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신간] '좋은 아빠'란 뭘까?…상담심리학자가 전하는 아빠들 반성문
입력: 2023.06.27 15:51 / 수정: 2023.07.15 12:36

조영진 서울장신대 교수, 책 '아빠 반성문' 출간
"좋은 아빠는 필요 없다. 그냥 아빠면 충분하다"


상담심리학자인 조영진 서울장신대 교수가 출간한 새 책 아빠 반성문./세이코리아
상담심리학자인 조영진 서울장신대 교수가 출간한 새 책 '아빠 반성문'./세이코리아

[더팩트ㅣ이병욱 기자] 첫 아이를 품에 안는 순간, 대부분의 아빠는 양극단의 감정을 동시에 경험한다. '아빠가 되었다'는 최고의 기쁨과 '아빠가 되어버렸다'는 두려움이 한꺼번에 찾아온다.

그 사이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된 아빠들의 선택은 대부분 비슷하다. '이 아이에게 최고로 좋은 아빠가 되겠다'고 다짐하는 것이다. 여기서부터 아빠의 비극이 시작된다.

'좋은 아빠'란 뭘까? 아이에게 늘 최고의 아빠가 되어주려고 하지만 사실은 아빠도 아프고, 아빠도 힘들고, 아빠도 슬프다.

한국정신건강상담사협의회 회장인 조영진 서울장신대 교수가 우리 시대 아빠들에게 전하는 위로와 자녀와의 관계 회복 솔루션이 책으로 출간됐다.

상담심리학자이자 특히 '아빠 마음 전문가'인 조영진 교수가 출간한 '아빠 반성문'(세이코리아)이다.

'가족을 책임지는 기둥이자 스승 같은 존재여야 한다'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 아버지란 단어에 새겨진 암묵적 동의다. 그래서 아빠들은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좋은 아빠'의 역할을 감당하고자 열심히 애쓴다.

저자는 소위 '나쁜 아빠'들을 많이 만났다. 그런 아빠들을 만나 상담하면서 그들의 절망과 분노, 후회와 반성, 자신도 미처 깨닫지 못한 내면의 아픔과 말하지 못한 속마음을 들었다. 그런데 그들이 느끼고 있는 고통의 저변에는 항상 '아이를 향한 커다란 사랑'이 존재했다.

나로 인해 세상에 태어난 아이에게 갖는 책임감과 부담감은 아빠의 어깨를 짓누르고, 이는 곧잘 아이를 어엿한 사회인으로 키워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변한다. 밥 투정하는 아이에게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아이의 산만함을 지적하고, 함께 놀면서도 규율과 정의를 가르치려 든다.

그러나 아직 어린 아이에게 아빠가 가르치려는 사회적 규범이 제대로 전달될 리 없다. 아이는 점점 무서워지는 아빠를 멀리하기 시작하고, 한번 멀어진 관계를 회복할 기회는 쉽사리 찾아오지 않는다.

그렇게 아이와 아빠는 그저 행복을 느끼기에도 아깝기만 한 시간을 흘려보낸다. 결국 아이에게도 아빠에게도, 나아가 가족 모두에게도 아픔이 되고 만다.

지금은 어딘가 말 걸기 어렵고 위압적인 '아버지' 대신 함께 놀고 언제든지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근한 '아빠'가 더욱 필요한 시대다. 그러나 가족 안에서 아버지 또는 아빠라는 역할은 늘 일정 부분 외부의 위험을 막아주는 든든한 울타리여야 하고, 아이가 사회인으로서 살아나갈 기본적인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자연히 아빠들은 밖에서는 늘 능력 있고 빈틈없어야 하며, 집에서는 아이를 가르치고 단속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힌다.

그러나 저자는 단언한다. "좋은 아빠는 필요 없다. 그냥 아빠면 충분하다."

'정말, 진짜, 대박, 완전 좋은 아빠'가 되지 못한다면, 좋은 아빠가 아니라 '그냥 아빠'가 더 낫다. 쉬는 날 집에 있고, 재미있는 일에 함께 웃고, 아이들이 잘못하면 그러려니 하다가도 생각나면 일장연설을 하기도 하고, 아이가 성적이 낮으면 걱정스러워 잔소리 한번 하는, 그냥 그런 아빠.(122쪽)

저자가 아빠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핵심으로 다가가는 지름길은 '아빠의 시선'이 아닌 '아이의 시선을 생각'하는 것이다. 아이는 그저 아이임을 인정하고 아이가 세상을 배우는 나름의 방법을 이해했을 때, 아빠들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좋은 아빠' 가면을 벗어던지고 아이가 정말로 필요로 하는, 곁에서 마음을 함께 나누는 '그냥 아빠'가 되어줄 수 있다. 책임감과 사명감 대신 있는 그대로의 아이를 들여다보기 시작할 때, 관계의 진정한 변화가 시작될 것이다.

아빠가 바뀌어야 아이가 바뀐다. 아빠의 생각이 바뀌고, 그래서 아빠의 행동이 바뀌어야 한다. 그걸 바꾸는 것은 '나'를 긍정적이고 의미 있는 존재로 만드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는 과정은 사랑하는 내 아이와 마주하며 건강하게 싸울 힘을 얻게 해준다. 그렇게 힘을 얻은 아빠가 아이와 건강하게 맞서 싸워야 아이도 건강하게 그 시간을 지날 수 있다. 아이의 변화는 거기에서부터 시작된다.(110~111쪽)

저자 조영진 교수는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연세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한보듬아빠(싱글대디)로서의 삶의 경험에 관한 연구'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wookle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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