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3조 컬렉션' 향방은?..."삼성 리움·호암서 보존해야"
입력: 2021.03.08 08:14 / 수정: 2021.03.08 09:53
지난해 10월 별세한 이건희 회장의 컬렉션 향방을 둘러싸고 미술계에선 정부의 관리를 받는 국립중앙박물관이나 국립현대미술관보다는 삼성문화재단의 삼성미술관 리움과 호암미술관에 기부하는 것이 낫다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더팩트 DB
지난해 10월 별세한 이건희 회장의 컬렉션 향방을 둘러싸고 미술계에선 정부의 관리를 받는 국립중앙박물관이나 국립현대미술관보다는 삼성문화재단의 삼성미술관 리움과 호암미술관에 기부하는 것이 낫다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더팩트 DB

국보급 문화재와 서양근현대 미술품 1만3000여점, 국공립보다 사립미술관 보존 필요 목소리

[더팩트ㅣ성강현 기자] "선대회장으로부터 내려온 이건희 회장의 미술소장품을 국립박물관이나 국립미술관에 기부하는 것보다 호암이나 리움에 기부해 보존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남긴 초일류 국보급 문화재와 미술품 컬렉션 향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미술사적 가치를 먼저 생각한 뒤 세계적 명작을 수집한 고인의 애정이 퇴색되지 않도록 예산에서 자유로운 삼성미술관 리움과 호암미술관에 기부해 보존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문화계 내부에서 점점 높아지고 있다.

미술계에서는 삼성미술관 리움과 호암미술관이 그동안 검증된 운영으로, 대중이 접하기 어려운 초일류 미술작품들을 향유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특히 두 곳의 보관 수준은 어떤 국공립 박물관이나 미술관 보다 더 전문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미술관의 목적은 대관, 전시 외에 적정량의 미술품 수집에 있는데 실제로 국내 미술관 중 유일하게 리움은 이에 부응한 활동을 해왔다. 올해 미술품 구입 예산이 48억 원인 국립현대미술관이나 28억 원인 미술은행의 규모로는 미술관 본연의 역할을 홀로 감당하기에 벅차고 갈 길이 멀기만 하다.

"문화예술 보급사업은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은 물론 국격을 높이는 데에도 기여한다"는 고인의 지론에 따라 리움과 호암미술관은 과감한 투자와 아낌없는 후원으로 세계적 전문성을 갖게 됐다. 예산이 한정된 국공립에선 엄두를 낼 수 없는 재정적 뒷받침과 함께 고인의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이 크게 기여한 셈이다.

◆ 사립 미술관, 국공립보다 스펙트럼이 넓고 다양성과 자율성 띤다

이른바 '이건희 회장 컬렉션'은 국보 제216호 ‘인왕제색도’, 국보 제217호 '금강전도', 국보 제118호 '금동미륵반가상', 국보 133호 '고려청자동화연화문표주박모양주전자’' 등과 보물 557호 ‘신라시대 금귀걸이' 등 국보·보물 100여점, 한국 근현대미술 2200여점, 서양 근현대미술 1300여점 등 1만3000여점으로 알려졌다.

특히 파블로 피카소, 앤디 워홀, 사이트웜블리. 알베르토자코메티 대작등 수백억 원대 서양 근현대미술품 상당수는 벌써부터 해외미술계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김앤장법률사무소가 한국화랑협회, 미술품감정위원회,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등에 의뢰한 감정가는 최대 3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2018년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1조 원에 육박하는 금액으로 팔린 미국 기업가 록펠러 3세 부부의 컬렉션을 훨씬 능가하는 수준이다.

