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언서 프리즘] 여행 인플루언서들의 코로나 시대 생존 법칙
입력: 2020.11.19 00:00 / 수정: 2020.11.19 07:28
여행 유튜버 리네어리스는 패션업체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팔로워들에게 여행지에 어울리는 패션 스타일 및 아이템을 추천한다./리네어리스의 인스타그램 캡처
여행 유튜버 리네어리스는 패션업체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팔로워들에게 여행지에 어울리는 패션 스타일 및 아이템을 추천한다./리네어리스의 인스타그램 캡처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온라인상에 사회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인플루언서(Influencer)의 활동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온라인 스트리밍, SNS를 통하여 자신들의 인지도를 쌓고, 이를 이용하여 수익을 얻는 구조가 연결되면서 신종 직업으로도 각광받고 있는 인플루언서의 신세계를 IMR(Influencer Multi-Platform Ranking)의 도움을 받아 조명한다. IMR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인플루언서들의 데이터를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하여 랭킹화 하는 서비스다. <편집자 주>

[더팩트 | 최수진 기자] 우리는 지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많은 불편과 희생을 감내해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전 세계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든 사람들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수 개월째 세계여행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여행 인플루언서들은 특히 더 큰 직격탄을 맞았다. 세계여행 콘텐츠를 주로 제작하는 여행 인플루언서들은 하늘·땅·바닷길이 막히면서 영상 제작이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단순히 ‘폐업’을 선언하지 않고 생존 돌파구를 찾는 시도를 계속해오고 있다. 이들의 생존 방식은 무엇일까.

생존법칙 1. 이색적이고 새로운 콘텐츠로 전환하라

주전공 대신 부전공을 살리는 여행 인플루언서들이 있다. 이들은 여행과는 전혀 상관없는 새로운 분야에서 이색적인 콘텐츠를 개발해 시청자들의 마음을 다시 한번 사로잡아 보겠다는 전략을 사용한다. 유튜브 채널 ‘희철리즘(Heechulism)’을 운영하는 윤희철 씨는 구독자 50만명을 보유하고 있는 여행 인플루언서다.

그는 다른 나라로의 여행과 야외활동을 자제하라는 정부의 권고에 여행 관련 콘텐츠를 계속 제작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최근 ‘영앤리치’라는 새로운 콘텐츠를 기획해 다양한 분야에서 어린 나이에 큰 성공과 부를 얻은 사람들의 노하우를 들려주고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여행과는 전혀 다른 분야에서 새로운 걸음을 내딛은 것이다.

유튜브 채널 ‘채코제(Channel Korean Jay)’를 운영하는 박재일 씨도 언제 다시 여행을 자유롭게 떠날 수 있을지 몰라 채널 운영에 대해 깊은 고민에 빠졌었다. 고민 중에 그는 자신의 새로운 보금자리인 옥탑방 생활을 영상에 담는 것이 재미있겠다고 생각해 ‘슬기로운 옥탑 생활’ 콘텐츠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옥탑방 셀프 인테리어 하기, 냄비로 커피 만들어 먹기 등 지극히 현실적인 옥탑방 생활기를 담은 그의 영상들은 세계여행 영상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여행 유튜버 박재일씨는 옥탑방 셀프 인테리어기 등을 담은 ‘슬기로운 옥탑 생활’ 콘텐츠를 제작한다.

생존법칙 2. 하늘길만 길인가? 땅길과 바닷길을 이용하라

비록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이전처럼 자유롭게 여행을 다니기는 어려워졌지만 ‘여행’을 주된 콘셉트로 활동하는 본인의 정체성을 버리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여행 인플루언서들이 있다. 이들은 가장 제약이 많은 하늘길 대신 땅길과 바닷길을 통해 여행을 하기 시작했다.

