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가 갈 곳 잃은 코미디언의 복귀 무대이자 새로운 안식처로 떠오르고 있다. /유튜브 갈무리 |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온라인상에 사회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인플루언서(Influencer)의 활동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온라인 스트리밍, SNS를 통하여 자신들의 인지도를 쌓고, 이를 이용하여 수익을 얻는 구조가 연결되면서 신종 직업으로도 각광받고 있는 인플루언서의 신세계를 IMR(Influencer Multi-Platform Ranking)의 도움을 받아 조명한다. IMR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인플루언서들의 데이터를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하여 랭킹화 하는 서비스다. <편집자 주>
[더팩트│최수진 기자] 유튜브가 갈 곳 잃은 코미디언의 복귀 무대이자 새로운 안식처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KBS '개그콘서트'를 끝으로 모든 지상파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이 폐지되면서 활동 무대가 좁아지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힘든 상황을 맞게 된 이들이 찾은 돌파구가 유튜브다.
유튜브로 무대를 옮긴 코미디언의 성적표는 기대 이상이다. 예능 프로그램에 얼굴을 내밀 기회조차 얻지 못하던 이들이 유튜브로 전향해 끼와 재능을 펼치고 있다. 기존에 이름이 알려져 있던 코미디언도 더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강력한 캐릭터와 세계관으로 요즘 가장 핫한 '피식대학·빵송국·꼰대희'
코미디언 출신 유튜버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최근 인기를 얻는 채널은 '피식대학'이다.
유튜브·인스타그램 빅데이터 분석사이트 IMR(Influencer Multi-Platform Ranking)에 따르면 2019년 개설된 이 채널은 현재 구독자 수 121만 명, 누적 조회 수 2억5200만 회를 보유하고 있다. 올해 2월 구독자 50만 명을 돌파한 후, 이후 4개월 동안 70만 명의 구독자를 모으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키워드 검색량 분석 플랫폼 블랙키위의 권기웅·나영균 대표는 "지난해 '피식대학'을 키워드로 하는PC·모바일 검색량이 월평균 1만 건에도 미치지 못했으나 올해 들어 4배 이상 폭증했다"고 분석했다.
KBS와 SBS 공채 코미디언 3인(이용주·정재형·김민수)이 탈북자 컨셉의 몰카·먹방 등을 선보이며 눈길을 끌기 시작한 피식대학은 지속 규모를 늘리고 있다. '05학번 이즈 백', '한사랑 산악회', 'B대면 데이트' 등 참신한 아이디어가 빛나는 코너들과 함께 카페 사장 최준(김해준 분), 김갑생할머니김 미래전략실 본부장 이호창(이창호 분) 등의 캐릭터를 배출하며 인기몰이 중이다.
특히 각 코너 속 캐릭터들이 서로 친분이 있거나 혈연관계라는 설정을 통해 피식대학만의 세계관을 극대화하며 2030 세대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
유튜브에서 인기를 얻은 아이돌 '매드몬스터'를 배출한 구독자 31만 채널 '빵송국'도 화제다. KBS 공채 코미디언 2인(곽범·이창호)이 1년 전 개설한 이 채널은 '사람이 쪼다', '무조건 나오는 장면', '여친 시점' 등 다양한 코너를 통해 웃음을 선사하다가 얼마 전 빵송국 세계관 내에서 탄생시킨 2인조 보이그룹 매드몬스터로 화제가 됐다.
카메라 어플 필터를 적극 활용해 아이돌로 재탄생한 멤버 탄(곽범 분)과 제이호(이창호 분)가 지난 4월 공개한 '내 루돌프' 뮤직비디오는 24시간 만에 100만 뷰 이상, 한 달 만에 500만 뷰 이상을 기록했다.
KBS 공채 코미디언 김대희는 채널 '꼰대희'를 통해 과거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였던 '대화가 필요해'를 2인극 콘텐츠로 부활시켜 사랑받고 있다. 이후 5개월 만에 구독자 수가 10배 이상 증가해, 곧 60만 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개그콘서트'의 추억을 소환하는 동시에 게스트로 출연하는 동료 코미디언, 타 분야 연예인, 인기 유튜버 등과 친분 및 혈연관계를 설정하며 세계관('꼰대희 관계도')을 새롭게 구축해 나가는 것이 인기 비결로 꼽힌다.
◆참신한 몰카·상황극·꽁트로 인기 상승 중인 코미디언 유튜버들
치밀하게 설정된 캐릭터나 복잡한 세계관 없이도 참신한 몰래카메라(몰카), 실험카메라, 상황극, 꽁트 등을 선보이며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있는 코미디언 유튜버들도 나날이 늘고 있다.
국내 모든 분야의 유튜브 채널을 통틀어 상위 1% 안에 드는 인기를 자랑하는 초대형 채널들만 벌써 여럿이다.
한으뜸·장다운의 '흔한남매'(217만 명), 손민수·임라라의 '엔조이커플'(212만 명), 안진호·정재형·최부기의 '동네놈들'(135만 명), 장윤석·임종혁의 '낄낄상회'(118만 명) 등은 100만 구독자를 돌파했다.
구독자 10만 명을 돌파한 채널도 10여 개가 넘는다. '배꼽빌라'(90만 명), '폭소바겐'(36만 명), '욜로코믹스'(31만 명), '당황TV'(21만 명) 등이다. SBS 공채 코미디언 박형민·정승우의 채널 ‘폭소바겐’은 쓰레기를 무단투기하는 사람들을 참교육하는 컨셉의 '공익 몰카'로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걸깝스'(12만 명), '땅콩찐콩'(7만 명), '백마TV'(5만 명) 등 여성 코미디언이 팀을 이뤄 운영하는 채널들도 꾸준히 구독자를 모으고 있다.
이 가운데 KBS 공채 개그맨 장하나·황정혜가 2019년 개설한 채널 '걸깝스'는 동료 개그맨과 유튜버를 대상으로 하는 몰카로 주목받고 있다. 채널 내 가장 인기 많은 영상('개그우먼 후배가 술 먹고 뻗었을 때 한 번에 깨우는 신박한 방법')은 무려 310만 회 이상의 조회 수를 올렸고, 대부분의 인기 영상들이 100만 회에 가까운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 전문가인 이영미 박사(현 서울대학교 초빙연구원)는 "코로나19의 장기화로 그 어느 때보다 웃음이 절실한 시기에 방송사의 제약에서 벗어나 참신한 캐릭터와 세계관을 선보이는 유튜브 속 코미디언이 크게 환영받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jinny0618@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