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역대 9월 중 가장 더운 밤…"24~25일 돼야 시원해져"
12일 오전 한 시민이 햇빛을 피하려 양산을 쓰고 이동하고 있다. /황지향 기자 |
[더팩트ㅣ황지향 기자] "저녁 시간에도 겉옷이 필요하지 않네요. 가을 같지 않아요."
무더위가 좀처럼 떠나지 않고 있다. 전국 대부분 지역 낮 기온이 30도까지 오른 지난 12일, 한 시민은 가을을 체감할 수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은 직장인들과 관광객으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출근 시간대가 지나자 뜨거운 햇살이 광장을 채웠다. 절기상 가을을 알리는 '입추'와 '백로'가 지났지만 시민들의 옷차림은 여전히 가볍다. 손에는 양산을 들고, 머리에는 모자를 쓴 채 햇빛을 피했다.
양산을 쓰고 걷던 김영희(여·58) 씨는 "해가 이렇게 뜨거워서 가을이 왔는 지도 잘 모르겠다"라며 "(더위를 피하려) 여름부터 쓰던 양산을 계속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근처 서점에서 더위를 피하던 직장인 A씨는 더위 때문에 성형수술 계획도 미뤘다. 그는 "9월에 수술을 하려 했는데 얼굴에 땀이나면 좋지 않을 것 같아 (계속 더워서) 10월로 미뤘다"고 말했다.
계속되는 더위에 지구환경을 걱정하는 이들도 있었다. 직장인 B씨는 "9월 중순인데 여름같은 날씨에 지구온난화를 떠올리게 된다. 대책마련과 행동실천이 시급하다고 느낀다"고 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5일은 관측 이래 9월 중 가장 더운 밤을 기록했고 12일까지는 평년보다 3도 가량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나온 여행객들이 모자를 쓴 채 사진을 찍고 있다. /황지향 기자 |
전문가들은 이같은 가을 더위가 북태평양 고기압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또 추석 무렵에서야 온전한 가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세력을 유지하면서 주변에 시계방향으로 부는 바람이 남쪽의 따뜻한 공기를 북쪽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김해동 계명대 지구환경학과 교수 "낮 기온이 26도 이하로 내려가야 사람들이 살 만하다 느낀다. 비가 오면 잠시 기온이 살짝 내려갈 수는 있지만, 26도 이하로 완전히 내려가려면 추석 때까지는 가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겨울도 강한 엘니뇨 현상으로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 교수는 "겨울철이 되면 시베리아에서 북서풍이 이제 우리나 쪽으로 불어 내려오는데 엘니뇨 시기에는 동고서저형 기압 배치가 약해진다"며 "시베리아 고기압 활동이 약해져 따뜻한 겨울이 되고, 인도양의 다이폴 현상으로 비가 많이 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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