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송대익은 먹다 만듯한 치킨과 2조각이 모자란 피자 영상을 내보냈는데 이는 모두 조작임이 밝혀졌다. /송대익 유튜브 캡처 |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온라인상에 사회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인플루언서(Influencer)의 활동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온라인 스트리밍, SNS를 통하여 자신들의 인지도를 쌓고, 이를 이용하여 수익을 얻는 구조가 연결되면서 신종 직업으로도 각광받고 있는 인플루언서의 신세계를 IMR(Influencer Multi-Platform Ranking)의 도움을 받아 조명한다. IMR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인플루언서들의 데이터를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하여 랭킹화 하는 서비스다. <편집자 주>
[더팩트|최수진 기자] 2020년은 유튜브가 디지털 동영상 '제국'으로서의 입지를 보다 견고히 다진 해다. 그러나 유튜브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유튜버들을 둘러싼 각종 논란이 끊이질 않고 저급한 콘텐츠가 폭증해 유튜브 생태계의 건강성에 대한 의심의 목소리가 높아진 해이기도 하다. 유튜브 생태계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가? 이대로 괜찮은 걸까?
◆부족한 것 : 유튜버들의 도덕적 행동과 양심
올해 유튜브 업계에 핵폭탄급 파장을 일으킨 사건은 '뒷광고'(광고 및 홍보 대가를 받았음에도 받지 않은 것처럼 꾸미는 행위) 논란이다. 뒷광고 논란은 지난 8월 유튜버 '참PD'(본명 이세영)가 라이브 방송에서 "사실상 거의 모든 한국의 유튜버들이 뒷광고 혐의를 피해갈 수 없으며 그동안 시청자와 구독자들이 모두 속아왔다"고 폭로하면서 시작됐다.
실제로 200~400만 구독자를 거느린 '보겸', '문복희', '햄지', '양팡' 등 대형 유튜버들이 뒷광고를 시인하고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거나 은퇴를 선언했다. 당시는 뒷광고에 대한 법적 가이드라인이 명확히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법적 잘못보다는 시청자들을 기만한 그들의 도덕성이 더 큰 문제로 부각됐다. 유튜버들의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 제품)이라는 말을 철썩같이 믿었던 수 백 만의 구독자들이 실망한 채 안티팬으로 돌아섰다.
조작된 영상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가 거짓임이 들통나 망신을 당한 경우도 있다. 지난 7월 유튜버 송대익은 배달시킨 피자와 치킨의 일부를 배달원이 무단취식한것 같다는 내용의 이른바 '배달원 먹튀' 영상을 게재했다가 논란이 크게 일자 연출된 영상이었다며 사과했다. 그의 비양심적인 행동은 한 달만에 구독자 35만 명을 잃는 결과를 낳았다.
이에 앞서 유튜버 '아임뚜렛'(본명 홍정오)은 투렛 증후군(틱 장애)을 앓고 있다고 고백하며 자신의 일상을 공개해 한달만에 40만 명의 구독자를 모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으나 틱 장애를 앓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조작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줬다.
유튜버들의 도덕적으로 건전하지 못한 사생활도 도마에 올랐다. 올해 가장 큰 인기를 얻었던 유튜브 군대 예능 '가짜 사나이' 출연진들은 각종 의혹과 구설에 올라 큰 곤욕을 치뤘다. 교관으로 출연한 이근의 '빚투' 논란, 가짜 유엔(UN) 근무 경력 의혹, 성폭행 및 폭행 전과 폭로에 이어 '로건'(본명 김준영)과 정은주의 퇴폐업소 출입 의혹까지. 출연진들의 도덕성에 대한 엄청난 비난이 쏟아졌고 결국 지난 10월 '가짜 사나이' 측은 시즌2의 방영 중단을 선언한 채 모든 콘텐츠를 삭제했다. '가짜 사나이'는 짧은 영광을 뒤로하고 그렇게 씁쓸히 퇴장했다.
한국 문화를 해외에 알려 인기를 얻은 유튜버 '영국 남자' 조쉬(본명 조슈아 캐럿)와 요리연구가 '국가비'(본명 국가브리엘라) 부부도 시청자들의 도덕적 심판을 받고 지난 10월 잠정 활동중단을 선언했다. 이 부부는 지난 10월 초 영국에서 한국으로 입국한 뒤 자가격리 기간에 지인·가족과 생일파티를 열어 방역수칙을 어긴 것이 아니냐는 비난을 받았다.
