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뒤 연락자제' 조례도 등장…떠나는 공무원 달래기 고심
입력: 2024.07.21 00:00 / 수정: 2024.07.21 00:00

서울시 구내식당 메뉴 MZ 입맛 맞추기
6급 비중 높여 처우개선·행정수요 대응
장기 휴가 장려하고 회식은 점심시간


서울시는 올해부터 한달에 한번 직원들이 선호하는 음식으로 중식 메뉴를 선정해 서울특별식을 제공한다. 올 4월에는 인기 디저트 브랜드 런던베이글뮤지엄과 협업해 특별한 식사를 마련했다. /김해인 기자
서울시는 올해부터 한달에 한번 직원들이 선호하는 음식으로 중식 메뉴를 선정해 '서울특별식'을 제공한다. 올 4월에는 인기 디저트 브랜드 '런던베이글뮤지엄'과 협업해 특별한 식사를 마련했다. /김해인 기자

[더팩트 | 김해인 기자] 맛있는 점심밥, 퇴근 후 업무연락 자제, 직장 내 괴롭힘 익명 신고제, MZ세대가 주도하는 관행 개선.

서울시와 각 자치구가 이탈이 심한 MZ세대 공무원을 붙잡기 위해 내놓은 대책이다.

공무원들은 경직된 조직문화, 직장 내 괴롭힘, 악성민원, 과중한 업무량 등에 고충을 호소한다. 인사혁신처가 2022년도 공무상 재해 승인 건수를 분석한 결과 공무원의 업무상 질병 요양자 수는 정신질환 274명, 근골격계질환 226명, 뇌·심혈관 질환 111명 순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공무원의 업무상 정신질환에 따른 요양자는 1만명당 2.14명으로 일반 노동자(0.19명)보다 11배 많았다. 공무원의 정신질환에 따른 사망(자살)은 1만명당 0.17명으로 일반 노동자(0.02명)보다 9배 많았다.

공무원 기피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올해 9급 공무원 공채시험 경쟁률은 21.8대 1로 1992년 19.3대 1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근속 연수 5년 미만 조기 퇴직자는 2019년 6663명에서 2022년 1만3321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서울시는 올해부터 한달에 두번 직원들이 선호하는 음식으로 중식 메뉴를 선정해 서울특별식을 제공한다. 올 4월에는 인기 디저트 브랜드 런던베이글뮤지엄과 협업해 특별한 식사를 마련했다. /김해인 기자
서울시는 올해부터 한달에 두번 직원들이 선호하는 음식으로 중식 메뉴를 선정해 '서울특별식'을 제공한다. 올 4월에는 인기 디저트 브랜드 '런던베이글뮤지엄'과 협업해 특별한 식사를 마련했다. /김해인 기자

이에 시와 자치구는 직원들의 마음을 붙잡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시는 올해부터 한달에 두번 직원들이 선호하는 음식으로 중식 메뉴를 선정해 '서울특별식'을 제공하는 구내식당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지난달에는 서소문청사의 식당 이름을 딴 '소담버거'를 만들어 특별식으로 제공했다.

MZ세대 공무원들이 좋아하는 음식 체인점과 협업해 색다른 메뉴도 마련한다. 4월에는 인기 디저트 브랜드 '런던베이글뮤지엄'의 빵을 준비했고, 이달 특식은 샐러드 브랜드 '샐러디'를 제공할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상적으로 먹지 않는 메뉴를 기분전환겸 제공하고 있다. 특히 MZ세대 공무원이 좋아하는 음식을 선정하려 한다"며 "먹는 것이 중요한 만큼 분기별로 민간기업 식당을 견학해 메뉴뿐만 아니라 환경적 부분도 개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무원 정원 조례를 개정해 직급별 정원책정기준을 변경, 5~6급의 인력 상한비율을 높였다. 상대적으로 높은 직급 비율을 높여 복잡해지고 고도화된 행정수요에 대응할 뿐만 아니라 처우를 간접적으로 높이는 효과도 있다.

이를 통해 일반직 기준 5급이 14.5%에서 16.5%로, 6급이 34.5%에서 37.0%로 늘었다. 7급은 35.5%에서 34.5%로, 8·9급은 10.5%에서 7.0%로 감소했다.

금천구는 올 하반기 구 복무조례 개정을 통해 '근무시간 외 업무 연락 자제'를 명문화할 계획이다. 근무시간이 아닐 때 카카오톡·전화·메시지 등 모든 통신수당을 이용한 업무지시를 금지해 직원들의 휴식권을 보장한다는 취지다.

올 1월에는 간부 공무원 점심식사 순번제를 전면 폐지하고, 인사철 떡 돌리기 자제, 자율적인 회식문화 조성 등을 추진 중이다. 상급자와 동료의 눈치를 보지 않고 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휴가사유를 묻지 않고, 징검다리 휴일·명절 등에 장기휴가 사용을 권장한다.

금천구 관계자는 "MZ세대 직원을 중심으로 일과 삶의 조화를 추구하는 요구가 커졌다"며 "회식은 점심시간을 활용해 진행하고 개인의 참여 의사를 존중해 모두가 즐거운 회식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원구는 직장 내 괴롭힘 익명 신고제를 도입했다. /노원구
노원구는 직장 내 괴롭힘 익명 신고제를 도입했다. /노원구

노원구는 직장 내 괴롭힘 익명 신고제를 도입했다. 행정포털에 구청장 직속 신고센터를 개설해 익명신고를 받고, 구청장과 조사담당자만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정식 조사 착수 전 필수로 실시하던 사례 판정 절차를 생략해 감사담당관이 직권으로 조사에 착수한다. 조사 과정에서 신고자가 특정되지 않도록 피해자 의사를 반영해 조사 범위를 확대하고, 면담에 참여한 모든 직원은 정보 유출 및 2차 가해 방지를 위한 서약서를 써야 한다.

노원구 관계자는 "특히 성비위 사건은 여성정책 소관 부서를 통해 피해자 회복을 다각도로 지원한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직장 내 괴롭힘 사례와 가해자에 대한 조치를 행정포털에 공개한다"고 말했다.

동대문구는 올 5월부터 남녀 구별 없이 함께 일하고 육하하는 공동육아 문화 조성을 위한 '육아데이'를 운영 중이다. 매주 금요일 0~7세 자녀를 양육하는 공무원이 육아시간·유연근무 등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내년에는 관내 기업들도 이 제도를 도입할 수 있도록 적극 홍보할 방침이다.

강서구는 MZ세대 공무원이 불합리한 관행 개선에 나섰다. 20~30대 공무원 40명으로 구성된 '혁신주니어보드'를 출범, 조직문화 혁신 캠페인을 추진 중이다.

강서구 관계자는 "유연한 조직문화 조성 등을 논의하고 구정발전을 위한 아이디어를 공유한다"며 "다른 기관 우수 정책 벤치마킹, 세대 격차 해소를 위한 멘토링 활동 등을 펼친다"고 설명했다.

h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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