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판다 임대' 유치전…"제2의 푸바오 안돼" 반발도
입력: 2024.07.26 00:00 / 수정: 2024.07.26 00:00

오세훈·홍준표, '판다 임대' 타진…'동물외교' 비판도 꾸준

자이언트판다 푸바오가 중국으로 돌아간 뒤에도 푸바오 열풍이 불자 지자체에서도 또다른 판다 임대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푸바오가 일반 관람객들을 만나는 마지막 날인 3월 3일 오전 용인 에버랜드 판다월드 실내 방사장에서 푸바오가 대나무를 먹고 있다. /용인=배정한 기자
자이언트판다 푸바오가 중국으로 돌아간 뒤에도 '푸바오 열풍'이 불자 지자체에서도 또다른 판다 임대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푸바오가 일반 관람객들을 만나는 마지막 날인 3월 3일 오전 용인 에버랜드 판다월드 실내 방사장에서 푸바오가 대나무를 먹고 있다. /용인=배정한 기자

[더팩트 | 김해인 기자] 자이언트판다 푸바오가 중국으로 돌아간 뒤에도 '푸바오 열풍'이 불자 지방정부가 또다른 판다 임대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다만 이처럼 동물을 마치 물건처럼 주고 받으며 외교에 이용하는 것은 시대 흐름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26일 서울시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달 15일 시청 시장 집무실에서 텐 샹리(Tian Xiangli) 중국 쓰촨성 정협주석을 만나 판다 임대 의사를 밝혔다.

오 시장은 이 자리에서 "최근 쓰촨성으로 간 푸바오가 양국간 교류를 위한 현명한 외교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국민들의 공허하고 헛헛한 마음을 채워줄 무언가가 있으면 좋겠다"며 "(다른 판다가) 푸바오의 빈 자리를 대체할 수 있으면 좋겠다. 판다는 중앙정부의 권한이나 정협수석님이 실마리를 풀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판다 임대를 위한 절차에 적극 나서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올 4월 쓰촨성 청두시로 출장을 다녀온 뒤 2026년 완공 예정인 대구대공원에 판다를 데려오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필요 시 공원 설계를 변경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홍 시장은 지난달에는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만나 판다 임대를 공식 요청했다.

반면 시민 참여 플랫폼 '상상대로 서울' 등에는 판다 외교에 반대한다는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 시민들은 "반환조건으로 임대하는건 동물에게나 시민에게 못할짓이다", "다른 판다를 대여할 자금이 충분하다면 다른동물 복지에 힘써달라"고 적었다.

'제2의 푸바오'를 만들어선 안된다는 의견도 많다. 푸바오는 2014년 한중 정상회담 이후 중국이 선물한 러바오·아이바오가 낳은 판다다.

2020년 용인 에버랜드 판다월드에서 처음으로 자연번식을 통해 태어났고, 올 4월 한국을 떠났다. 사이테스(CITES) 조약에 따라 해외에서 태어난 멸종위기종 판다는 만 4세가 되기 전 중국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상상대로 서울에는 "제2, 제3의 푸바오를 만드는 것이며 동물학대에 간접적으로 일조하는 것이다", "애정을 가지고 지켜봐온 동물이 삶의 터전을 떠나 소통할수 없는 곳으로 떠나야만 한다는 게 동물과 팬들에게 얼마나 큰 아픔이 되는지 푸바오를 통해 느끼지 않았나"라는 글도 올라왔다.

약 4000명의 푸바오 팬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 '푸조대(푸바오 구조대)'는 국제사회에서 중국 판다 임대 정책의 부적절성을 공론화하기 위한 움직임에 들어갔다.

한재언 동물자유연대 법률지원센터 변호사는 "전시용 목적으로 동물을 데려와서 전시하고, 일정기간이 지나면 돌려보내면 그 판다는 돌아가서 적응기간을 또 거쳐야 한다"며 "사육사나 국민들과 유대감 형성과 별개로 다시 돌려보낼 것으로 예정돼 있는데 그게 맞냐는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얼마나 시민 복지에 도움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세금 유출·낭비라고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투르크메니스탄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6월 10일(현지시간) 투르크메니스탄 아시가바트에서 열린 국빈만찬에서 세르다르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 메니스탄 베르디무하메도프 여사와 투르크 국견 알라바이를 안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투르크메니스탄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6월 10일(현지시간) 투르크메니스탄 아시가바트에서 열린 국빈만찬에서 세르다르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 메니스탄 베르디무하메도프 여사와 투르크 국견 알라바이를 안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같은 '판다 외교'뿐만 아니라 국가 정상 간 '동물 외교'도 낯설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는 중앙아시아 3개국 국빈 방문 중이던 지난달 10일(현지시간)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하메도프 투르크메니스탄 최고지도자 겸 인민이사회의장 내외에게 양국 우정의 상징으로 투르크 국견 알라바이 2마리를 선물받았다. 이들은 한국 생활에 적응한 뒤 윤 대통령의 반려동물 11마리와 함께 관저 생활을 하게 된다.

일정 기간 이후에는 종 특성상 모래가 깔린 외부시설로 옮겨질 예정이다. 알라바이는 생후 약 8개월이 지나면 최대 몸무게 100㎏, 체고(발바박부터 어깨까지 높이) 80㎝까지 성장하는 대형견이다. 외부 시설로는 과천 서울대공원이 유력하다.

다만 고유한 삶이 있는 존재를 선물로 주고받는 것은 구시대적인 발상이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된다. 또 대통령이 재임 기간 받은 선물은 모두 대통령기록물로 분류된다는 문제점도 있다.

앞서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인 2018년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풍산개 '곰이'와 '송강'이를 선물받았다. 하지만 임기 말 파양 논란에 휩싸였다. 곰이와 송강이는 국가기록물로 분류돼 별도로 사육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풍산개 '우리'와 '두리'를 선물받았다. 이후 같은해 11월 서울대공원으로 이관해 관리하다가 2014년 자연사했다.

한 변호사는 "결국 대통령과 유대관계가 형성됐을 텐데 (임기 이후) 대책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히 물건처럼 주고 받고, 임대하고 임대받는 건 잘못된 관행"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h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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