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임산부 배려석 민원 봇물…'인증 태그' 제안도
입력: 2024.11.09 00:00 / 수정: 2024.11.09 00:00

'상상대로 서울'에 제안 쏟아져…"눈치보지 않고 이용해야"
서울교통공사 "비용 대비 운영 효과 자료가 부족…홍보 강화"


임산부가 임산부 배지를 달고 있지만 임산부 배려석에 앉아 있는 남성은 스마트폰만 바라보고 있다. /이덕인 기자
임산부가 임산부 배지를 달고 있지만 임산부 배려석에 앉아 있는 남성은 스마트폰만 바라보고 있다. /이덕인 기자

[더팩트 | 김해인 기자] 서울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 운영 방식을 '인증 기반'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의견이 꾸준하다. 최근 저출생 문제에 경고등이 켜진 만큼 배려 문화가 확산될지 주목된다.

시민 A씨는 지난달 23일 시민 제안 플랫폼 '상상대로 서울'에 "임산부 배지, 휴대폰 앱 등 임산부임을 인증할 수 있는 시스템에 태그를 완료한 뒤에만 좌석이 자동으로 활성화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현재 서울시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은 임산부를 위한 자리 배려 취지로 운영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비임산부 승객들이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임산부들이 좌석을 이용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라고 제안 이유를 밝혔다.

이어 "임산부가 필요할 때만 좌석이 활성화되면 배려석이 잘못 사용되는 문제가 없어진다"며 "임산부들이 눈치를 보지 않고 편안하게 자리를 이용할 수 있어 배려석의 본래 취지에 부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제안은 이틀 만에 공감수 50개를 돌파했다. 30일 동안 50명 이상이 공감하면 서울시 담당 부서는 반영 여부를 검토한 뒤 공개 답변을 해야 한다.

8개월 차 임신부가 지하철 2호선 임산부 배려석 앞에 서 있다. 게임하는 임산부석 일반 승객. /이덕인 기자
8개월 차 임신부가 지하철 2호선 임산부 배려석 앞에 서 있다. 게임하는 임산부석 일반 승객. /이덕인 기자

이외에도 바닥 라이트 설치, 알림음 기능 추가 등 다양한 제안이 접수됐다.

서울 광진구에 사는 임산부 B씨는 "임신 초기에도 입덧 등으로 출퇴근이 힘들었는데 배가 불러오며 점점 더 힘들다. 승객들은 주로 휴대폰을 보기 때문에 눈치 채고 비켜주는 경우가 없다"며 "임산부가 타면 배지에 반응해서 벨이 울리는 방식도 좋을 것 같다"고 건의했다.

서울시는 임신·출산을 장려하고 임산부 배려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지난 2013년부터 전국 최초로 열차 좌석 중 일부를 임산부 배려석으로 운영하고 있다. 의자 색상을 핑크색으로 눈에 띄게 표시하고, 의자 뒤쪽에 엠블럼을, 의자 밑에는 바닥 표지를 부착했다.

하지만 인구보건복지협회의 '2023년 임산부 배려 인식 및 실천 수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임산부 배려석을 이용해본 임산부 중 42.2%는 '이용이 쉽지 않다'고 응답했다. 임산부 배려석 개선방안에 시민 제안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서울에 이어 임산부 배려석을 설치한 다른 지방자치단체 중 알림 센서를 추가한 사례도 있다.

부산시는 2017년 IoT 기반 임산부 배려석 알리미 서비스 '핑크라이트'를 도입하고, 올 5월 핑크라이트 모바일 앱을 출시했다. 발신기를 가진 임산부가 열차를 타면 수신기에서 자리 양보를 권하는 불빛과 음성이 나온다.

광주시는 2022년 7월부터 임산부 배려석에 사람이 앉으면 '고객님께서는 임산부 배려석에 앉으셨습니다'라는 음성이 나오는 알림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대전시도 같은해 12월부터 알림 시스템 '위드 베이비'를 도입했다.

부산시는 2017년 임산부 배려석 알리미 서비스 핑크라이트를 도입하고, 올 5월 핑크라이트 모바일 앱을 출시했다. /부산시
부산시는 2017년 임산부 배려석 알리미 서비스 '핑크라이트'를 도입하고, 올 5월 핑크라이트 모바일 앱을 출시했다. /부산시

다만 이같은 시스템은 오히려 임산부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임산부들은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임산부 배지 활용 '팁'을 공유하기도 한다.

시민 C씨는 "출퇴근길 임산부 배지를 가방 위쪽에 단다. 잘 보이게 어깨쪽으로 조절해두고, 걷거나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할 때는 뒤로 넘겨둔다"며 "임산부 배려석에 누가 앉아있다면 앉아도 될지 용기내서 물어본다"고 말했다.

이 게시글에는 "보고도 못 본 척 하는 사람들 이 많으니까 먼저 비켜달라라 해야 하는 현실이 슬프다", "임산부석은 비워져 있는게 제일 좋은 것 같다", "굳이 가서 말 안 해도 일어나게끔 임산부 배지가 근처에 오면 배려석에 진동이 오면 좋을 듯" 등 댓글이 달렸다.

서울교통공사는 매년 자체 설문조사를 통해 시민 의견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 올해는 조사 결과 임산부 배려석 '비워두기' 시민 선호도가 84%로 나타났으며, 임산부 배려석 비워두기 SNS 챌린지 등 신규 홍보 방안을 고안했다. 다만 성별·세대별 갈등 유발 우려로 장치 도입은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인위적 장치 도입을 검토한 바 있지만, 비용 대비 운영 효과에 대한 자료가 부족하다"며 "핑크라이트를 설치한 부산교통공사와 비교 시 수송인원 및 혼잡도가 높고, 설치비는 42억, 유지보수비는 연 약 3억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교통약자 배려석의 형태로 운영되는 상황에서 강제성 의미로 비춰질 수 있어 (인위적 장치) 도입에 신중한 입장"이라며 "이를 고려해 임산부 배려석 캠페인 및 홍보를 통해 시민 인식이 개선되도록 꾸준히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h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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