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위메프 사태에 휴가 대란…강남 본사 '분노의 행렬'
입력: 2024.07.25 11:51 / 수정: 2024.07.25 11:51

여름 여행 상품 구매 소비자들 날벼락
위메프 본사에 환불 요구 피해자들 몰려


여름 휴가철을 맞아 전자상거래 업체 티몬과 위메프를 통해 여행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이 날벼락을 맞았다. 2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에서 소비자들이 환불 요청 문서를 작성하고 있다. /조소현 기자
여름 휴가철을 맞아 전자상거래 업체 티몬과 위메프를 통해 여행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이 날벼락을 맞았다. 2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에서 소비자들이 환불 요청 문서를 작성하고 있다. /조소현 기자

[더팩트ㅣ장혜승·조소현·황지향·김시형·이윤경 기자] 여름 휴가철을 맞아 전자상거래 업체 티몬과 위메프를 통해 여행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이 날벼락을 맞았다. 정산금 미지급 사태 확산으로 입점 업체들이 판매대금을 받지 못했다며 거래를 취소하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결제를 취소해도 환불이 제대로 되지 않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위메프 본사에는 새벽부터 환불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 "대금 입금 지연으로 환불 어려워" vs "피해 떠넘겨"

25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주요 여행사들은 이날 티몬과 위메프에서 판매된 여행 상품의 진행을 중단했다. 한 여행사는 "대금이 정상적으로 정산되지 않아 계약 이행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위메프를 통해 직접 환불을 접수하기 바란다. 계약의 정상적 이행을 위해서는 당사로 직접 결제가 필요하다"고 공지했다.

특히 여름 휴가철을 맞아 패키지나 숙박, 항공권 등 여행 상품을 산 소비자들 사이에서 취소 사례가 속출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피해를 호소하는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추석 때 부모와 사이판으로 가족여행을 가기 위해 위메프에서 약 1000만원을 결제한 A 씨는 전날 여행사에서 상품 진행이 어려우니 취소하라는 문자를 받았다.

A 씨는 "예비군 훈련 중 날벼락을 맞았다"면서 "여행사에 겨우 연락이 닿아 결제취소 요청을 보내겠다는 약속을 받았지만 위메프 측에서 결제취소를 해줄 확률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위메프에 가족 8명의 3박4일 여행 몫으로 1000만원가량 묶여있는데, 어머니 해외 한번 모시고 가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일부는 기존 결제를 취소한 뒤 여행사를 통한 '재결제' 방법으로 휴가 일정을 지켜냈다. 지난 17일 위메프를 통해 필리핀 세부 여행 상품을 구매한 B 씨는 카드사를 통해 결제를 취소한 뒤 여행사에 직접 연락해 결제를 진행했다. B 씨는 "위메프 결제 당시 카드 할부 결제를 했는데 다행히 아직 첫 할부 대금을 납부하기 전이었던 터라 카드사를 통한 결제 철회 신청이 가능했다"며 "예정대로 내달 18일 세부로 떠날 계획"이라고 전했다.

다만 재결제 과정에서 추가 요금을 내기도 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이어졌다. C 씨는 "코로나 시국에 결혼해 제대로 된 신혼여행을 못 가 여름휴가 겸 결혼기념일 겸 태교여행 겸 200만원이 넘는 금액에 8월 괌 여행을 예약했다"며 "여행사에서는 취소하고 추가 요금 40만원을 내라고 했다. 여행사도 힘들겠지만 소비자한테 피해를 떠넘기는 거 아니냐"고 토로했다.

상품이 취소되지 않은 이들도 혹시나 뒤늦게 취소되지 않을까 불안에 떨고 있다. D 씨는 "8월6일 사이판 출발인데 불안하다"며 "여행사 담당자는 이상 없다고 안내하고 있지만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E 씨는 "일단 출발하기로 해서 지난주에 발권하고 사전 좌석 구매도 끝낸 상태"라며 "상황이 시시각각 바뀌니 3일밖에 안 남았는데도 불안하다. 출발 전까지 이럴 것 같다"고 전했다.

25일 오전 서울 강남구 티몬 본사 사옥 앞에서 소비자들이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25일 오전 서울 강남구 티몬 본사 사옥 앞에서 소비자들이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 "사기치고 2~3년만 살다 나오는 거 아니냐"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에는 소비자 150여명이 모여 있었다. 전날 밤부터 환불을 받으려는 이들이 몰린 것이다. 1층 접수대에는 위메프 관계자가 나와 소비자들의 환불 요청을 접수했다. 소비자들은 A4용지에 이름과 연락처, 예약번호, 상품명 등을 적었다.

A4용지에 정보를 적은 뒤에도 끝도 없는 기다림에 소비자들은 불만을 토로했다. 한 소비자는 "번호표도 없고 이게 뭐냐"고 소리를 질렀다. 또 다른 소비자가 "이렇게 다 모아놓고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 항의하자 위메프 관계자는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호소했다.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자 위메프는 결국 오전 10시30분까지만 서류를 받고 나머지는 온라인으로 받겠다고 안내했다. 이에 기다리던 소비자들 사이에선 "연차 써서 왔는데 어떻게 할 거냐", "가만히 착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한테 왜 이러는 거냐" 등 고성이 쏟아졌다.

50대 김모 씨는 "PG(결제대행업체)가 자기네도 목숨이 날아갈까봐 막아버리니까 취소도 안 되고 있다"며 "지금 다 얽히고설켜 있어서 힘들다. 여기 오신 분들 다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30대 한모 씨는 "사이판 여행을 신청했다가 아침에 취소하라는 연락을 받아 취소했는데도 완료가 안돼 직접 왔다"며 "여기 와도 그냥 종이 내면 끝이고 기다리라고만 한다. 100% 환불될 거라는 확신이 없다"고 했다.

50대 박모 씨는 "직장을 다니는데 오늘 연차를 쓰고 여기 왔다. 사무실에서 편의 봐준다고 해서 왔다"며 "제발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 좀 안 일어났으면 좋겠다. 나쁘게 표현해서 사기 치고 2~3년만 살다가 나오는 거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위메프 본사 정문에는 '티몬 환불은 처리되지 않습니다'라는 문구도 보였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위메프 본사를 방문한 티몬 피해자들은 발길을 돌려야 했다. 티몬은 이날 항의 방문에 건물을 폐쇄한 것으로 알려졌다.

zz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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