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서종열 기자] 연예인에서 사업가로 변신했던 주병진씨가 '좋은사람들㈜'의 경영에서 물러난다.
좋은사람들㈜는 지난달 9일 공시를 통해 최대주주인 주병진씨가 보유주식 348만5,916주(30.0%)를 신생업체인 '이스트스타어패럴'에 270억원에 매도했다고 밝혔다. 회사측의 설명에 따르면 주병진씨는 앞으로 1년 동안 회사의 고문 혹은 자문 역을 맡으면서 그동안 맡아왔던 업무를 인수인계할 예정이며, 경영에서는 완전히 물러날 것으로 알려졌다.
의류업계에서는 주병진씨가 급작스레 본인소유의 주식을 매도한 것에 대해 의아해 하고 있다. 좋은사람들은 지난 18년동안 주병진씨와 함께 해왔던 기업이었기 때문이다.
◆ '보디가드' 패션내의로 매출액 1,200억원대 기록
MBC TV ‘일요일일요일밤에’ 메인 MC를 맡으며 인기절정을 구가하던 주병진씨는 지난 90년 ‘제임스딘’으로 이름으로 의류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하지만 연예인이 만드는 의류라는 점 이외에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이어 91년 “속옷도 패션이 될 수 있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외치며 ‘보디가드’를 출시하면서 주씨는 패션내의 업계의 다크호스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보디가드의 성공신화는 1,000억원대 매출을 올리는데까지 성장했다.
성장가도를 달리던 그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IMF로 인한 경기침체였다. 이로 인해 주씨의 사업은 제자리 걸음을 거듭하다 지난 2003년에는 매출이 900억원대로 하락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패션내의 ‘예스’를 새롭게 선보이며 재기에 성공한 것. 좋은사람들㈜의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매출액은 1,200억원까지 성장했다. 또한 2005년 말에는 개인 명의로 터그컴퍼니를 설립, ‘터크 진’을 내놓으면서 청바지 분야로의 진출도 시도했다.
의류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병진씨는 사업을 직접 챙기면서, 모든 일에 신경을 쓰는 세심한 CEO스타일이었다”면서 “자신이 만든 제품에 하자가 발생하면 곧바로 해당부서를 불러 질책하는 등 각별한 애정을 쏟아었다”고 회고했다.
◆ 경쟁심화가 매각 촉매?...패션부분 진출 예상도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주병진씨의 사업은 2005년 무렵부터 정체를 겪는다. 당시 영업이익이 60억원(2005년)에서 77억원(2006년)으로 올랐다가 다시 51억원(2007년)으로 떨어지는 등 부침이 심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2005년 런칭했던 터크 진 역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한 채 결국 전국 매장에서 철수했다.
업계관계자들은 올해 4월 해외수출용으로 선보인 패션내의 브랜드 ‘J’가 국내에 역수입되면서 주병진씨가 보유지분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J’를 통해 재기를 꿈꿨던 주씨가 결국 포화된 내의시장으로 인해 주식매각까지 결심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내의업계는 트라이 브랜드의 약진 속에서 캘빈클레인(CK), 빅토리아 시크릿 등 해외업체들의 국내 진입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해외브랜드와의 경쟁 속에서 하락하는 영업이익이 결국 주병진씨의 사업의지를 꺾은 것으로 보인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그러나 업계는 주병진씨가 주식매각 대금으로 내의가 아닌 패션부문으로 갈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의류에 대한 주씨의 열정이 사그라들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어서다.
인기절정의 연예인에서 매출액 1,200억원대의 중견기업 CEO로 변신했던 주병진. 갑작스러운 회사매각과 인수회사를 둘러싼 의혹 등은 여전히 그를 구설수에 오르내리게 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주병진이 앞으로 또 어떤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줄지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