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가뭔데] 동네사람들 이것봐요~ 내 새끼 좀 봐봐요 (영상)
입력: 2023.08.13 00:00 / 수정: 2023.08.13 00:00

반려동물 ‘자식자랑’에 진심인 MZ세대
'랜선집사' 자처하며 팬계정으로 홍보도


[더팩트ㅣ선은양 기자] 레터링을 새긴 맞춤 케이크와 생일 축하 리본을 제작한다. 오늘의 주인공이 좋아하는 음식을 가득 올린 생일상을 차리고 주인공을 부른다. 주인공의 친구들이 둘러 앉아 함께 생일을 축하한다. 오늘의 주인공은 강아지 ‘꾸르’다.

반려동물의 생일 파티를 여는 사람들이 늘고있다. 반려동물 생일상을 제작해주는 업체도 생겨날 정도인데 그 수요는 상당하다. 생일파티를 주도하는 사람은 대부분 동물권에 관심이 많고 요즘 문화에 익숙한 MZ세대다. 생일파티의 목적은 오직 ‘반려동물의 행복’이다.

비숑 ‘꾸르’의 생일 케이크와 생일을 맞은 ‘꾸르’의 모습./ 독자제공
비숑 ‘꾸르’의 생일 케이크와 생일을 맞은 ‘꾸르’의 모습./ 독자제공

최근 강아지 ‘꾸르’의 생일 파티를 연 허모(25)씨는 "강아지 생일이 견주에게 더 기쁜 날"이라고 말했다. 허씨는 "평소엔 살이 찔까 염려되어 주지 못했던 음식을 마음껏 먹게 하며 꾸르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어 좋다"면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또래 친구들 중 반려동물 생일파티를 하는 친구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펫팸족(펫+패밀리) 성향이 강한 MZ세대는 반려동물 또는 동물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 남다르다. 단순히 동물에게 돈과 시간, 정성을 쏟는 것을 넘어 다양한 방식으로 동물의 시간을 기록하고 사람들과 공유한다. 사실상 ‘내 새끼 자랑’이다. 다른 세대보다 이들에게 두드러지게 보이는 특징은 소위 ‘팔불출’이라는 점이다.

◇굿즈 제작부터 프로필 사진까지

‘자식자랑’의 시작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다. 반려동물을 기르기 시작했다면 반려동물 SNS 계정을 만드는 일은 통과의례다. 반려동물 이름의 SNS 계정을 생성해 반려동물의 소식을 전한다. 실제 계정은 보호자가 운영하지만 게시물의 시점은 반려동물이다. 반려동물의 일상을 귀여운 ‘주접’과 함께 SNS에 공유하며 ‘내 새끼’가 얼마나 예쁜지 만천하에 알리는 것이다.

반려동물을 주제로 한 ‘굿즈’ 제작도 인기다. 만화 캐릭터나 아이돌 멤버를 주제로 한 굿즈는 대개 판매 목적인 반면 이 굿즈는 오로지 ‘개인소장용’이다. 평소에 찍어뒀던 반려동물의 사진을 스마트폰 그립톡이나 티셔츠, 컵, 쿠션 등에 새겨 넣어 직접 사용하거나 주변에 선물하는 식이다.

반려묘의 굿즈를 제작했다는 정모(27)씨는 "시시때때로 반려묘를 볼 수 있어서 좋다"며 "그립톡을 주변사람들에게 하나씩 선물하며 내 새끼를 자랑하는 맛도 있다"고 굿즈를 제작한 이유를 밝혔다.

토이푸들 ‘말순이’의 프로필 사진./ 독자 제공
토이푸들 ‘말순이’의 프로필 사진./ 독자 제공

자식같은 강아지의 아름다운 순간을 기록하고 싶어 사진관을 찾는 MZ세대 보호자도 늘고 있다. 사진관에 방문해 반려동물의 프로필 사진을 찍는 것이다. 반려동물 프로필 사진을 전문으로 찍는 사진관이 생겨났고 인스타그램 등 SNS에 ‘강아지 프로필’을 검색하면 4만개 이상의 게시물을 찾아볼 수 있다. 사진 촬영 비용이 10만원부터 40만원을 넘나들지만 MZ세대는 내 반려동물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위해서라면 돈을 아끼지 않는다.

말순이 보호자 윤소희(27)씨는 "강아지의 생애가 짧은 만큼 순간이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어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게 되었다"고 말했다.

◇남의 자식도 내 자식처럼…’최애’ 홍보 손수

‘최애’ 동물은 비단 직접 키우는 반려동물에 국한되지 않는다. 직접 키우진 않지만 ‘랜선집사’를 자처하는 이들도 많다. 여건상 동물을 기르기 어려운 경우 SNS나 유튜브로 ‘덕질’을 하는 것이다. 강아지나 고양이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동물 이외에도 수달, 판다 같이 귀여운 동물이 나오는 유튜브 채널은 구독자 수가 적게는 10만명에서 많게는 수백만명대에 이른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푸바오의 팬계정이 줄을 잇는다. /에버랜드 공식 인스타그램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푸바오의 팬계정이 줄을 잇는다. /에버랜드 공식 인스타그램

채널을 구독하는 것은 물론이며, 좋아하는 ‘랜선동물’의 팬튜브(팬이 운영하는 유튜브 계정)를 만들거나 인스타그램 팬계정을 운영하는 이들도 많다.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요즘 가장 핫한 동물 에버랜드 판다 ‘푸바오’의 팬계정을 검색해보면 다수의 푸바오 팬계정을 찾을 수 있다.

팬계정에는 주로 좋아하는 동물의 귀여운 모습을 편집한 영상이나 사진이 업로드 된다. 랜선동물의 사진이나 영상의 저작권은 동물의 보호자에게 귀속되기 때문에 영상을 재가공할 경우 수익창출을 할 수 없다. 하지만 이들은 오로지 사랑으로 수고로움을 감수한다.

내가 좋아하는 동물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면 하는 마음은 온라인을 넘어 현실로 뻗어 나왔다. 푸바오의 인기가 나날이 높아지며 아이돌 스타만이 누릴 수 있는 지하철 생일 광고까지 등장했다. 푸바오와 푸바오의 엄마, 아빠인 러바오와 아이바오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푸바오 갤러리’ 팬들은 수백만원을 모아 서울 삼성역과 전대·에버랜드역에 생일 축하 광고를 게재했다. 또 푸바오의 생일 초청 이벤트에는 80명 모집에 8000여명이 몰려 10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한다혜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MZ세대는 좋아하는 분야에 깊게 파고들며 시간과 에너지를 아낌없이 투자하는 양상을 보인다"며 "내가 좋아하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 곧 ‘정체성’으로 연결되는 세대적 특징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ye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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