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공모관계도 파악"
SM엔터테인먼트 주식 시세조종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이새롬 기자 |
[더팩트ㅣ김시형 기자] 검찰이 SM엔터테인먼트 주식 시세조종에 가담한 혐의로 구속된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검찰은 김 위원장의 시세조종 공모 증거를 충분히 확보했다고 밝혔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장대규 부장검사)는 25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 위원장을 불러 조사를 벌였다. 지난 23일 구속 이후 이틀 연속 조사다. 김 위원장은 전날에도 오전 10시부터 8시간가량 고강도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김 위원장이 시세조종을 공모했다는 물적·인적 증거를 충분히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시세조종 과정에서 전반적으로 공모했다는 증거를 확보하고 있고 사모펀드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 관계도 충분히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구체적인 공모 과정을 놓고는 "공모 과정에서 당연히 주고받는 부분이 있을 텐데 지금 상황에서 그들이 뭘 논의했는지는 얘기하기 어렵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카카오가 지난해 2월 SM 경영권 확보 분쟁 과정에서 인수 경쟁 상대인 하이브의 공개 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2400억원을 들여 SM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SM 지분 5% 이상을 보유하고도 금융당국에 보고하지 않아 공시 의무를 어긴 혐의도 있다.
하이브는 당시 주당 12만원에 SM 주식을 공개 매수하려 했지만 주가가 12만원 이상으로 올라 실패했다. 김 위원장과 카카오가 사모펀드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해 하이브의 공개 매수가인 12만원보다 가격을 높게 설정할 목적으로 총 553회에 걸쳐 고가 매수 등 시세조종에 나선 것으로 검찰은 의심한다.
김 위원장은 줄곧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8일 카카오 임시그룹협의회에 참석해 "어떠한 불법 행위도 지시하거나 용인한 적 없는 만큼 결국 사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심경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 측도 "김 위원장은 SM 지분 매수에서 어떤 불법적 행위도 지시, 용인한 바가 없다"며 "사업 협력을 위한 지분 확보의 목적으로 진행된, 정상적 수요에 기반한 장내매수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검찰은 "공개매수 기간에 장내 매수를 했다는 게 불법이라는 게 절대 아니다"라며 "자본시장법상 장내 매수행위가 시세 고정·안정 목적으로 이뤄지는 경우 시세조종에 해당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카카오는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저지하려는 목적을 숨기기 위해 대항 공개매수를 하지도 않았고 취득 사실을 공개하지 않으려 원아시아파트너스를 동원해 5% 이상 장내 매수를 했다"며 "여러 증거를 통해 단순 공개매수 기간 장내매수가 아니라 시세조종 방법을 선택했다는 것을 파악했다"고 했다.
검찰은 SM 시세조종 의혹 외에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드라마제작사 '바람픽쳐스' 고가 인수 의혹, 카카오모빌리티 '콜 몰아주기' 의혹, 카카오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 관계사 임원 횡령·배임 의혹 등 3건을 수사 중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수사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내용을 확인해 드릴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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