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 '제3류 위험물질' 분류…최근 5년간 위험물사고 2위
리튬 관련 허가·저장·운반 규정만 있고 소방 규정은 없어
리튬 등 제3류 위험물질 사고가 1년에 2건꼴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3명의 사망자를 낸 경기 화성시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로 리튬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는 가운데 이번 기회에 리튬도 소방 관련 안전 규제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4일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26일 오후 경기 화성시 화성시청에 희생자들을 위한 합동분향소가 설치돼 있다. /화성=박헌우 기자 |
[더팩트ㅣ장혜승·김시형 기자] 리튬 등 제3류 위험물질 사고가 1년에 2건꼴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3명의 사망자를 낸 경기 화성시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로 리튬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는 가운데 이번 기회에 리튬도 소방 관련 안전 규제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소방청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리튬이 포함된 제3류 위험물질 사고는 총 11건 발생했다. 매년 약 2건 정도로, 건수 자체는 적지만 260건을 기록한 제4류 위험물 다음으로 많은 것이다.
소방청은 위험물안전관리법에 따라 공공에 위해를 줄 수 있는 물질을 제1~6류까지 분류해 관리한다. 리튬은 '제3류 자연발화성물질 및 금수성물질'에 속한다. 제3류는 물을 뿌리면 안되는 금수성 물질과 자연발화성 물질이다. 제4류는 휘발유와 등유처럼 쉽게 불이 잘 붙는 인화성 물질이다.
위험물안전관리법에 따라 리튬을 다루는 사업자는 위험물 취급업소로 허가를 받고, 리튬 보관과 운반도 법에 규정된 방법을 따라야 한다. 이번 참사가 발생한 아리셀 공장은 지난 2019년 허가량 990kg을 초과한 리튬을 보관하다 형사처벌을 받았다.
문제는 제3류의 경우 소방설비 설치 등 별도의 안전 규정이 없어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위험물안전관리법이 제4류를 저장하는 옥외탱크저장소의 경우 비상상황을 대비해 자체소방대를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석유화학단지 같은 곳에서는 연속으로 화재가 확산할 수 있으니 자체소방대를 둔다"며 "이번에 화재가 난 화성 공장은 자체소방대 대상이 아니고 전 세계적으로 그렇게 두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번 참사도 리튬 배터리 완제품을 검수하고 포장하는 작업 중 폭발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리튬 배터리 완제품 3만5000여개가 있었던 탓에 피해가 커지고 진화에도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리튬은 고체 덩어리인 경우 산소와 접촉해도 상온에서 자연발화하지 않는다. 다만 화학물질인 만큼 위험성이 없지 않아 취급 시 주의가 필요다.
소방청의 최근 5년간 인적요인별 사고 현황을 보면 위험물 취급 부주의가 93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점화원 취급 부주의 45건, 설비 조작 부주의 15건 순이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리튬의 위험물질 재분류는 물론, 완제품으로 제조·보관하는 과정에서도 위험성이 충분한 만큼 소방설비 등 안전 규제 강화가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배영찬 한양대 화학공학과 명예교수는 "리튬은 조금이라도 물과 닿으면 폭발하는 물질이기 때문에 폭탄 같은 물질이라고 보면 된다"며 "위험물질 분류를 다시 해서 '특별취급물질'로 취급하는 법을 만들고 일선 현장에선 안전관리를 더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관리학부 교수는 "이번 화재로 리튬 배터리 공장의 위험성이 커진 만큼 리튬 배터리 제조 공장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상 소방설비 설치 등 안전 규정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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