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가 방문조사한 한 해병 부대의 샤워기 필터 모습과 헤드 미부착 현황 / 국가인권위원회 제공

[더팩트ㅣ황지향 기자] 도서 지역 해병 부대의 목욕 시설이 녹슬어 수질 상태가 좋지 않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인권위는 지난 4월부터 5월까지 총 6개 해병 부대를 방문 조사한 결과 도서 지역 주둔 부대의 경우 대부분의 샤워기 필터가 녹물로 인해 변색된 것을 확인했다고 31일 밝혔다. 인권위는 "변색으로 수질 상태가 좋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며 "샤워기 헤드가 부착돼 있지 않은 곳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일부 부대의 경우에는 기상 악화 등 기후 영향으로 해수 펌프에 이상이 생기면 물을 최소로 사용해야 하는 '물통제' 기간도 뒀다. 물통제 기간 장병들은 단시간 샤워해야 하고 급식에는 국이 제공되지 않는 등 제한이 있었다. 인권위는 "지속적인 녹물 노출은 건강상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고 반복되는 단수는 일상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경계 작전 임무를 수행하는 간부들의 실제 시간외근무 시간은 월 100시간을 웃돌지만 최대 100시간만 인정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방부는 지난 1월1일 군인의 시간외근무 수당 등에 관한 규정을 제정해 24시간 해·강안 부대 작전 근무자들 위주로 시간외근무 수당 인정 시간을 월 57시간에서 100시간으로 확대했다.

인권위는 "여전히 100시간 초과 연장근무에 대한 보상, 경계 작전 부대가 아닌 곳에서 24시간 상시 근무 체계를 유지하는 장병에 대한 시간외근무 수당 보상 등의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이에 인권위는 국방부장관에게 "도서 지역에 복무하는 장병들이 깨끗한 물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해수담수화시설을 최신화하고 단수 시 비상용수 공급계획 등을 구체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24시간 상시 근무 체계를 유지하는 장병들이 근무시간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현업공무원 지정 등 보수 체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해병대 사령관에게는 "야간근무자를 위한 휴식 공간을 마련하고 악습으로 변질될 수 있는 해병대 문화를 조사, 이를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 계획을 마련하라"며 "해병대 장병의 진정권 보장을 강화하기 위해 권리구제수단 및 군인권보호관제도에 대한 교육과 홍보를 강화하라"고 권고했다.

hyang@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