세계여행 대신에 국내 여행과 관련된 콘텐츠 제작으로 눈길을 돌린 것이다. 유튜버 ‘그래쓰’(본명 김수인)와 ‘더티’(본명 김옥선)가 운영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 ‘여락이들_’은 57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세계여행 채널이다. 이들은 최근 울릉도, 제주도, 양평 등 국내를 여행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제작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국토대장정하는 모습을 담은 콘텐츠의 경우 무릎 부상으로 중도 포기하는 모습을 담았는데, "성공하지 못한 여행기가 오히려 신선하다"는 평을 받는 등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시청자들의 공감과 관심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여행 유튜버 ‘그래쓰’와 ‘더티’는 코로나19 이후 국내 여행 위주의 콘텐츠를 제작한다./유튜브 ‘여락이들_’ 캡처
여행 유튜버 ‘그래쓰’와 ‘더티’는 코로나19 이후 국내 여행 위주의 콘텐츠를 제작한다./유튜브 ‘여락이들_’ 캡처

여행 유튜버 ‘그래쓰’와 ‘더티’는 코로나19 이후 국내 여행 위주의 콘텐츠를 제작한다. [유튜브 ‘여락이들_’ 캡처] 이 외에 이스라엘, 이집트 등 특색있는 국가들을 여행하기로 유명했던 49만 구독자 채널 ‘빠니보틀(Pani Bottle)’, 100일간의 세계여행으로 인기를 모은 20만 구독자 채널 ‘쏘이 Soy The World’ 등에서도 최근에는 국내여행에 초점을 맞춘 영상들이 제작되어 올라오고 있다.

세계 각국의 낯설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던 콘셉트에서 국내여행과 관련된 ‘꿀팁’을 알려주고 잘 알려지지 않은 동네 명소를 소개하는 콘셉트로 변화를 추구한 것이다. 국내뿐 아니라 국외 인플루언서들도 이 전략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한 예로, 인스타그램 계정 ‘wanderreds’을 운영하고 있는 스페인의 로하스(Alvaro Rojas)씨는 전 세계 곳곳을 누비며 여행하던 여행 인플루언서였다. 그는 이제 뉴노멀 시대에 적응한 여행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로드트립이 가능한 인적이 드문 여행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국내 소도시 등을 소개하는 식이다.

◆생존법칙 3. 새로운 파트너를 찾아라

코로나19의 위기에서 여행 인플루언서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콘텐츠에 대한 고민 이외에 다른 고민이 또 필요하다. 바로 ‘파트너십’에 관한 고민이다. 여행 인플루언서들은 과거의 주된 파트너이자 스폰서였던 여행 관련 업체들(항공사, 여행사, 호텔 등)과 더 이상 예전과 같은 관계를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고 말한다.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옛 파트너들을 대신할 새로운 파트너를 발굴해 내야만 재정적으로 생존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영리한 몇몇 여행 인플루언서들은 여행지의 로컬 식당이나 소매업체 등과 새롭게 손을 잡고 있다. 패션 업계, IT 업계 등 여행과는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분야의 업체들을 새로운 파트너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한 예로, 19만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의 여행 인플루언서 리네어리스(Ana Linares)씨는 코로나19 이후 호텔과 항공사 대신 제이크루(J.Crew), 앤테일러(Ann Taylor)와 같은 의류 업체들과 스폰서십을 맺었다.

여행지마다 어울리는 해당 브랜드의 옷과 악세서리 스타일을 추천해주고, 여행 사진과 영상 속에서 각 브랜드의 제품을 본인이 직접 착용하여 광고효과를 내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그녀는 코로나19 시대에 있어서 재정적 지원을 ‘다각화’하여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여행 유튜버 리네어리스는 패션업체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팔로워들에게 여행지에 어울리는 패션 스타일 및 아이템을 추천한다.

여행 인플루언서들은 여전히 모험을 즐기고 있다. 코로나19는 여행 인플루언서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그들은 이러한 소용돌이 속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생존 법칙을 하나씩 찾아가며 여전히 모험을 즐기고 있는 듯하다. 하늘·땅·바닷길이 다시 열릴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를 준비하면서 말이다. 그들의 여정은 지금까지 멈춘 적이 없고, 앞으로도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jinny0618@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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