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 메시지에, 보라색 손가락 리본 물결
참사 현장 경험 학생들 "아직도 무력감"
29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문화관 앞에 마련된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 추모공간'에 추모 포스트잇이 붙어있는 모습. /김시형 기자 |
[더팩트ㅣ김시형 기자] "기억은 함께 할 때 더 큰 힘을 가집니다."
29일 낮 12시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 마련된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 추모공간'을 찾은 재학생 최모(23) 씨는 이렇게 말했다.
서울대 중앙동아리 관악중앙몸짓패는 이날 교내 문화관 앞에서 '이태원 참사 2주기 추모행동. 별들의 이름 함께 기억하기' 행사를 열었다. 무거운 표정으로 문화관 앞에 모인 학생들 20여명은 추모 포스트잇을 붙이고 손가락에 보라색 리본을 묶었다. 한 손에 간식을 들고 뒤에 서서 경청하는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사회를 맡은 사회복지학과 4학년 전모(23) 씨는 "지난 2년 동안 수많은 시민들이 진상규명을 위한 싸움을 이어왔지만, 그 시간은 이태원 참사와 핼러윈데이를 터부시하는 사람들의 장벽에 가로막힌 시간이기도 했다"며 "참사를 얘기하고 그 기억을 통해 진실을 요구하는 당연한 목소리마저 숨죽이게 만드는 분위기에 맞서 그날의 기억에 대해 계속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씨는 "대학 내에서 참사를 기억하고 행동할 수 있는 시간이나 공간이 부족해 한 달여 전부터 추모 행사를 기획했다"며 "학생 개개인이 혼자 추모하는 것보다 함께 애도했을 때 힘이 커지고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참사 당일 이태원에 있었다고 밝힌 국어교육과 재학생 김모 씨는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가 점점 풀리고 있던 2022년 핼러윈에 오랜만에 방문했다"며 "그러다가 참사를 알게 돼 무서운 마음에 귀가했지만, 아직 우울감과 무력감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아마도 제 인생 내내 이 감정들을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태원 참사로 인생에 대한 태도가 바뀌었다"며 "비슷한 상황을 목격할 때 가장 먼저 달려가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하는 게 제가 생각한 이태원 참사를 기억하고 애도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경제학과 4학년 최모 씨는 "참사 당시 희생자들의 나이대와 비슷하기도 하고, 그냥 다른 사람의 일이라고 할 수 없어 추모하기 위해 참석했다"며 "참사 이후 사람들이 밀집한 행사 조심성이 사회적으로 증가했지만 이를 지속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어국문학과 재학생 신모 씨는 "추모제 참석만으로도 행동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이 자리에 나왔다"며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일상적인 안전불감증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에 학교에서 하는 심폐소생술 교육 등에도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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