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신간] 600년 역사 시간여행 안내서 '한양도성 따라 걷는 서울기행'
입력: 2022.09.10 21:47 / 수정: 2022.09.10 21:47

[더팩트ㅣ이효균 기자] "한양도성 순성길 백악 구간은 한양도성에서 소실된 부분이 가장 적고, 오래된 성곽을 유지하고 있다. 도성 안을 걷다 보면 옛 조상을 만나듯 성벽에 새겨진 각자성석(刻字城石)을 만날 수 있다. 각자성석의 흔적을 눈으로 보고 손으로 더듬어 성곽을 쌓은 사람들의 거친 숨소리도 들어보자. 각자의 시기별 특징과 구간별 축성 시기를 확인할 수 있으니 한양도성은 살아 있는 박물관임에 틀림없다" -본문 중에서

성곽길역사문화연구소 최철호 소장의 한양도성 테마여행 가이드

600여 년의 역사를 품은 한양도성을 알기 쉽게 설명 하는 ‘한양도성 따라 걷는 서울기행’이 출간됐다.

한양도성 안에는 지금의 대한민국이 되기까지의 시간들이 켜켜이 쌓여 있다. 성곽길역사문화연구소 최철호 소장은 그 속에 숨은 이야기를 찾기 위해 매일 성곽길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현재 한양도성 역사기행 가이드로도 활동 중인 저자의 생동감 있는 설명과 현장감을 느낄 수 있도록 100여 점의 사진을 함께 실었다.

이 책에서는 한양도성을 따라 가볼 수 있는 서울의 역사 여행지를 6가지 테마로 나누어 소개한다. 한양도성 경계를 결정지은 인왕산 선바위부터 한반도의 중심 목멱산까지 도성을 품고 있는 4개의 산줄기 따라 내사산 여행을 떠나보고, 조선 왕조의 건국과 망국까지 모두 만날 수 있는 추모의 길도 걸어본다.

사대문과 사소문 따라 서울을 한 바퀴 돌아보면 발길 닿는 곳곳마다 유적지이며, 동네 이름의 유래도 역사와 연결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서울의 잃어버린 이름들을 찾아서

이름은 정체성이다. 이름을 잃어버린다는 것은 정체성을 잃는 것과 다름없다. 일제강점기 당시 일제가 창씨개명을 실시한 이유도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잊게 만들기 위함이었다.

서울 곳곳에는 옛 문화와 뒤섞여 있는 일제강점기의 흔적이 일상 속에 여전히 남아 있다. 남산, 장충단공원 등 우리가 무심코 부르는 명칭 속에도 일제로 인해 잃어버린 우리 고유의 이름들이 그림자처럼 붙어 있다.

남산의 원래 이름이 목멱산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가. N타워가 있는 남산은 본래 소나무가 많아 목멱산(木覓山)이었으나 일제는 산의 역사적 의미를 지우고 단순화 시켰다. 남산은 그저 ‘남쪽에 있는 산’이라는 뜻이다. 또한 영산(靈山) 목멱산에 있던 목멱산신을 모신 국사당을 인왕산으로 옮겨버리고 조선신궁(남산신사)을 지어 신사의 격을 최상으로 올렸다.

현재 우리에게는 목멱산보다 남산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하다는 것은 가슴 아픈 현실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일관된 기조로 사라진 서울의 이름들을 되찾아 부르자고 말한다. 본문에도 본래 명칭들을 살려 실었다.

역사적 정체성 회복을 위한 한양도성 성곽길 여행

18.627km 한양도성에는 우리 민족의 희로애락이 녹아 있다. 도성을 쌓기 위해 전국의 중인, 농민 197,000여 명이 동원되었고, 고된 노역으로 다치고 숨진 사람도 많았다.

수많은 백성들의 땀과 눈물이 배어 있는 성돌에는 그들의 이름이 실제로 새겨져 있다. 한양도성은 180m씩 나누어 책임자를 두었는데 그 공사 책임자의 이름을 알 수 있도록 이름을 새긴 것이다. 성곽길을 천천히 걷다 보면 각자성석(刻字城石)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그렇게 힘겹게 쌓은 한양도성은 일제에 의해 허무하게 손실되었다.

1914년에는 서소문을 없앴고, 1915년에는 전차 노선 복선화로 돈의문마저 허물었다. 그 결과 성문과 성벽은 일부만 남고 사라졌다. 인의예지신을 지키고자 했던 조선의 정신을 짓밟은 것이다. 현재 남아 있는 한양도성은 600여 년의 다난했던 역사를 지켜보며 살아남은 소중한 유물이다.

이 책은 여섯 가지 테마로 한양도성 성곽길 따라 서울 동네를 거닐며 조선의 역사와 문화를 짚어 본다. 외세에 맞서 싸웠던 위인들의 흔적과 이태원 부군당, 광통교 등 우리 고유의 문화가 깃든 장소, 겸재 정선의 그림터였던 수성동계곡과 참게잡이를 하던 용산팔경 만초천의 아름다운 풍경까지 우리가 미처 몰랐던 서울의 속살을 찾아 떠나본다.

한반도는 현재도 자유롭지 못하다. 임진왜란부터 6.25전쟁까지 청군, 일본군이 침략을 거듭해 왔고, 해방 후에는 미군이 머물며 서울의 중심을 금단의 땅으로 만들었다. 무력 앞에 굴복하고 말았지만 우리의 정신마저 빼앗기지 않기 위해 정체성을 지키려는 노력을 게을리하고 있지는 않은지 자문해 보아야 할 때다.

지도에 여전히 용산(龍山)이 표시되어 있지 않고, 충무공 이순신의 흔적도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저자는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강대국에게 시달려 온 금단의 땅을 지나는 물줄기는 강이 되어 여전히 흐르고 있다.

경복궁의 금천, 인왕산의 계곡물 모두 서울의 심장을 관통하는 청계천으로 모여 조용히 흘러간다. 역사의 물길은 우리 곁에서 미래를 향해 함께 흐르고 있다. 한양도성과 성저십리까지 이어지는 서울기행은 우리의 정체성을 고민하고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저자 소개>

- 성곽길역사문화연구소 소장

-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 사무차장

- (사)서울아리랑보존회 이사

- ‘한양도성에 얽힌 인문학’ 강연자

- ‘한양도성 성곽길 시간여행’ 저자

- ‘최철호 소장과 함께하는 우리동네 방방곡곡’, ‘한양도성 옛길’ 칼럼니스트



anypic@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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