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까지 서울 학고재에서 48작품 전시...1997년 이후 26년 만에 재조명 '관심'
27일까지 학고재에서 전시되고 있는 이상욱 작가의 1979년 작품 '무제 Untitled, 캔버스에 유채, 100x100cm)./학고재 |
[더팩트 | 박순규 기자] "일필휘지를 바탕으로 한 서체적 추상(Calligraphic abstraction)과 서정적 기하추상(Lyrical geometric abstraction)을 자유롭게 오가면서 그 특유의 추상 세계를 확립한 이가 이상욱 작가다. 1997년 이후 깊이 있게 다뤄진 이상욱의 개인전이 거의 없다가 2023년 다시 열리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정연심 홍익대 예술학과 교수)
한국 모더니스트 회화의 대표 주자였던 화가 이상욱(李相昱, 1923-1988)의 개인전 '더 센터너리(The Centenary)'가 오는 29일까지 서울 종로구 학고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작고 후 100주년 전시라는 의미를 가지며, 중요한 회화 작품 48점을 만나볼 수 있다.
이상욱은 지난 2022년 1월 7일부터 2월 6일까지 학고재에서 열린 한국의 추상회화를 재조명하는 대형 기획전시회 '에이도스(Eidos)'를 찾아서: 한국 추상화가 7인'에 출품한 작가 중 한 명이다. 1960년대 밀려왔던 서구 사조의 거대한 물결을 받아들이면서도 우리의 정서를 십분 발휘하여 한국적 서정 추상주의를 개척한 이상욱 작가의 위상을 다시 조명하고 있다.
한국 모더니스트 회화의 대표주자였던 화가 이상욱. 작가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회가 학고재에서 열리고 있다./학고재 |
한국의 추상미술은 1957년 앵포르멜이 등장하면서 겹겹이 쌓인 물성을 이용해 전쟁의 폐허와 잔상, 감성적 파토스를 표현했다. 이후 1960년대의 기하추상과 1970년대의 단색화의 흐름을 따라 추상미술이 전개되었으나 한국 추상미술은 이러한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 다양한 추상 미술가들의 특이성이 동시에 존재한다.
이러한 흐름 내에서 일필휘지를 바탕으로 한 서체적 추상(Calligraphic abstraction)과 서정적 기하추상(Lyrical geometric abstraction)을 자유롭게 오가면서 그 특유의 추상 세계를 확립한 이가 이상욱 작가이다. 이상욱은 발묵효과나 여백효과를 가장 미학적으로 구축한다.
일필휘지의 즉흥적인 서체도 화면 전체를 강박적으로 채우지 않는다. 선과 색, 물질성과 투명성, 긴장과 이완의 리듬, 마티에르의 중첩된 질감, 그 속을 가로지르는 질주하는 필력은 이상욱의 그림을 새로운 영역의 추상으로 전환시킨다.
이상욱 개인전 '더 센터너리'가 열리고 있는 전시장./학고재 |
이상욱은 어느 한쪽에 전적으로 기대지 않고 양가적 속성을 역이용하는 회화의 방법론을 채택함으로써, 한국 추상의 새로운 미술사적 흔적과 궤적을 만들었다. 이상욱은 1970년대부터 서체적 추상과 서정적 기하추상 형식을 병용하면서 우리의 자연과 멋과 교감하면서 서정적 추상화의 노선을 다진 동시에 후학에 지대한 영향을 주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지난 세기 한국 모더니스트 회화가의 대표적 주자라 할 수 있는 이상욱의 세계에 초점을 맞추어, 그동안 흘러왔던 한국미술사의 단면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이다. 서정적 기하추상으로 유명한 특유의 추상세계를 확립한 이상욱 작가는 획을 한 번에 그은 것처럼 날렵하게 표현하면서도 캔버스에서 여유로운 여백을 찾아볼 수 있다.
‘작품 70’(1970년)이 그러한 특징이 드러난 작품이다. 간략한 선 몇 개만으로 해와 산, 강을 그려낸 작품이다. 여기에 ‘무제’ ‘독백’ ‘작품’ ‘상황’ 등의 제목이 붙여진 서체적 추상 연작들이 더해져 전시장을 풍성하게 만든다. 연작들은 1970년대 중엽부터 제작되기 시작해 ‘작품 86’(1986년)에 이르러 완성도가 최고조에 달한다.
정연심 홍익대 예술학과 교수는 전시 서문 ‘이상욱의 회화적 방법론: 서정적 기하추상과 서체추상’을 통해 "오늘날 잭슨 폴록의 드리핑 기법의 작품을 보고 작가의 움직임을 상상하듯이, 이상욱의 서체 추상은 부재하는 작가의 몸과 움직임까지도 상상하게 만든다"고 작가의 작품 세계를 평가했다.
이상욱은 함남 함흥 출생(1923~1988)이다. 도쿄 가와바타 화숙에서 수학(1942)하고, 단국대 정법과 졸업(1952)했다. 주요 개인전으로 중앙공보관(1960), 신문회관(1970), 로스앤젤레스 M.M. 신노 갤러리(1975, 1979), 댈러스 테일러 갤러리(1975), 현대화랑(1987), 맥향화랑(1987), 공간화랑(1987) 등이 있다.
1958년 한국판화협회 창립 회원 및 제2회 신조형파 참여, 1968년 한국현대판화가협회 창립 회원, 1974년 창작미술협회 가입, 제1회 미술교육회전(1957), 제5회 국제현대채색석판화 비엔날레(1958), 제1회 동아국제판화비엔날레(1970), 제2회 국제목판화트리엔날레(1972) 등에 참여했다. 한국현대판화가협회 제2대 회장, 동아미술제 운영위원장 등에 역임했다. 국립현대미술관(1992), 일민 미술관(1997)에서 회고전을 개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