구식이라 아예 축제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운 경우도 많아요.
-반대로 성공한 지역축제는 뭐가 다른가.
일단 지자체 주무 부서 공무원들이 합리적으로 필요한 현안을 챙깁니다. 일단 영입한 축제 전문가의 말에 귀를 기울일 줄 알죠. 어떤 문제점이 발생했을 때 잘못된 원인을 상대방에게 전가하지 않습니다. 대신 해결점을 찾기 위해 자신의 소신을 명확하게 밝히고, 감독의 의견에 경청합니다. 이러다보면 뜻밖의 좋은 결론을 도출하고 축제에 잘 적용하여 가성비가 높아지는거죠. 무엇보다 축제의 주인이 지역 주민이라는 걸 인식할 줄 안다는 것도 다릅니다. 주민 맞춤 프로그램이 나올 수 밖에 없어요.
인터뷰 말미에 김 감독은 2024 지역축제의 성패에 대해 "인간의 아나로그 감성을 자극하는 강력한 휴먼터치에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국축제문화진흥협회 |
-그동안 프로그램 중 자랑할만한 것을 하나만 꼽는다면.
규모는 크지 않지만 동작구민 화합 체육대회가 대표적입니다. 동작구청 체육정책과가 주관한 체육대회는 15개 동 선수와 응원단, 동작구민이 대거 참여했어요. 마지막 순서에 장어를 잡고 장애물 이어달리기를 진행했어요. 게임은 오리발을 끼고 출발, 일할 때 헐렁한 바지로 갈아입고 물풍선을 넣고 달려서 큰 공 굴리고 터널을 나가면 장어를 잡는 방식이었는데요. 장어를 놓칠 때마다 주민들의 함성으로 노량진이 들썩들썩했고 장어를 잡으면 박수갈채가 쏟아져 나왔죠. 말그대로 동작구와 구민을 하나로 묶어줬습니다.
-마지막으로 2024년에는 어떤 형태의 축제가 주목을 받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올해는 세계 기후변화 위기로 생태, 사람, 자연을 살리는 축제가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갈수록 라이프 스타일이 다변화되고 취향이 다른 만큼 음악 축제, 무용 축제, 역사 문화 축제, 특히 아이들 교육 차원의 생태 축제도 호응을 얻을 것으로 봅니다. '2024 트렌드'를 발간한 김남도 교수가 "2024년은 인간에게 집중해야 하는 해가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놨는데 저도 이 말에는 100% 동의합니다.
디지털 인공지능의 시대가 성큼 도래한 만큼 많은 이들이 아나로그 감성을 원하고 있다. 아나로그 감성의 핵심은 인간과 자연이다. 축제에서도 인공지능이 따라올 수 없는 사람만의 영역이 여전히 존재한다. 축제장을 찾는 방문객의 눈높이를 맞추려면 인간의 아나로그 감성은 필수다. 인터뷰 말미에 김 감독은 2024 지역축제의 성패에 대해 "인간의 아나로그 감성을 자극하는 강력한 휴먼터치에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