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와핑은 개인성향이지만 호기심보다 혐오감 들어
어떤 행위일까, 어떤 기분일까 등 단순한 호기심을 가질 수는 있겠지만 실제로 행동할
수는 있을까.
따라서 본지는 30, 40대 여성 각각 40명씩을 상대로 긴급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들은 모두 기혼자들로 모두 아이가 있는
가정의 어머니들이었다.
이들은 “스와핑을 해볼 의향이 있습니까?”란 질문에 30대 여성은 40명 전원이 “전혀 없다”고 답했고, 40대
여성 40명 중 5명은 “가능성은 생각해볼 수 있다”고 답했다. 여성들로서는 대부분 스와핑이란 행위 자체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혐오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에 참여한 김모(32·회사원)씨는 “개인적인 성향이고 취향이긴 하지만 아무리 상대방에 질려 있는 권태기라 해도 도저히 못할 짓”이라고
말했다. 권모(35)씨 역시 “스와핑을 할 바에는 차라리 그냥 돈 주고 남자를 사서 혼자 조용히 놀겠다”며 “부부 서로의 동의가 있다 해도
스와핑은 맞바람보다 더한 배신행위나 다름없다”고 강하게 말했다.
설문에 참여한 여성들은 스와핑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이 대부분이었다.
위에서 답한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총 80여명의 여성들 중 거의 대부분이 “스와핑보다는 혼자 몰래 바람 피우는 게 낫다”고 입을 모았다. 한
여성은 “스와핑은 더러운 짓이다”고까지 말했다.
그렇다면 이런 여성들에게 남편이 “스와핑을 해보자”고 제의할 때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이번에 스와핑을 하다 적발된 부부의 대부분은 ‘남편의 권유’로 스와핑에 동참했다. 한 설문조사에서도 성관계의 시작이나 권유는 주로
남성들(95%)이 주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혹자는 스와핑이 한쪽의 외도가 아닌 부부의 교환섹스이므로 대단히 민주적이고 자유로우며
평등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진정한 자유는 합의가 아닌 당사자의 자유로운 선택이다. 실제로 스와핑이 부부의 합의에 민주적으로 결정되고 있는
것 같지만 대체로 남편의 권유에 의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미뤄볼 때 스와핑은 부부의 합법적 간통이 아니라 일방적 교환인 것.
이런 현상에 비춰 물은 “남편이 권유할 경우 ‘스와핑’에 동참할 생각이 있습니까?”란 질문에 30대 여성 40명 중 3명이 “동참 의사가
있다”고 답했고, 40대 여성은 40명 중 12명이 “동의할 수 있다”고 답했다.
30대 여성들의 대부분은 “그러자고 하는 남편이 미친
것”이라는 말부터 하며 격한 감정을 나타냈다. 직장인 안모(36·서울 송파구)씨는 “남편이 대놓고 공식적으로 말할 수 있을 화제도 아닐 뿐더러
한다고 쳐도 그 일을 계기로 부부사이가 나아지기보다는 문제가 더 많아질 것 같다”며 고개를 저었다. 주부 김모(34·서울 동작구)씨 역시
“물물교환도 아니고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며 “아이에게 부끄러운 부모가 되고 싶지 않다. 그런 짓을 하자고 말하는 사람이 내 아이의 아버지라면
이혼도 불사하겠다”고 강하게 부정했다.
30대 여성 중 “남편의 권유라면 동의하겠다”고 답한 A(33)씨는 “내가 믿고 있는 남편이 그런
제의를 할 정도라면 부부 사이에 심각한 문제가 있을 때일 것”이라며 “바로 ‘함께 하겠다’라고 답하지는 못하겠지만 긍정적인 결과를 낳는다
생각해볼 순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40대 여성들은 조금 달랐다. 설문에 응한 여성들 중 30%가 “할 수도 있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았기 때문. “남편의 스와핑 권유에 동의할 수 있다”다고 답한 B(48)씨는 “더 이상 서로에게 아무것도 느낄 수 없을 때가 있다”며 “만약
스와핑이 자극제가 되고, 서로를 다시 이성으로 바라보게 되어 제2의 신혼기가 올 수 있다면 동참할 의사가 있다”고 스스럼없이 말했다. 긍정적으로
답한 다른 11명의 여성들 역시 대부분 “서로가 참을 수 없이 미워질 때가 있다”며 “서로의 동의하에 하룻밤 즐길 수 있다”는 의견이었다.
