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착순 안 시켰다"…'얼차려 훈련병 사망' 중대장, 유족에 거짓말
입력: 2024.07.24 14:14 / 수정: 2024.07.24 14:14

군인권센터, 중대장-유가족 통화 공개

강원 인제군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훈련병에게 일명 얼차려 군기훈련을 시켜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중대장이 유가족에게 사건 당시 상황을 거짓으로 축소해 설명한 정황이 드러났다. 군인권센터는 24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 박모 훈련병이 쓰러진 다음날인 지난 5월24일 오전 9시51분께 강릉아산병원 인근 카페에서 중대장과 유족이 나눈 대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김시형 기자
강원 인제군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훈련병에게 일명 '얼차려' 군기훈련을 시켜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중대장이 유가족에게 사건 당시 상황을 거짓으로 축소해 설명한 정황이 드러났다. 군인권센터는 24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 박모 훈련병이 쓰러진 다음날인 지난 5월24일 오전 9시51분께 강릉아산병원 인근 카페에서 중대장과 유족이 나눈 대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김시형 기자

[더팩트ㅣ김시형 기자] 강원 인제군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훈련병에게 일명 '얼차려' 군기훈련을 시켜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중대장이 유가족에게 사건 당시 상황을 축소해 설명한 정황이 드러났다.

군인권센터는 24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 박모 훈련병이 쓰러진 다음날인 지난 5월24일 오전 9시51분께 강릉아산병원 인근 카페에서 중대장과 유족이 나눈 대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중대장 A 씨는 녹취에서 "두 바퀴를 돌다가 세 바퀴를 한 50m 갔을 때쯤 박 훈련병이 쓰러졌다"며 "선착순 이런 것 시키지 않고 딱 세 바퀴만 열을 맞춰서, 제대로 맞춰서 같이 뛰어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사기관 조사 결과 A 씨는 박 훈련병에게 선착순 뛰기는 물론 완전군장 상태에서 팔굽혀펴기 등 얼차려를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군인권센터는 "이같은 거짓말은 사건 발생 이후 A 씨가 사고 상황을 어떤 식으로 진술했는지 가늠하게 하는 단서"라며 "적어도 5월24일까지는 자신의 가해 사실을 숨기고 축소 진술했을 가능성이 높고 군의관에게도 똑같이 전달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군인권센터와 아프지 말고 다치지 말고 무사귀환 부모연대 회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개최한 육군 12사단 훈련병 가혹행위 사망 사건 규탄 및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에서 군 사망 사건 피해 유족이 슬퍼하고 있다. /뉴시스
군인권센터와 아프지 말고 다치지 말고 무사귀환 부모연대 회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개최한 '육군 12사단 훈련병 가혹행위 사망 사건 규탄 및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에서 군 사망 사건 피해 유족이 슬퍼하고 있다. /뉴시스

A 씨의 진술 축소가 의료인들의 판단에 혼선을 줘 박 훈련병에게 원활한 의료조치가 이뤄지지 못했다고도 주장했다. 센터는 "실제로 속초의료원과 강릉아산병원의 의무기록 상에도 사고 당시 상황이 '연병장을 뛰다가 쓰러짐' 정도로만 적혀있다"며 "A 씨가 자신의 범죄행위를 의료인들에게 얘기하지 않아 판단에 혼선을 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어머니는 중대장이 규정을 넘어선 위반행위를 했을 거라고 꿈에도 모르고 아들 잘 챙겨줘서 고맙다고 인사까지 했다"며 "A 씨가 유가족을 기만하면서까지 자기 죄를 숨기려고 했을 뿐 아니라 그 결과로 의료인들의 판단에 혼선을 빚고 초기 환자 후송에 악영향을 주는 등 박 훈련병의 사망에 여러 요인을 끼쳐 반드시 중형으로 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박 훈련병은 지난 5월23일 육군 제12보병사단 신교대에서 떠들었다는 이유로 다른 훈련병 5명과 함께 완전군장을 차고 연병장을 돌며 군기훈련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박 훈련병의 안색이 좋지 않아 다른 훈련병들이 집행간부에게 보고했으나 별다른 조치 없이 계속 얼차려가 이뤄졌다. 이후 박 훈련병은 쓰러져 의식을 잃었고 민간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이틀 뒤 사망했다. A 씨는 학대치사와 직권남용가혹행위 혐의로 지난 15일 구속 기소됐다.

rocker@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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