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 피해 우선이라 감독관 조사나 처분 아직"
15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연세대는 논술 시험 문제 유출과 관련해 경찰 수사 의뢰를 검토하고 있다. 현재 법률 검토 중이며 조만간 구체적인 대상을 특정해 경찰에 수사 의뢰할 방침이다. /뉴시스 |
[더팩트ㅣ조소현 기자] 연세대학교가 2025학년도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 시험 문제 유출 사건을 조만간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다만 내부 시험 관리·감독 부실 관련 조사는 후순위로 미루면서 책임을 회피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연세대는 논술 시험 문제 유출과 관련해 경찰 수사 의뢰를 검토하고 있다. 현재 법률 검토 중이며 조만간 구체적인 대상을 특정해 경찰에 수사 의뢰할 방침이다. 연세대는 "수사 의뢰를 하려면 범죄 요건이 확정돼야 한다"며 "최대한 빨리 경찰 조사를 의뢰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우선 수사 의뢰 대상에는 일부 수험생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시험지를 촬영해 올린 행위 등이 포함될 전망이다. 연세대는 수험생의 경우 학교 자체적으로 조사할 권한이 없어 수사 의뢰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연세대는 지난 13일 논술 시험 문제 유출 논란이 일자 자체적으로 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이후 사진 속 문제지나 답안지 필기 내용 등을 토대로 당사자를 특정했다. 연세대 관계자는 "사전에 수험생들에게 휴대전화 촬영은 금지된다고 안내했다"며 "수사 의뢰 대상을 어디까지 할지는 모르겠지만 수험생을 직접 조사할 권한은 없다"고 말했다.
연세대학교가 2025학년도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 시험 문제 유출과 관련해 조만간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다만 공정성 훼손 여부를 판단하는 게 우선이라는 이유로 내부 시험 관리·감독 부실 관련 조사는 후순위로 미루면서 책임을 회피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더팩트DB |
하지만 정작 논술 시험 문제 유출의 원인이 된 관리·감독 부실 정황 조사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조사위원회는 지난 13일 문제가 된 고사장 감독관을 대면 조사했으나 현재까지 정확한 사실관계나 고의성은 확인되지 않고 있으며, 징계 여부 등도 결정된 것은 없다.
특히 연세대는 시험 공정성 훼손이 우선이라는 이유로 감독관 조사나 징계 등은 후순위로 미루고 있다. 대학 관계자는 "공정성이 훼손됐는지를 밝히는 게 시급해 감독관 조사나 처분은 우선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이어 "잘잘못을 따지기 보다는 수험생이 얼마나 피해를 입었는지를 밝히는 게 우선"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앞서 지난 12일 연세대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 시험이 치러진 한 고사장에서 감독관의 착각으로 문제지가 시험 시작 1시간여 전에 배부됐다가 회수됐다. 시험은 오후 2시 시작이었지만 감독관이 오후 1시로 착각해 낮 12시55분께 수험생들에게 시험지를 나눠준 것이다. 실수를 안 감독관은 오후 1시10분께 시험지를 회수했다. 이 과정에서 온라인에 문제 일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연세대 논술 친 거 인증하려고 찍었는데'란 제목과 함께 시험지 사진이 올라왔다. 논술 답안지와 문제지 위에 수험표와 주민등록증이 올려진 상태로, 촬영 장소는 '서울특별시 신촌동', 촬영 시간은 '토요일 12시59분'으로 기록됐다. 시험이 끝나고 문제지 회수 전 휴대전화로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도 여러 장 게시됐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대학 측이 휴대전화 사용 제한을 제대로 하지 않는 등 관리·감독 허술로 시험 문제가 유출, 시험의 공정성을 훼손했다며 분노하고 있다.
연세대는 "문제지 배포 전 통신이 가능한 전자기기는 전원이 끈 상태로 가방에 넣도록 했다"며 사전 시험 문제 유출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심각하게 공정성이 훼손된 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재시험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
sohyu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