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하고 친절한데 아는 사람 드문 그곳에 갔다
입력: 2024.08.01 00:00 / 수정: 2024.08.01 00:00

서울시 운영 기후동행 쉼터
은행·편의점 등 505곳 운영
알고 찾아온 시민은 극소수


30일 오후 1시 30분쯤 중구의 한 은행에 마련된 서울시 기후동행쉼터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김해인 기자
30일 오후 1시 30분쯤 중구의 한 은행에 마련된 서울시 기후동행쉼터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김해인 기자

[더팩트 | 김해인 기자] "(기후동행쉼터까지) 가는 길도 잘 모르고, 찾아가는 길이 더 더울 것 같아요."

장마가 지나가고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분수대 앞에서 만난 시민 김모(73) 씨는 뛰어노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그냥 그늘 아래 앉아 사람 구경하는 게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올해부터 민간시설 공간을 활용해 시민 누구나 폭염을 피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기후동행쉼터를 운영 중이다. 이달부터 CU·GS25 편의점 58곳, 신한은행 지점 197곳, KT대리점 250곳 등 505곳으로 확대했다.

이날 시 재난안전정보 포털 서울안전누리에서 기후동행쉼터 위치를 확인한 뒤 중구의 한 은행에 마련된 쉼터를 찾았다. 5분도 채 걷지 않았는데도 습도가 높아 땀이 흘러내렸다.

인증스티커를 확인한 뒤 은행 안으로 들어서자 테이블과 의자가 곳곳에 배치돼 있었고, 에어컨 바람이 불어와 시원했다. 접수표를 뽑지 않고 자리를 잡고 앉아있어도 보안직원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약 20분간 쉼터에서 한숨을 돌리는 동안 손님 2~3명이 안으로 들어왔다. 한 시민에게 "이곳이 기후동행쉼터인 것을 알고 왔느냐"고 묻자 "그냥 볼일이 있어서 왔다"라고 답했다.

시민들은 잠깐 앉아서 대기하다 순서가 되면 창구로 향했다. 은행 안에 쉴 수 있는 자리가 많아서 은행업무를 보러 온 이들의 눈치가 보이지는 않았다.

30일 오후 2시쯤 기후동행쉼터로 지정된 종로구의 한 핸드폰 대리점에 자리를 잡자 직원이 부채를 건네줬다. /김해인 기자
30일 오후 2시쯤 기후동행쉼터로 지정된 종로구의 한 핸드폰 대리점에 자리를 잡자 직원이 부채를 건네줬다. /김해인 기자

발걸음을 옮겨 오후 2시쯤 종로구의 한 휴대폰 대리점 앞에 도착했다. 인증스티커가 아직 부착되지 않아 이곳이 기후동행쉼터가 맞는지 서울안전누리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직원이 나와 용건을 물었다. 기자가 "기후동행쉼터로 지정된 곳이 맞냐"고 묻자 고개를 끄덕였다.

대리점 안을 둘러보니 한켠에 테이블 1개와 의자 2개가 마련돼 있었다. 잠시 뒤 직원이 다가와 "앉아서 좀 쉬었다 가시면 된다"며 부채를 건네줬다. 부채에도 '언제든지 편히 쉬었다 가세요'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이따금씩 손님들이 들어와 휴대폰 관련 상담을 받았다. 더위를 피해 이곳을 찾는 시민은 볼 수 없었다.

30일 오후 2시 30분쯤 종로구의 한 편의점을 방문한 시민들은 간식이나 음료를 사서 마시고 있었다. /김해인 기자
30일 오후 2시 30분쯤 종로구의 한 편의점을 방문한 시민들은 간식이나 음료를 사서 마시고 있었다. /김해인 기자

이어 오후 2시 30분쯤 종로구의 한 편의점으로 향했다. 출입구에 기후동행쉼터 인증마크가 부착돼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취식용 테이블과 의자가 각각 10개, 20개씩 갖춰져 있었다.

매장이 넓고 테이블과 카운터 사이 거리가 있었다. 편의점을 찾은 시민들은 음료나 먹을거리를 구매한 뒤 자리를 잡았다.

창가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마시던 신모(16) 양은 "목이 말라서 잠깐 왔다. 쉼터인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시는 기후재난 취약계층인 쪽방주민이나 혼자 정보를 찾기 힘든 어르신 등을 위해 동주민센터나 관계기관에서 직접 찾아가 기후동행쉼터를 안내하고 있다. 또 서울안전누리에서 현재 위치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시설의 이용정보·이동경로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앞서 서울 전역에 올해 첫 폭염경보가 발령된 이달 25일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은 시 폭염 종합지원상황실을 찾아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기후동행쉼터를) 알고 있을지 모르겠다"며 "시의원들이 지역에서 주민들에게 홍보해 많은 분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h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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