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선은양 기자] 요즘 길거리 음식 ‘탕후루’의 인기가 뜨겁습니다. 중국에서 온 탕후루는 과일에 설탕, 물엿 등으로 만든 시럽을 얇게 발라 굳힌 길거리 음식입니다.
축제 거리에서나 볼 수 있던 탕후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에서 만들기, 먹방, ASMR 등이 주목을 받으며 1020세대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탕후루는 냉동·간편조리식품 부문에서 10대가 가장 많이 검색한 식품으로 꼽혔습니다.
‘요즘’ 탕후루가 인기라고 하지만 사실 탕후루는 꽤 오랜 역사를 지닌 간식입니다. 유행을 타지 않았을 뿐 국내에 들어온 지도 오래되었죠.
탕후루 프랜차이즈 매장에 탕후루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선은양 기자 |
탕후루(糖葫蘆). 한자를 해석하면 ‘딱딱하게 굳은 설탕 표주박’이라는 뜻입니다. 한자의 뜻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탕후루 모양과는 사뭇 다른데요. 탕후루 어원에 대한 설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한 가지를 소개하자면 표주박 모양의 도자기 그릇에 꿀물이나 설탕물을 끓인 후 과일을 찍어 먹으면서 붙은 이름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실제로 탕후루 가게에 가면 주둥이가 긴 (마치 표주박처럼 생긴) 냄비에 끓인 시럽에 과일 꼬치를 담갔다 굳힌 후 판매하니 가장 설득력 있는 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산사 열매는 한방에서 소화를 돕고 복통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는 식물이다. /픽사베이 |
탕후루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는 공식 문헌은 없습니다. 다만 ‘탕후루’와 관련해 전해지는 가장 유명한 이야기는 12세기 말 옛 중국 남송 시절 이야기입니다. 남송 황제 광종의 애첩 황귀비는 원인 모를 병을 앓았습니다. 이때 황귀비의 진료를 보던 한 의사가 설탕물에 끓인 산사나무 열매를 먹게 했더니 황귀비의 병이 나았다고 합니다. 이 황실의 비약이 민간에 전해지며 지금의 탕후루로 발전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산사 열매는 한방에서 소화를 돕고 복통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는 식물입니다. 설탕 또한 제당기술이 발전하지 않은 옛 중국에서는 약으로 쓰였다고 하죠. 약효를 내는 두 음식의 만남이 민간에는 황귀비를 낫게 한 묘약으로 전해진 것으로 보입니다.
이야기의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13세기 중반에 쓰인 문헌에 고급간식으로 ‘탕후루’가 등장하는 점을 미루어보아 탕후루가 800년도 더 된 간식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800년 전 중국에서 약으로 여겨졌던 탕후루는 한국으로 건너와 이제는 인기 간식이 되었습니다. 최근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한 탕후루 프랜차이즈 업체는 지난 2월까지만 해도 전국에 50여개의 점포가 있었지만 5개월 만에 300여개의 점포가 개점하면서 탕후루 인기를 증명했습니다. 옛 중국 사람들도 탕후루의 인기가 이 정도일거라고 상상하지 못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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