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선 작가의 신작 단편 소설 '호텔 이야기' 표지. |
[더팩트 | 박순규 기자] 한 시절의 마지막을 기억하는 소설이 출간됐다. '가만히 부르는 이름' '곁에 남아 있는 사람' 등, 동시대 사람들의 애틋한 이야기를 특유의 간결하고 담백한 문체로 담아내는 작가 임경선이 단편 소설집 '호텔 이야기'로 돌아왔다. 단편소설은 '곁에 남아 있는 사람' 이후 4년 만이다.
전 세계적인 감염병이 장기화되며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우리가 알던 그 시절은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변함없이 고유의 모습으로 존재하는 일은 존엄하고 소중하다.
소설의 배경인 '그라프 호텔'은 말하자면 그러한 장소였다. 세월의 흐름 속에서도 과묵하게 존재하던. 하지만 끝내 그라프 호텔도, 한 시절의 눈부신 영광을 뒤로하고 문을 닫게 되고, 유서 깊은 호텔의 예고된 마지막처럼 이 소설은 각자의 인생에 찾아온 한 시절의 끝을 온몸과 마음으로 겪어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임경선 작가는 "뜻하지 않은 환경의 변화는 복잡하고 모순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집착과 상실감, 분노와 무력감, 불안과 의연함 같은 다양한 감정 속에서 우리는 붕괴하거나 정면 돌파하거나, 견디거나 놔버린다.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더라도, 그 모든 분투에는 저마다의 아름다움이 있음을 이제 나는 안다"고 말한다.
우리는 무엇을 부여잡고, 무엇을 놔줘야만 할까. 언제까지 저항하고 언제부터 받아들여야 할까. 우리는 지금 대체 어떤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변화의 기로에 선 주인공들은 자신에게 묻는다. 바로 이 혼란스러운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의 우리들처럼.
소설 '호텔 이야기'는 2022년 12월 31일부로 영업을 종료하는 그라프 호텔에서 펼쳐지는 5가지의 이야기를 담았다. '호텔에서 한 달 살기' '프랑스 소설처럼' '하우스키핑' '야간 근무' '하우스키핑' '초대받지 못한 사람'이란 제목을 달고 펼쳐지는 호텔 속 이야기들은 어떻게 ‘나로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어른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읽다 보면 겨울밤이 짧다.
ᅠ인간 본성의 모호하고 복잡한 부분을 섬세하게 성찰해온 작가 임경선은 변화와 선택, 발견의 순간에 맞닥뜨린 2040세대 인물들을 소설 속에서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짧고 간결한 문체로 '글맛'을 느끼게 하는 작가 임경선은 12년간의 직장생활 후, 2005년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소설 '가만히 부르는 이름' '곁에 남아 있는 사람' '나의 남자' '기억해줘' '어떤 날 그녀들이', 산문 '평범한 결혼생활'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공저)' '다정한 구원', '태도에 관하여' '교토에 다녀왔습니다' '자유로울 것'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나라는 여자' '엄마와 연애할 때'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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