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무가당’ 열풍
단 맛에 혀 무뎌져 더 많은 칼로리 섭취하게 돼
장 내 미생물 불균형 유발 우려
[더팩트ㅣ선은양 기자] 시쳇말로 칼로리(열량)는 '음식 맛의 전투력'이라고 합니다. 칼로리가 높을수록 음식이 맛있다는 말이죠. 그런데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제로 칼로리 탄산음료는 기존의 탄산음료만큼 달고 맛있으니까요.
MZ세대(1980~1994년에 태어난 밀레니얼세대와 1995~2000년대 초에 태어난 X세대를 통칭한 말)를 중심으로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건강 관리의 즐거움)'가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며 설탕이 들어가지 않은 음식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처럼 ‘같은 값이면 무가당’을 고르는 것입니다. 강서구 마곡동에 사는 위모(27) 씨는 "식당에 가서 음료를 시킬 때 제로가 있으면 제로로 시킨다"며 "탄산음료가 몸에 안좋으니 설탕이 없는 음료를 선호하는 편이다"고 말했습니다.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지난 1년 간 과즙탄산음료 인기 검색어 20개 중 9개가 제로 칼로리 탄산음료였습니다. 그 중 1위와 2위를 ‘웰치스 제로’, ‘탐스 제로’가 차지했죠.
이런 영향으로 기업들은 너도나도 ‘제로 슈거’ 시장에 뛰어들어 무가당 제품을 내놓고 있습니다. 제로 칼로리 탄산음료부터 설탕 없는 소주까지 종류도 다양합니다. 무가당 제품이지만 설탕이 들어간 기존 제품과 유사하게 달고 맛있습니다.
음료에 설탕이 들어가지 않았지만 단맛이 나는 이유는 설탕 대신 설탕만큼 단맛을 내는 감미료가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흔히 ‘대체당’이라고도 부르죠. 인공감미료는 식품에 단맛을 내기 위해 설탕을 대체해 사용하는 식품첨가물을 말합니다. 단맛은 나지만 칼로리가 전혀 없거나 매우 낮습니다.
경기도 내 대형마트에 제로 칼로리 탄산음료들이 진열되어 있다./ 선은양 기자 |
열량은 소비되지 못하면 몸 속에 축적됩니다. 설탕은 열량이 높기 때문에 설탕이 들어간 음식을 많이 먹으면 살이 찝니다. 당연히 제로 칼로리인 인공감미료는 살이 찌지 않죠. 하지만 길게 보면 인공감미료 역시 체중 감량에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입니다. 인공감미료의 단맛에 적응하기 마련이죠. 한 연구에 따르면 인공감미료가 들어간 음료를 자주 마시는 사람은 즐겨 마시지 않는 사람에 비해 더 많은 양의 설탕과 칼로리를 섭취해야만 같은 양의 쾌락과 만족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혀가 감미료의 단 맛에 무뎌져 더 많은 설탕을 찾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인공감미료가 들어간 식품을 더 많이 먹으면 되는 거 아니냐고요? 당연한 말씀이지만 많이 먹는 건 해롭습니다. 인공감미료는 설탕의 대체품으로 각광받지만 장 내 미생물의 균형을 깨트린다는 지적도 꾸준히 받아왔습니다.
인공감미료는 인체가 소화할 수 없는 당 형태이기 때문에 먹어도 살이 찌지 않습니다. 하지만 장내 세균에게는 다릅니다. 장내 세균은 인공감미료(스플렌다, 수크랄로스, 소르비톨 등)를 흡수하여 번식합니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이 있는 사람이 인공감미료를 많이 먹으면 증상이 악화될 수도 있습니다.
인공감미료가 들어간 음료나 과자가 설탕이 들어간 식품만큼 나쁘다는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무설탕'이 대세가 된 만큼 잘 알고 섭취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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