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법 체계상 고의범과 과실범 구분 명확"
역주행 돌진 사고 운전자 고의 인정은 변수
10일 범죄피해자 보호법에 따르면 생명·신체를 해하는 범죄로 사망하거나 다친 피해자 또는 유족은 국가 구조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서울시청 인근 차량 역주행 돌진 사고 피해자들은 운전자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 한 국가 구조금을 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범죄피해구조금 제도 지원 대상에 교통사고와 같은 과실범죄 피해자는 제외돼 있기 때문이다. /서예원 기자 |
[더팩트ㅣ조소현 기자] 서울시청 인근 차량 역주행 돌진 사고로 9명이 숨졌지만 운전자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 한 유족들은 국가 구조금을 받지 못한다. 범죄피해구조금 제도 지원 대상에 교통사고와 같은 과실범죄 피해자는 제외되기 때문이다.
10일 범죄피해자 보호법에 따르면 '생명·신체를 해하는 범죄로 사망하거나 다친 피해자 또는 유족'은 국가 구조금을 받을 수 있다. 치료비와 생계비, 장례비, 주거지원, 학자금 등 경제적 지원도 받을 수 있다. 법무부는 이를 근거로 범죄피해구조금 제도를 운영, 유족구조금과 장해구조금, 중상해구조금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번 역주행 돌진 사고 피해자들은 운전자 차모(68) 씨가 고의성이 없었다고 판단되면 어떤 국가 지원도 받지 못한다. 범죄피해자 보호법상 과실범죄는 지원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법무부 홈페이지에도 범죄피해구조금 제도 지원 대상에 '교통사고와 같은 과실범죄는 구조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명시됐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차 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차 씨는 사고 직후부터 줄곧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다. 차 씨는 경찰에서 "세종대로18길이 일방통행인지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사진은 사고 당일인 지난 1일 현장에 사고로 인한 파편들이 흩어져 있는 모습 /박헌우 기자 |
과실범죄의 지원 대상 제외는 불합리하다는 지적에 따라 법무부는 지난 2021년 11월 구조금 대상자를 기존 고의범죄 피해자에서 생명과 신체를 해치는 과실범죄 피해자로 확대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구조금의 목적이 피해자와 유족의 생활 보장이기 때문에 실질적 지원을 위해서는 고의·과실을 구분하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이 개정안은 상임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한 번도 논의되지 않고 21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지원 범위를 과실범죄로 확대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범죄피해자지원센터 자문위원인 김학석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운전자가 고의로 들이받았다고 하면 지원을 받을 수 있겠지만 과실치사는 범죄피해구조금 제도에서 말하는 범죄 개념에 들어가지 않는다"며 "국가는 국민을 범죄에서 보호할 의무가 있지만 이때 범죄는 고의범의 범행을 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해성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형사법 체계상 고의범과 과실범은 명확하게 구분된다. 범위를 확대하면 잣대가 없어지고 예산상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며 "범죄피해자 지원 제도는 다른 방법으로 피해 회복이 불가능한 경우 적용된다. 교통사고의 경우에는 보험 등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sohyu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