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임금체불에 전원해고 예고…노조 "사회적 학살"
입력: 2024.09.29 00:00 / 수정: 2024.09.29 00:00

이성구 대표 직대 사표 내며 전 직원 해고안 결재

이성구 TBS 대표이사 대행이 8월 8일 서울 중구 성공회빌딩에서 TBS 경영위기 대응방안 기자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해인 기자
이성구 TBS 대표이사 대행이 8월 8일 서울 중구 성공회빌딩에서 TBS 경영위기 대응방안 기자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해인 기자

[더팩트 | 김해인 기자] 직원들의 9월 월급날을 하루 앞두고 '전 직원 해고 계획안'이 결재되며 TBS가 벼랑 끝에 몰렸다.

29일 TBS와 TBS 노동조합에 따르면 이성구 TBS 대표 직무대행은 이달 24일 임원들에게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

이와 함께 전 직원 해고를 예고하는 문서를 결재했다. 해고 예정일은 다음달 31일이다.

그가 결재한 '재단 직원 전원에 대한 구조조정을 위한 해고 예고 계획안'에는 9월 임금 지급이 어려우며 경영상 전원 해고를 통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어 월급날인 25일 이 대행의 사표가 수리됐고, 직원들 급여는 지급되지 않았다. 이에 더해 TBS가 비영리 재단법인으로 운영하기 위해 낸 정관변경 허가신청도 반려됐다.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은 당일 브리핑에서 "정관 변경은 TBS의 지배구조하 사업 운영에 관한 본질적인 사항을 변경하는 내용"이라며 "현재 방통위가 1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어 이같은 사안을 본격적으로 검토할 수 없는 사정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TBS구성원들이 2월 21일 오전 서울시 중구 서울시의회 앞에서 열린 TBS 폐국 반대 기자회견에 참석해 손팻말을 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더팩트 DB
TBS구성원들이 2월 21일 오전 서울시 중구 서울시의회 앞에서 열린 'TBS 폐국 반대 기자회견'에 참석해 손팻말을 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더팩트 DB

TBS 노동조합은 "책임 회피"라며 즉각 반발했다. 직원 전원 해고는 명백한 노동법 위반으로, 무효화하도록 방법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직원들의 월급날 받아든 것은 월급 대신 해고 예고장이었다"며 "시와 방통위의 무책임한 결정으로 발생한 사회적 학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 대행은 TBS 이사직은 유지하겠다고 밝혔다"며 "이는 임금체불 형사책임을 회피하고 자신이 임명한 측근들을 통해 영향력을 지속하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사측도 이 대행의 처신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TBS 관계자는 "임금체불은 노동법상 대표가 형사 책임을 져야 하는 사안인데, 이를 피하기 위해서 급하게 사임을 한 것 아닌가 싶다"며 "전직원 해고 공문을 만들어서 사임하는 날 밤 결재를 했다"고 말했다.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임규호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다음달 말 대량 해고사태가 현실화됐다"며 "오세훈 시장과 국민의힘의 무책임한 결정은 수많은 노동자와 가정의 삶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TBS는 연간 예산의 70% 가량을 시 출연금에 의존했지만, 올 6월부터 지원이 끊겨 폐업 위기다. 오 시장은 올 4월 시의회에 TBS 예산 지원 중단일을 9월 1일로 3개월 연장하는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상정조차 되지 않아 예정대로 6월부터 지원이 중단됐다.

h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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