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가뭔데] 뒤로, 더 뒤로…'힙'은 과거에 있다 (영상)
입력: 2023.07.01 00:00 / 수정: 2023.07.01 00:00

개성 찾는 MZ세대 '전통시장'은 놀이터
약과부터 개성주악까지 전통 간식 인기
MZ세대에 맞춰 빠르게 움직이는 기업들


[더팩트ㅣ선은양 기자] 유행은 돌고 돈다. 통상 패션은 20년 단위로 돌아온다는 말이 있다. 'Y2K (2000년) 패션'도 2020년대 들어 다시금 유행했다. 우스갯소리로 ‘요즘 가로수길에 나가면 영턱스클럽처럼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니 MZ세대의 ‘레트로(Retro, 복고)’ 사랑은 대단하다. 개성 있고 특이한 문화를 좇는 MZ세대의 시선은 돌고 돌다 뒤를 향하고 있다.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다

MZ세대 사이 레트로 열풍이 불며 수혜를 입은 곳은 '전통시장'이다. 전통시장의 예스러운 분위기가 MZ세대의 감성을 자극하며 젊은이들의 발길이 점차 늘어났다. 지난 11일 BC카드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MZ세대의 전통시장 방문 빈도가 4년 만에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서는 호두, 인삼 등을 판매하고 있다. /선은양 기자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서는 호두, 인삼 등을 판매하고 있다. /선은양 기자

시장별로 보면,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리뉴얼을 주도한 충남 예산시장은 2019년 대비 2023년 MZ세대 고객의 방문 증가율이 934%에 달했다. 이 밖에도 지역에서 핫플레이스로 이름난 서울 신당시장(117%), 강원 강릉 중앙시장(70%), 제주 동문시장(25%), 서울 망원시장(18%) 등이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통계에서 알 수 있듯 MZ세대가 공감하는 이른바 ‘힙(hip, 트렌디함)’은 희소성에 있다. 지하철을 타면 누구나 갈 수 있는 홍대, 가로수길 같은 핫플레이스보다 지역 고유의 특색을 지닌 장소를 더욱 ‘힙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기업들도 MZ세대의 ‘로컬’ 수요를 십분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오픈한 ‘스타벅스 경동1960점’은 서울 경동시장에 위치한 경동극장을 리모델링한 카페다. 1960년대에 지어진 건물 양식을 살려서 빈티지함을 더하면서 레트로를 사랑하는 MZ세대를 사로잡았다.

◇한옥부터 궁중문화까지 내가 하면 '힙(hip)'

힙(hip)은 이보다 더 뒤로 향한다. 지역(local)을 넘어 이제는 전통(tradition)으로 번지고 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전통문화 양식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며 '힙트래디션(hip+tradition)'이 새로운 트렌드 키워드가 됐다.

전통문화를 재해석해 즐기는 MZ세대가 증가하면서 '한옥'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주변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건물 양식인 한옥에 매력을 느끼는 젊은이들이 많아진 것이다.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경주한옥숙소'를 검색한 사람들의 연령대는 30대가 가장 많았고 40대, 20대가 뒤를 이었다.

전통 간식 또한 '할매니얼(할머니+밀레니얼의 합성어) 간식'으로 불리며 유행하고 있다. 떡이나 한과뿐 아니라 약과부터 고려시대 사람들이 즐겨 먹었다는 '개성주악'까지 젊은 사람들의 구미를 당긴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약과 맛집'이 공유되는가 하면, 쉽게 구하기 힘든 개성주악을 만드는 레시피도 숏폼 콘텐츠를 통해 인기를 끌고 있다. 전통 간식이 인기를 끌다 보니 편의점에서 약과나 '추억의 도나스(옛날 도넛)' 같은 옛 간식을 찾는 일은 어렵지 않다.

국보 제83호 반가사유상 굿즈./ 박물관 뮤지엄숍 홈페이지
국보 제83호 반가사유상 굿즈./ 박물관 뮤지엄숍 홈페이지

전통공예품에 대한 관심도 크게 늘었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이 우리 문화재 디자인을 바탕으로 제작하고 판매하는 상품들은 품절 대란까지 일으킨 바 있다.

고려청자 무늬의 휴대폰 케이스나 반가사유상과 같은 우리 전통 유물을 본떠 만든 기념품은 저렴하지 않은 가격에도 MZ세대 중심으로 소비된다. 전통공예품 소비 열풍의 중심에는 '방탄소년단(BTS)' 멤버 RM이 있다. RM은 자신의 SNS를 통해 고려청자 무선이어폰 케이스를 사용하는 모습을 공개하는가 하면, 자신의 작업실에 '반가사유상 미니어처'가 놓인 사진을 공개했다. 이 모습이 국내외 팬들에게 전해지며 '전통문화재=힙'이라는 공식이 생겨났다.

◇문화재에서 패션쇼 열고 예능 촬영까지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가 지난달 16일 서울 경복궁 근정전에서 구찌 2024 크루즈 패션쇼를 열었다. /구찌 공식 인스타그램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가 지난달 16일 서울 경복궁 근정전에서 '구찌 2024 크루즈 패션쇼'를 열었다. /구찌 공식 인스타그램

트렌드에 힘입어 문화재에서 기업 행사를 여는 일도 잦아졌다. 젊은 소비층이 한옥이나 문화재를 힙한 장소로 여기기 때문에 기업들이 제품을 홍보하거나 새롭게 론칭할 때 문화재를 활용한다. 지난달 경복궁 근정전에서 열린 '구찌 2024 크루즈 패션쇼'가 대표적인 예다.

이 밖에도 한옥이나 문화재가 화보 촬영지로 쓰이거나 예능프로그램 촬영지로 활용되기도 한다.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한국가구박물관'은 구찌가 엑소(EXO) 카이의 화보 촬영 장소로 활용했고, tvN 예능 '유퀴즈 온 더 블록'의 방탄소년단(BTS) 편과 피아니스트 조성진 편의 배경이기도 했다.

ye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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