최근 삼성가의 상속세 납부 시한과 맞물려 재계와 미술계 관심사는 삼성가가 수조 원대 '이건희 회장 컬렉션'을 팔아 10조 원이 넘는 상속세 재원으로 활용할 것이냐는 점이다. 삼성 측에선 아직 구체적인 방침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유족의 선택은 국가 문화유산으로 남기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방식은 삼성문화재단 리움과 호암미술관,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4곳에 각각 성격에 맞게 기증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술계 일각에선 고인의 미술품에 대한 애정을 계속해서 기린다는 점 외에도 정부의 관리를 받는 국립중앙박물관이나 국립현대미술관보다 삼성문화재단의 삼성미술관 리움과 호암미술관에 기부하는 것이 더 낫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는 삼성미술관 리움이나 호암미술관 같은 사립이 국립중앙박물관이나 국립현대미술관 같은 국공립보다 스펙트럼이 넓고 다양성과 자율성을 띤다는 점에서 지지를 받고 있다. 또한 설립자의 높은 열정을 바탕으로 만들어지고 운영되므로 보다 열의에 차고 진지한 운영태도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게다가 공공미술관에 비해 사회 환경변화에 따르는 운영체계의 시기적절한 변화가 가능한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미술계에선 삼성미술관 리움이나 호암미술관 같은 사립이 공공미술관에 비해 사회 환경변화에 따르는 운영체계의 시기적절한 변화가 가능한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삼성미술관 리움 홈페이지 캡처
미술계에선 삼성미술관 리움이나 호암미술관 같은 사립이 공공미술관에 비해 사회 환경변화에 따르는 운영체계의 시기적절한 변화가 가능한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삼성미술관 리움 홈페이지 캡처

문화교육계 저명인사 A씨는 "교육 분야에서 사적 재원을 바탕으로 설립된 사립학교가 국공립학교와 함께 우리나라의 국민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미술관은 국가의 역사와 문화, 예술의 보존과 향수를 위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관들 가운데 대표적인 기관이므로 국공립 미술관 외에 사적 재원으로 설립된 사립 미술관이 국민문화 (K 아트)를 담당하는 축이 되어야 한다"며 "공공성을 띤 문화적 자산으로서의 미술품을 모든 국민이 문화적으로 향유할 수 있도록 미술관 운영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술전문가 B씨는 "해외사례에서 보면 고미술품 같은 국가 문화재로 지정 될 수 있는 미술품이 아닐 경우 정부보다 민간이 훨씬 더 운영체계의 유연성과 다양성으로 사회에 기여도가 높게 보존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사립미술관의 확대 발전을 주장했다.

◆ 상속세 물납제?…삼성가 의견 듣지 않은 현재 논의 사실상 무의미

이건희 회장 별세로 유족이 떠안게 된 10조 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상속세를 미술품으로 납부하는 물납제를 도입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재 주요 외국에서는 '상속세 물납제'가 시행 중이다.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한국미술협회·한국박물관협회 등 문화계 단체와 인사들은 지난 3일 대국민 건의문을 발표하고 ‘상속세의 문화재·미술품 물납제’ 도입을 호소했다. 개인 소장 미술품이 상속 과정에서 급히 처분되고 일부는 해외로 유출되면서 문화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정부는 문화계의 물납제 도입 건의와 관련해 검토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납이란 현금이 아닌 다른 자산을 정부에 넘기고 해당 자산의 가치만큼을 세금 납부로 인정받는 제도다. 현행법은 상속세를 문화재나 미술품으로 납부하는 물납제를 허용하지 않는다. 물납 대상은 부동산과 유가증권으로 한정돼 있다.

물납 대상이 확대되려면 세법 개정이 필수다. 결국 실제 도입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섣부르다. 하지만 유족인 삼성가의 의견을 듣지 않은 현재의 논의도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마디로 소유자의 판단을 듣고 관련 도입 여부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는 의미다. 즉 삼성가가 자유롭게 결정하고 그 결정을 존중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조세전문 C교수는 "그림으로 상속세 물납얘기들이 나오는데 그것은 전적으로 소유자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했고, D교수는 "특히 미술품 가치평가에서 납세자와 당국이 서로 가격이 다를 수 있어 세액 논쟁으로 갈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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