이같은 결과는 한창 서로 부대끼며 치열하게 살아가는 30대와 어느 정도 아이가 자라고 생활이 안정권에 들어 권태기를 맞게 되는 40대 부부의
차이를 여실하게 보여준다.
아이가 둘 있는 C(45)씨는 “일찍 결혼해서 아이들도 다 독립을 하고 나니 우울증이 찾아올 정도로 결혼생활이 무료해졌다”며, “솔직히 색다른 성관계를 위해 기구도 이용해봤고, 야한 속옷을 입는 등 여러 가지 노력을 했었다”고 고백했다. C씨는 “권태기에 있는 부부가 ‘성’에 대해 과도한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모두 서로를 위한 일”이라 덧붙였다. C씨의 말처럼 40대 여성들 중 긍정적인 답변을 한 여성들은 스와핑마저도 부부관계의 지속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보는 경우가 많았다.
권태기 겪은 40대가 30대보다 더 개방적
그러나 30대 여성들은 아직
권태기가 오지도 않았을뿐더러 부부관계 자체의 문제보다는 경제생활 및 아이의 교육에 정신이 없을 때라 스와핑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한
40대 부부보다 결혼생활년수가 적어서 다른 사람과 몸을 섞는다는 것에 혐오감을 보이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스와핑은 고대 그리스를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종교적인 관점에서 행해져 오다가 현대에 이르러서는 단순한 성행위의 한 방법으로 여겨지게 됐다.
정신과에서는 스와핑을 하는
이들을 성도착증 환자나 섹스 중독자로 보기도 하고, 일부 학자들에 의해 도덕불감증, 원초적 본능의 과잉으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정확한 의학적
정의는 내려져 있지 않다.
외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있어왔던 성행위 방법이고, 2004년 미국, 영국 등지에서는 일정기간동안 아내 혹은
남편을 교환해주는 TV프로그램도 방영된 바 있다.
국내에서의 스와핑 문화는 2000년 이후부터 수면 위로 떠올랐다. 각종 영화나
드라마에서 다뤄지며 사회적 문제가 됐던 스와핑은 지난달 28일,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가 스와핑사이트를 적발하면서 그 실체가 드러났다.
적발된 스와핑 사이트 운영사 L(39)씨는 지난 2005년 3월에도 음란사이트를 운영하다 적발돼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난 적이 있는
인물로, 2005년 적발됐던 기존 사이트 도메인에 화상채팅 등의 메뉴를 추가해서 음란사이트를 계속 운영해오다 사이버범죄수사대에 적발됐다.

경찰에 따르면 운영자 L씨를 비롯한 이들 10명의 회원들은
스와핑이나 쓰리섬 섹스를 1~7회씩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이들 중에는 부부 3쌍이 한꺼번에 스와핑을 한 경우도 있고, 2쌍의
부부가 성관계를 할 때 다른 회원이 옆에서 지켜본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이에 경찰은 “정보통신윤리위원회를 통해 다음 주 쯤 이 사이트를
폐쇄할 예정”이라며 “유사음란사이트에 대한 수사도 계속 벌이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이어 “법적으로 처벌할 수는 없지만 ‘스와핑’을 하는
과정에서 돈이 오갔다면 이는 성매매에 해당되고, 배우자 혼자 몰래 동참했다 해도 간통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곧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는 결혼생활이 식상해진 두 부부의 엇갈린 사랑을 다뤘다. 부부의 합의 하에
이루어지는 의도적 스와핑은 아니지만 영화 안에서 두 쌍의 부부가 서로의 배우자와 성관계를 가지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스와핑을 하게 되는 것.