이 뿐 아니라 국가비가 한국에 건강보험료를 납부하지 않는데도 치료를 위해 한국에 찾아온 점, 조쉬가 국내 구독자들을 통해 거둔 수익에 대한 세금을 영국 정부에만 납부한 점에 대한 '괘씸죄' 논란에 휩싸였다. 결국 자숙하겠다는 글을 남긴 채 부부는 사라졌다.
'가짜 사나이' 시즌2의 참가자 14명은 훈련을 다 마치지 못하고 방영 중단 결정에 따라 중도 하차했다. /피지컬갤러리 유튜브 캡처 |
◆넘치는 것 : 무차별 폭로와 저급 콘텐츠
올해 유튜브 업계와 관련한 각종 사건사고 뒤에는 조회수를 높여 돈을 벌기위해서 무차별 폭로와 자극적 콘텐츠 제작을 마다하지 않는 소위 '사이버 렉카'들의 엄청난 활약(?)이 있었다. '사이버 렉카'는 마치 교통사고가 나면 잽싸게 달려오는 렉카(견인차)처럼, 사건이 터지면 곧바로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자극적인 내용을 짜깁기해 영상으로 올리는 일부 유튜버들의 행태를 조롱하는 표현이다.
앞서 다룬 '가짜 사나이' 출연진들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구설 뒤에는 모두 사이버 렉카들이 있었다. 진실 여부와 관계없이 출연자들의 사생활을 유튜브 상에서 무차별하게 폭로했고 그 과정에서 '성착취', '몸캠 피싱'과 같은 자극적인 단어들을 사용해 시청자들의 클릭을 유도했다.
그러나 이근의 각종 의혹을 제기한 유튜버 김용호의 경우 대부분의 사안에 있어 근거가 부족하고 입증되지 않은 주장을 하고 있어 이근이 법적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로건과 정은주의 의혹을 제기한 '정배우'(본명 정용재)도 게임 유튜버라는 당초 정체성을 버리고 사이버 렉카가 되어 이번 폭로에 앞장섰으나 현재 명예훼손죄 등으로 법적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지어 고인의 사망도 사이버 렉카들에게는 흥미로운 소재꺼리였다. 지난 2일 개그우먼 고(故) 박지선이 안타깝게 세상을 등진 사건과 관련해 '충격', '사망 원인' 등 자극적인 제목을 단 영상 수백 개가 유튜브에 올라왔다. 사회적 영향력을 감안해 언론에서도 사용을 자제하고 있는 '자살'이라는 단어도 마구잡이로 사용됐다.
한 예로,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는 스트리밍 방송 중 고(故) 박지선이 생전 피부질환으로 인해 얼굴에 화장을 전혀 할 수 없었다는 10분도 채 되지 않는 뉴스를 전달하면서 전체 방송 제목과 썸네일에 '화장 못하는 박지선'이라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자극적 글귀를 넣어 비난받았다.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는 개그우먼 고(故) 박지선의 사망을 방송 제목과 썸네일에 자극적으로 사용해 비난받았다. /유튜브 캡처 |
◆유튜브 생태계, 이대로라면 '괜찮지 않다'
유튜버들의 도덕적 양심 부재와 저급한 콘텐츠의 범람 속에서 유튜브 생태계는 점점 건강성을 잃어가고 있다. 이대로라면 앞으로 유튜버 업계는 '괜찮지 않다'.
다만, 몇몇 유튜버들을 중심으로 이러한 폐해에 대한 자정작용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어 일말의 희망이 보인다. 뒷광고 논란으로 은퇴한 유튜버 '쯔양'(본명 박정원)은 지난해 5월 영상 속에서 정기후원을 약속했던 한 보육원에 은퇴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기부를 하고 있는 것이 알려져 마음을 훈훈하게 했다.
평소에도 기부하는 모습을 자주 영상에 담았던 인기 유튜버 '허팝'(본명 허재원)은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자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며 KF마스크 1만 개를 나눠주는 모습을 영상에 담아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시청자들에게 긍정적인 역할 모델이 되는 이러한 유튜버들이 더욱 늘어난다면 유튜브 생태계는 곧 다시 건강해질 수 있지 않을까? 그들의 선한 영향력을 믿어본다.
jinny0618@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