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고 성실했는데"…말 못 잇는 시청역 사고 유족들
입력: 2024.07.02 16:14 / 수정: 2024.07.02 16:14

엄숙한 분위기 장례식장 침묵만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병원 장례식장 내부에 서울시청 사고 유가족 대기실을 안내하는 문구가 붙어 있는 모습. 이들의 빈소는 아직 차려지지 않았다./김시형 기자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병원 장례식장 내부에 서울시청 사고 유가족 대기실을 안내하는 문구가 붙어 있는 모습. 이들의 빈소는 아직 차려지지 않았다./김시형 기자

[더팩트ㅣ김시형 기자] "참 착하고 성실하고 잘 하는 우리 조카였는데…"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김모 씨는 서울시청 인근 차량 돌진 사고로 황망히 세상을 떠난 조카 이모(52) 씨를 떠올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 씨 부부는 조카 사고 소식을 듣고 이날 새벽 3시께 강원 춘천에서 황급히 올라왔다고 했다. 김 씨 남편은 "조카가 결혼한 지 30년 됐고 자식들도 셋이나 있다"며 "사회생활을 하는 딸도 있지만 아들은 아직 학교를 다니고 있다. 몇년 간 같이 살기도 했다"고 울먹였다.

이어 "남은 가족들은 장례식장 안에서 다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조카가 은행 부지점장인데 같은 직장에서 4명이나 그렇게 됐다고 들었다. (시신) 모습은 많이 훼손됐다고 해서 아예 보지도 않았다"고 했다.

영등포병원 장례식장에는 이번 사고로 숨진 6명의 시신이 안치됐다. 30대 남성 3명과 40대 남성 2명, 50대 남성 1명이다. 아직 빈소는 차려지지 않은 상태였다.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병원 장례식장 내부에 서울시청 사고 유가족 대기실을 안내하는 문구가 붙어 있는 모습./김시형 기자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병원 장례식장 내부에 서울시청 사고 유가족 대기실을 안내하는 문구가 붙어 있는 모습./김시형 기자

장례식장에 모인 유가족들은 말없이 2층에 마련된 대기실에 모여 있었다. 오가는 발길이 드물면서 장례식장 주변은 엄숙한 분위기 속 침묵만 흘렀다.

유족들은 대체로 말을 아꼈다. 형 양모(20) 씨의 사망 소식을 듣고 왔다는 남동생은 심경을 묻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장례식장으로 들어갔다.

장례식장 입구에서 만난 유족 A(67) 씨는 "어젯밤에 외조카 사고 소식을 듣고 가족들이 오고 있는 중이다. 조카는 시청에서 근무했는데, 착한 아이였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앞서 전날 오후 9시26분께 서울 중구 태평로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제네시스 차량이 인도로 돌진했다. 시청역 인근 호텔을 빠져나오던 제네시스 차량은 역주행해 BMW와 소나타 차량을 차례로 추돌한 후 횡단보도로 돌진, 신호를 기다리던 보행자들을 잇달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9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을 입었다. 당초 사망자는 6명이었으나 3명이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 중 끝내 사망했다.

rocker@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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