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참여연대·군인권센터 등 일제히 비판
시민사회단체들이 5일 전날 국회 본회의를 다시 통과한 '채상병특검법'을 두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는 명분도, 근거도 없다"며 즉각 공포할 것을 촉구했다. 사진은 지난달 21일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채상병특검법 입법청문회에 출석하자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습. /남윤호 기자 |
[더팩트ㅣ황지향·김시형 기자] 시민사회단체들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상병 특검법) 즉각 공포를 촉구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5일 "국민적 관심이 높은 만큼 윤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고 수용하길 바란다"며 "진영 간 갈등 정치를 없애기 위해 대통령이 먼저 소통의 제스처를 보여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다만 야당 단독 법안 통과를 놓고는 "야당 단독 처리 과정에서 개원초부터 여야 극한 대립으로 민생과 개혁이 더 후퇴될 것 같다"며 "우원식 국회의장이 중립적 국회 운영에 힘써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참여연대도 "대다수 시민이 채상병 특검 도입에 찬성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당연한 결과"라며 "윤 대통령은 명분도, 근거도 없는 거부권을 운운하지 말고 즉시 특검법을 공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실 유선전화와 윤 대통령의 개인 휴대전화를 통해 국방부장관 등과 나눈 여러 차례 통화가 확인되면서 수사외압의 실체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며 "민심을 거스르는 거부권 행사를 시민들은 더 이상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군인권센터는 "채상병특검법에 대한 여당 의원들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의사진행 방해)는 이들이 기초적인 사실관계도 확인해 보지 않고 대통령실에서 불러주는 반대 논리를 앵무새처럼 외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임성근 사단장의 탄원서 내용과 대통령 참모 출신 의원이 채 상병 사망과 '군 장비 파손'을 견주었던 발언 내용은 국군 장병을 소모품쯤으로 취급하는 인식이 외압의 면면에 작동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잘 설명해 준 씁쓸한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3일부터 국회 본회의에서 이어진 필리버스터에서는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군 장비를 실수로 파손했다고 가정하고"라며 채 상병의 죽음을 군 장비의 파손에 비유해 논란이 일었다. 사진은 지난 2월8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시민들에게 설 명절 귀성인사를 하고 있는 가운데 해병대 전역자들이 채상병 특검 통과 촉구 피켓을 들고 기습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 /배정한 기자 |
그러면서 "거부권 행사 전후로 예상되는 7월19일 채 상병 기일이 다가오고 있다"며 "법안이 정부로 이송되기도 전에 거부권 행사를 예고한 상황에서 재의결에 참여하게 될 여당 의원들이 한 번만 왜 압도 다수의 국민들이 특검법을 희망하고 있는지, 유가족은 왜 지휘관 처벌을 희망하고 있는지, 수사외압의 전모가 어떻게 드러나고 있는지 진영이 아닌 양심의 눈으로 살펴보고 윤석열 거수기로 전락하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도 "이 정권이 또 거부권을 행사해 진실을 은폐하려 든다면 국민들이 윤 대통령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며 "이 정권은 대통령의 격노가 아니라 국민의 격노를 두려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상병특검법은 전날 재석 190인 중 찬성 189인, 반대 1인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여당 의원 대부분은 법안 처리에 반발해 퇴장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야당 주도로 통과했으나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 재표결 끝에 지난 5월28일 폐기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에 "헌정사에 부끄러운 헌법 유린 개탄스럽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