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상 필요에 따른 주식 매입" 혐의 부인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양환승 부장판사)는 1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범수 카카오 겨영쇄신위원장의 첫 공판을 열었다. 김 위원장이 7월22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는 모습./이새롬 기자 |
[더팩트ㅣ김시형 기자]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에 가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검찰은 시세조종 혐의 증거만 2270개에 달한다며 김 위원장의 지시로 시세조종이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양환승 부장판사)는 1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 위원장의 첫 공판을 열었다. 김 위원장은 수의 대신 흰 와이셔츠에 정장 차림으로 법정에 들어섰다. 피고인석에 앉은 김 위원장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들으며 고개를 가로젓기도 했지만 대체로 재판 내내 굳은 표정이었다.
검찰은 "김 위원장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엔터)가 SM 경영권을 인수할 경우 카카오엔터 뮤직 부문과 SM 실적을 합했을 때 하이브를 넘어 엔터 업계 1위가 될 것이라 예상하고, 인수에 상당한 규모의 자금이 투입돼도 쉽게 회수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이같은 내용을 홍은택 전 카카오 대표와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 대표에게 '좋은 기회'라고 설명하고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저지해 SM을 인수하라고 지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김 위원장이 그룹 임원들에게 하이브와 경쟁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서 인수하라는 뜻으로 '평화적으로 (경영권을) 가져오라'고 말했다"며 "이후 카카오가 사모펀드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해 총 2400억원을 동원, 553차례에 걸쳐 SM 주식을 고가에 매수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 측은 "무리한 기소"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김 위원장 측 변호인은 "지분 경쟁 상황에서 기업의 통상적인 경영상 필요에 따라 이뤄진 주식 매입을 검찰이 시세조종 행위로 무리하게 기소한 게 본질"이라며 "장내매수를 통해 지분 확보를 하는 건 지극히 합법적인 의사"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논리는) 상대방 측 공개매수에 대응하기 위한 장내매수를 할 때 절대로 고가주문을 해선 안 되고 오로지 그 이하 저가주문만 하고 마냥 기다렸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는 사실상 필요한 주식매입을 포기하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시세조종 고의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성립을 위해선 정상적 수요 공급에 따라 시장에서 형성된 시세에 다른 요인으로 인위적 조작을 가하거나 고의가 있어야 한다"며 " 당초 SM 인수 자체에 일관되게 반대했던 김 위원장에게는 이에 대한 공모나 인식이 전혀 없었다. 인위적 주가 부양의 고의가 있다고 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검찰은 "변호인들이 기소 취지를 오해하고 있다"며 "자본시장법상 적법한 방법으로 대항공개매수를 하면 되고, 경영권 취득 목적을 공시해 5% 이상 장내매집하는 방법도 있다"며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역시 이 방법을 김 위원장에게 제안했으나 김 위원장이 '경영권 취득 목적이 드러나지 않게 해야 한다'며 이같이 범행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검찰은 2270여개의 시세조종 혐의 증거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변호인은 "증거들을 꼼꼼히 살펴보기 부족하다"고 했고, 재판부는 "쟁점과 무관하거나 관련성이 희박한 것, 중복된 증거는 제거하고 500개 이내로 제출해달라"고 검찰에 주문했다.
김 위원장은 카카오가 지난해 2월 SM 경영권 확보 분쟁 과정에서 인수 경쟁 상대인 하이브의 공개 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2400억원을 들여 SM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 가담한 혐의로 지난달 8일 재판에 넘겨졌다. SM 지분 5% 이상을 보유하고도 금융당국에 보고하지 않아 공시 의무를 어긴 혐의도 받는다.
다음 기일은 공판준비기일로 내달 8일 열린다. 재판부는 김 위원장에 앞서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배 전 대표와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 지모 씨 재판과의 병합 여부를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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