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전기통신 서비스…1800년대 말 국내에 도입
1980년대까지 이용 활발...통신 발달로 이용자 급감
[더팩트ㅣ선은양 기자] 도입 138년 만에 전보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집니다.
전화, 휴대전화, 인터넷, 스마트폰으로 이어지는 초연결 사회를 살고 있는 요즘 사람들에게 전보는 다소 생소합니다. 어쩌면 '전보가 아직도 있었어?'라고 생각하는 사람보다 '전보가 뭐야?'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을지 모릅니다.
전보는 전선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아 메시지를 전달한 최초의 전기통신 서비스를 말합니다. 1885년 서울과 인천 사이에 전신 시설이 개통되면서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됐고, 전화가 보급되기 시작한 1960년대 이전까지는 가장 빠른 연락수단이었습니다. 가정마다 전화기가 설치되기 시작한 1980년대까지도 전화와 전보는 함께 국민들의 통신 수단으로 이용되었습니다.
1948년 리쎄오 극장(Teatro LICEO)에서 안익태(마요르카)에게 보낸 전보. /사진=국립중앙박물관 |
전화가 귀했던 시절, 멀리 사는 가족이나 친인척에게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 사람들은 전신전화국이나 체신부(우체국의 전신)로 달려가야했습니다. '전보 발신지' 종이에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 그리고 보낼 말을 적습니다. 일반 우편보다 빠르기 때문에 전보는 가격이 비쌌는데, 보내는 글자 수가 많을수록 요금이 비싸기 때문에 문장을 최대한 축약해 보내야했습니다. 예를 들어, 승진 축하 전보를 보낸다면 '승진을 축하합니다'라고 보내지 않고 '축승진'으로 보내는 식입니다.
전보 발신지 종이를 받아 전신기를 다룰 수 있는 전문 인력이 입력해 보내면 수신 지역의 전신전화국이나 체신부에서 타자기로 전보 내용을 입력한 후 사환(우체부)이 수신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대개 전보는 부고와 같이 급한 소식을 전할 때 많이 쓰였기 때문에 늦은 시간에도 전보는 전달되었다고 합니다.
KT는 지난달 15일 "12월 15일부터 115전보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115전보' 홈페이지 캡처 |
◇'전보=격식' 인식에 이용↑…메신저 발달하며 이용 급감
1981년 설립된 한국전기통신공사(KT의 전신)가 전보를 전적으로 맡기 시작했고, KT는 2002년 민영화 이후에도 전보 서비스를 이어갔습니다. KT는 휴대전화가 보편화된 가운데 전보에 차별성을 두기 위해 전보와 함께 꽃, 떡 등 선물을 같이 보내는 부가 서비스를 도입했는데요. 선물과 함께 전보를 보내는 형식이 축하·조의 등 메시지를 격식 있게 전달하는 방식이라는 인식이 퍼지며 2010년에는 연간 이용 건수가 238만 건에 달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카카오톡 등 메신저와 SNS의 발달로 더이상 전보를 통하지 않고도 각종 선물과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며 전보를 찾는 사람이 줄었습니다.
지난 15일 KT는 "다음 달 15일부터 '115 전보'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공지하며 138년 전보 역사의 끝을 알렸는데요. KT는 "최근 10년 사이 통신 시장의 환경 변화로 전보 이용량이 매년 급격히 감소했다"며 서비스 종료의 이유를 밝혔습니다.
올 연말 연하장은 어떻게 보내냐고요? 이제부터는 우체국을 이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우정사업본부는 전보와 마찬가지로 오프라인으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축하카드 서비스'와 메시지와 돈을 같이 보내는 일종의 전신환 서비스인 '경조금 배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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