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연세대 유출' 수험생만 수사…학교 책임은 나몰라라
입력: 2024.10.23 15:23 / 수정: 2024.10.23 15:23

연대, 수험생 수사 의뢰…고의성 입증
"수험생에 책임 전가 바람직하지 않아"


23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연세대의 고발에 따라 온라인 문제지 일부를 찍어 올린 수험생 6명과 시험 공정성 훼손 여부 등을 수사하고 있다. /뉴시스
23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연세대의 고발에 따라 온라인 문제지 일부를 찍어 올린 수험생 6명과 시험 공정성 훼손 여부 등을 수사하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조소현 기자] 경찰이 2025학년도 연세대학교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시험 문제 유출과 관련해 수험생 6명을 업무방해 등 혐의로 수사 중이다. 연세대가 추가 수사 의뢰한 시험의 공정성 훼손 여부 수사대상도 시험지 유출에 따른 수험생의 부당 이득 여부로 사실상 특정됐다. 고의성 입증 여부가 쟁점이라 수사에 난항이 예상되는 가운데 결국 수험생들만 수사대상으로 삼으면서 학교가 책임을 회피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3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연세대 고발에 따라 문제지 일부를 찍어 온라인에 올린 수험생 6명을 수사하고 있다. 연세대는 지난 15일 문제지를 촬영해 온라인에 게시한 수험생 2명과 특정되지 않은 4명 등 총 6명을 업무방해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수험생들 수사의 쟁점은 고의성 입증 여부다. 문제는 시험 감독관의 관리·감독 소홀로 발생한 사건인 만큼 수험생들이 고의로 대학의 시험을 방해했는지를 입증하는 데 어려움이 예상된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수험생 입장에서 문제를 유출해 대학의 업무를 방해하려 했다기보다는 휴대전화로 시험지를 찍어놓은 형태였기 때문에 수사를 해도 수험생의 고의성을 입증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시험지를) SNS에 올린 행위는 있지만 일부러 문제 유출을 계획한 것은 아닐 것 같아서 업무방해의 고의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경찰은 수험생들의 업무방해 혐의와 관련 고의성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 다만 이번 일은 시험 감독관의 관리·감독이 소홀해 발생한 일인 만큼 수험생들이 고의로 대학의 수험 업무를 방해하려 했는가를 입증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헌우 기자
경찰은 수험생들의 업무방해 혐의와 관련 고의성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 다만 이번 일은 시험 감독관의 관리·감독이 소홀해 발생한 일인 만큼 수험생들이 고의로 대학의 수험 업무를 방해하려 했는가를 입증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헌우 기자

시험 감독관에게 형사 책임을 지우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역시 고의성이 없기 때문이다. 양윤섭 법률사무소 형설 변호사는 "감독관이 특정 수험생과 공모해 고의로 시험 중 휴대전화를 쓰게 했다는 등의 특별한 정황이 있으면 업무방해 혐의 공동정범이 되겠지만 학교의 업무를 방해할 고의가 없었고 과실에 의해 업무방해의 결과가 발생했다면 업무방해 혐의로 의율하긴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도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하기는 애매하다"며 "시험 관리·감독에 소홀해 시험 공정성이 훼손됐다면 내부 징계 정도로 처리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세대가 지난 16일 추가로 의뢰한 시험 공정성 훼손 여부 수사도 결국 수험생들이 주된 수사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연세대 입학처 관계자는 "부당한 이득을 본 수험생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 수사를 의뢰했다"고 설명했다.

경찰 수사대상이 사실상 수험생들로 좁혀지면서 연세대가 모든 책임을 수험생들에게만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애당초 시험지 배부 실수는 학교 측 책임이지만 연세대는 시험 공정성 훼손을 가린다면서도 관리·감독 부실이라는 학교 측 책임에 대해서는 정작 조사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특히 시험 감독관 징계도 수사 결과를 보고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연세대 입학처 관계자는 "경찰이 조사할 것"이라며 "모든 내용이 수사 범위에 포함돼 있다. 자료를 제출했고 수사 결과가 나오면 설명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재시험 여부와 관련해서도 "(재시험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어떤 것도 말씀드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휴대전화를 걷지 않은 상황에서 시험지가 배부됐기 때문에 1차적인 책임은 시험 감독관에게 있다"며 "학교의 과실이었는데 (수사를 통해) 수험생에게만 책임을 전가시키는 형태는 바람직한 해결방안은 아니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sohyu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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