이 영화 외에도 <클럽버터플라이>등 스와핑을 소재로 한 영화들은 사회현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성윤리의 무절제함이 퍼져
있는 한국 사회의 거울인 것이다.
절대적인 표본일 수는 없지만 설문조사에 응한 여성들이 대부분 스와핑에 대해 부정적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아직 부부간의 윤리를 더 중시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남편의 권유라면’이란 전제가 붙으면 윤리의 벽은 허물어진다.
부부 3쌍이 함께 스와핑 2쌍 성관계 지켜보기도 해
신경정신과의
김혜남 전문의는 이런 현상에 대해 “여성은 상대적으로 성에 억압되어 왔기 때문에 남성이 주로 리드해온 경향이 몸에 배어 남성이 주도하면 동참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개인적인 성적욕구의 다양성과 쾌락의 정도에 따른 성향이겠지만, 정상적 성행위는 분명 아니다. 정신질활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학적으로 보기 이전에 스와핑은 가정의 기둥으로서, 아이의 부모로서 다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고 당부했다.
스와핑의 역사-스와핑은 짜릿해?
존 맥머트리(John McMurtry)는 가장 문명화된 결혼형태인
일부일처제가 과도한 성적 억압과 폐쇄성 때문에 불안, 소외, 질투, 음란성 등의 심리적 문제를 유발시킨다고 지적했고, 일각에서는 “스와핑이
진보된 방식의 섹슈얼리티”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스와핑은 일반적 성행위가 아닌 변태적 성행위일 뿐이다. 스와핑을 즐기는 이들이 “스와핑은
짜릿한 성관계의 재발견”이라고 주장해도 사회학·의학적으로 그들은 변태적 행위자로 구분되는 것.
이 스와핑의 유래는 고대 스파르타
시대에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많은 전쟁을 치르면서도 인구가 적었던 스파르타는 ‘건강한 사내아이’를 낳을 수 있는 아내가 있는 것이 가장 큰
자랑거리였다. 건강한 아이를 강하게 키워내는 풍토를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해 스파르타인들은 건강한 아내를 형제나 친구에게 기꺼이
빌려주기도 했다. 이때의 스와핑은 여성을 재산의 일부로 생각한 남성들의 권력행사였다.
중국에서도 환처(煥妻)와 전처(典妻)란 풍습이
존재했는데, 환처는 아내를 바꿔 섹스를 즐기는 것이고, 전처는 말 그대로 아내를 빌려주는 것이다. 이에 관련 중국 고전에는 신하 ‘박’이 왕에게
서로의 아내를 교환해 섹스하자고 제안했다가 결국 왕에게 아내를 빼앗긴 후 후회했다는 이야기, 많은 빚을 지게 된 ‘서건’이란 자가 친구
‘왕성’에게 아내를 빌려주고 빚을 갚았으나 아내는 결국 “아내하나 지키지 못하는 사람과 살 수 없다”며 떠나가고 말았다는 이야기가 많다. 이때만
해도 아내는 남성들의 소유물로서 스와핑이 행해졌다.
이후 1940년 미군장교들이 숙소현관열쇠를 섞어놓고 제비뽑기로 당첨된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Key Club(열쇠모임)’으로 다른 이의 부인과 섹스를 하면서 스와핑이 사회적 음성행위로 변모됐다.
스와핑의 주된 목적은
스릴과 낯설음, 합의된 외도에서 오는 성적쾌락의 극대화다. 사회 역시 성욕을 억압하기보다는 그 발산을 위해 변모해가고 있으며, 이러한 성욕을
극대화하기 위한 각종 변태적·극단적 처방이 난무하고 있다. 윤리보다 쾌락이 중시되는 사회 속에서 일찍이 심리학자로 유명한
프로이트(S.Freud)가 “인류의 문명적 요소는 성욕의 무한정한 발산이 아니라 승화로부터 오는 것”이라고 했던 말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일요시사 문다영 기자ㅣ더팩트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