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버그, 예산은 있는데 규정이 없다
입력: 2024.06.30 00:00 / 수정: 2024.06.30 00:00

서울시 러브버그 민원 2022년 4418건→올해 8121건
자치구에 방제예산 1000만원씩…사용 기준은 '해충'


최근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 개체수가 급증하며 서울시민들의 관련 민원이 폭증하고 있다. /김해인 기자
최근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 개체수가 급증하며 서울시민들의 관련 민원이 폭증하고 있다. /김해인 기자

[더팩트 | 김해인 기자] #. 서울 강북구에 사는 김모 씨는 최근 집 안까지 들어오는 러브버그 때문에 울상이다. 창틀 사이에 수백마리가 죽어있어 기겁을 하며 처리했다. 이후 창문도 못 열고 있지만 틈새로 수십마리가 또 들어와 죽어있었다. 옥상은 이미 러브버그에 점령당한지 오래다.

최근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 개체수가 급증하며 서울시민들의 민원이 폭증하고 있다. 이에 서울시가 각 자치구에 방제 예산을 1000만원씩 교부했지만, 뚜렷한 지침이 없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29일 윤영희 서울시의원(국민의힘·비례)이 서울시에서 받은 최근 3년간 서울시 러브버그 민원 현황에 따르면, 관련 민원은 2022년 4418건에서 지난해 5600건, 올해 8121건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러브버그는 자연이나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익충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암수 한쌍이 꼬리를 붙이며 낮게 비행하고, 따뜻한 것을 좋아해 사람들에게 달려드는 습성이 있어 시민들에 혐오감을 준다.

시는 이달 14일 공식 홈페이지 생활보건소식에 '러브버그 슬기롭게 대처하기'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올렸다. 러브버그가 이로운 곤충인 이유, 대처방안 등을 안내했다. 또 박멸을 위해 유충서식지에 무분별하게 살충제를 뿌리면 생태계 교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민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게시물에는 "제발 방역해달라", "익충이라고 하지 말고 방역이나 똑바로 하길", "민원이 많은데도 왜 방역을 안 하나", "곤충 전문가나 세스코 같은 기업과 협의를 해서 서울시 차원의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 않나" 등 댓글이 달렸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서울시민 대다수가 러브버그를 '해충'으로 인식하고 있다. 조사기관 엠브레인이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86%가 '익충으로 알려졌지만, 대량 발생으로 (시민에게) 피해를 끼치면 해충'이라고 답했다. 시의 유행성 도시해충 방제 노력 정도에 대해서는 64%가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최근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 개체수가 급증하며 서울시민들의 관련 민원이 폭증하고 있다. /독자 제공
최근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 개체수가 급증하며 서울시민들의 관련 민원이 폭증하고 있다. /독자 제공

시는 이달 18일 방제 지원사업 대상에 러브버그 등을 포함하고, 각 자치구 빈대 예방 및 방제 지원사업 대상에 러브버그 등을 확대하고 방제 예산을 1000만원씩 교부했다.

다만 러브버그는 다음달 초부터 자연 소멸할 것으로 예상돼 늑장 대응이란 지적도 나온다.

A 자치구 관계자는 "아직 교부금이 내려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B 자치구 관계자는 "올해 러브버그는 마무리 단계로 교부금은 빈대 등 다른 돌발 곤충방역을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제예산 집행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난감해 하는 자치구도 많다.

C 자치구 관계자는 "별도 지침이나 예시 없이 '해충 관리에 만전을 기해주시기 바란다'고만 공문이 내려와서 좀 난감하다"며 "다른 자치구에 연락해 (예산을) 어디에 쓸지 물어보는데 다들 어려움을 표했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적시에 체계적인 대응을 위해 도시해충에 대한 법령 정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관련법에 △해충에 대한 신체적, 정신적 건강 영향 개념 재정립 △시민불편 유발 곤충 대발생 현상 등 최근 해충 유행 양상의 변화 반영 △관리대상 해충 범위 확장 등을 추가로 규정하자는 것이다.

그는 "관련법은 질병을 매개하는 경우에 한해 위생해충으로 통칭하는데 러브버그 등은 질병을 매개하지 않아 적용되지 않는다"며 "러브버그 대처 경험이 적고 익충이라는 주장이 있다 보니 사각지대가 있다. 뚜렷한 계획이나 지침이 정해져있지 않아 자치구별로 편차가 발생할 수 있으며, 분명히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h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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