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참사 이틀 전에도 화재…리튬 초과 보관 적발도 (종합)
입력: 2024.06.25 18:58 / 수정: 2024.06.25 18:58

사망자 총 23명…시신 심하게 훼손돼 신원 확인 난항
화재원인 규명 총력…공장 관계자 업무상과실치사상 입건


25일 오전 경찰과 소방당국 관계자들이 31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 화성시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 현장 합동감식을 실시하고 있다. /화성=임영무 기자
25일 오전 경찰과 소방당국 관계자들이 31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 화성시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 현장 합동감식을 실시하고 있다. /화성=임영무 기자

[더팩트ㅣ화성=황지향·이윤경 기자] 경기 화성시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 사망자가 23명으로 늘어났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리튬 배터리 폭발로 불이 난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화재원인 규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리셀은 이번 참사 이틀 전에도 리튬 배터리 화재가 발생했으나 신고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4년 전에는 리튬 초과 보관으로 적발된 적도 있었다.

25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아리셀 공장 화재는 이날 오전 8시48분 완진됐다. 전날 오전 10시31분께 공장 3동 2층에서 불이 시작된 지 22시간여 만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화재진압과 동시에 이날 오전 7시와 9시 두 차례에 걸쳐 인명구조견을 현장에 투입, 마지막 남은 실종자 수색작업을 펼쳤다. 이어 오전 11시34분 3동 2층에서 실종자 시신을 발견하고 11시52분 시신을 수습했다.

2층은 나머지 사망자 22명의 시신이 모두 발견된 장소다. 다만 실종자 시신이 발견된 곳은 다른 사망자가 발생한 곳과는 다른 지점이라고 소방당국은 설명했다. 실종자는 전날 오후 5시께 사고 현장 260m 이내에서 휴대전화 신호가 잡힌 뒤 연락이 닿지 않았다.

김진영 화성소방서 화재예방과장은 "시신은 최초 발화 지점과 가까운 곳에서 발견됐다. 장시간 열을 받아 건물 구조물이 붕괴한 상황이었다"며 "철근이 완전히 무너지고 그 밑에 깔린 상황에서 유해를 수습하는 데 시간이 다소 소요됐다"고 했다.

마지막 실종자가 시신으로 발견되면서 이번 화재 사망자는 23명으로 늘었다. 사망자는 한국인 5명을 비롯해 중국인 17명, 라오스인 1명으로 파악됐다. 한국인 중에는 중국에서 귀화한 1명이 포함돼 있다. 현재까지 한국인 2명의 신원만 확인됐다. 부상자는 8명이다.

마지막으로 발견된 실종자를 포함해 나머지 사망자들은 시신이 심하게 훼손돼 신원을 확인하기 어려운 상태로 전해졌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부검 및 DNA 채취 등을 통해 정확한 신원을 파악할 방침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정확한 화재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이날 낮 12시부터 오후 4시10분까지 국과수, 국토안전연구원, 고용노동부, 산업안전관리공단 등 9개 기관과 함께 현장 합동감식도 진행했다.

불이 시작된 3동 2층은 리튬 배터리 완제품을 검수하고 포장하는 곳이다. 리튬 배터리 완제품을 검수하고 포장하는 작업 중 폭발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리튬 배터리 완제품 3만5000여개가 있었던 탓에 피해가 커지고 진화에도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 배터리에서 시작된 불은 약 15초 만에 확산한 것으로 조사됐다.

근로자들이 대부분 외국인이라 대피에 혼선이 발생했으며, 현장에 비치돼있던 소화기를 이용해 진화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짧은 시간에 유독성 연기를 흡입하고 불이 커지면서 인명피해가 커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오후 화재 현장을 찾은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사망자 중 15명이 여성, 8명이 남성으로 확인됐다"며 "여성 희생자가 많았던 이유는 화재가 발생한 3동은 포장 작업을 하는 곳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지사는 희생자와 유가족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을 주문했다.

특히 이번 참사 이틀 전인 지난 22일에도 아리셀 공장에서 리튬 배터리 화재가 발생했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박순관 아리셀 대표는 이날 오후 화재 현장 앞에서 대국민 사과를 하며 지난 22일 화재를 인정했다.

아리셀 공장을 운영하는 에스코넥의 박순관 대표가 25일 오후 경기 화성 아리셀 공장 앞에서 23명의 사망자 발생과 관련해 사과를 하고 있다. /화성=임영무 기자
아리셀 공장을 운영하는 에스코넥의 박순관 대표가 25일 오후 경기 화성 아리셀 공장 앞에서 23명의 사망자 발생과 관련해 사과를 하고 있다. /화성=임영무 기자

아리셀 관계자는 "당시 실시간으로 보고를 받았고 현장에 교육받은 작업자가 적절하게 조치해서 진화를 마무리했다. 이후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생산을 재개했다"며 "그때 발생한 화재의 규모나 종류는 지금 문제가 되는 화재 원인과는 다른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화재를 숨긴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쉬쉬하지 않았다"며 "소방에 신고를 하지 않은 이유는 자체적으로 작업을 재개해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박 대표는 사망자 전원이 발견된 공장 3동 2층 발화 지점의 리튬 배터리 보관 상태에 대해서는 "적절했다고 본다"면서도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으니 결과를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아리셀 공장은 지난 2019년 허가량보다 23배 많은 리튬을 보관하다 적발돼 벌금 처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20년에는 소방시설 작동 불량으로도 적발돼 시정명령을 받았다.

조선호 경기도소방재난본부장은 "(아리셀 공장이) 2019년도에 리튬을 허가량보다 23배 초과해서 보관하다 적발돼 벌금 처분을 받았으며, 2020년에는 소방시설의 일부가 작동이 불량해 시정명령을 받은 바 있다"고 밝혔다. 조 본부장은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지난 22일 화재에 대해서는 조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이날 공장 관계자 등 5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입건하고 전원 출국금지 조치했다.

hy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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