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은 10일 넘는데 경찰은 6일…"쓰기 힘든 연가, 보상이라도"
입력: 2024.06.22 00:00 / 수정: 2024.06.22 00:00

경찰 업무 특성상 보장된 연가 사용 어려워
미사용 연가 보상 6일 불과…소방과 형평성 논란


경찰 내부에서 해마다 주어진 연가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불만이 제기된다. 범죄 발생, 재난, 사고 등 긴급 상황에 대응하는 경찰 업무 특성상 연가 소진이 불가능해 미사용 연가 보상 방안 현실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지난 18일 전국경찰직장협의회가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연가 보상비 지급 문제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김영봉 기자
경찰 내부에서 해마다 주어진 연가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불만이 제기된다. 범죄 발생, 재난, 사고 등 긴급 상황에 대응하는 경찰 업무 특성상 연가 소진이 불가능해 미사용 연가 보상 방안 현실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지난 18일 전국경찰직장협의회가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연가 보상비 지급 문제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김영봉 기자

[더팩트ㅣ김영봉 기자] #1. 충북의 한 지구대에서 근무하고 있는 A 경위는 지난해 연가 21일 중 8일을 사용하지 못했다. 지구대 정원이 줄면서 연가를 마음대로 사용할 상황이 아니었다. A 경위는 "업무도 많고 인원까지 부족해 내가 연가를 사용하면 다른 인원이 자리를 대체해야 한다"며 "미안해서 연가를 사용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2. 서울의 한 경찰서에서 근무하고 있는 B 경정도 지난해 8일의 미사용 연가가 남았다. B 경정은 연가 사용 권고에 따라 남은 8일을 3시간, 4시간씩 쪼개 외출로 소진했다고 했다. B 경정은 "남은 연가를 외출로 써야 했다"며 "각종 사건도 많고, 내가 자리를 비우면 다른 인원이 채워야 해 어쩔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해마다 주어진 연가를 제대로 쓰지 못한다는 일선 경찰들의 불만이 크다. 범죄 발생, 재난, 사고 등 긴급 상황에 대응하는 경찰 업무 특성상 연가 소진이 불가능해 미사용 연가 보상 방안 현실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2일 경찰청에 따르면 전체 경찰관 평균 연가 일수는 약 19일이다. 경찰관의 연가는 국가공무원 복무규정(15조)에 따라 근무 기간별 차이가 있다. 재직 기간 1년 미만일 경우 연가를 11일 사용할 수 있다. 6년 이상이면 최대 21일까지 사용 가능하다.

정부는 공무원 연가 사용 촉진을 위해 국가공무원 복무규정(16조2)에 따라 일정 기간 '권장 연가 일수'를 정하고 있다. 경찰의 경우 6년 이상 근무자 기준 15일이 권장 연가 일수다. 권장 연가 일수로 지정한 15일은 사용하지 않더라도 보상비가 지급되지 않는다. 나머지 6일에 대한 연가 보상비만 나온다.

경찰청 관계자는 "지난해 보장된 6일에 대한 연가 보상비는 모두 지급됐다"며 "바빠서 연가를 가지 못하는 경찰관도 있겠지만 2019년 후 연가 사용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와 전국민주우체국본부가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연가 보상비 지급 문제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은 민관기 경찰직협 위원장과 고광완 우체국본부 위원장이 현업공무원 연가대책 촉구 요구안을 들고 있는 모습./김영봉 기자
전국경찰직장협의회와 전국민주우체국본부가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연가 보상비 지급 문제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은 민관기 경찰직협 위원장과 고광완 우체국본부 위원장이 현업공무원 연가대책 촉구 요구안을 들고 있는 모습./김영봉 기자

하지만 주말·공휴일에도 근무하고, 긴급 상황에 대응해야 하는 경찰 업무 특성상 보장된 연가를 전부 쓰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경찰관 평균 연가 사용일수는 지난해 16.74일로 집계됐다. 2019년 12.93일에 비해 늘었지만 여전히 평균 2~3일은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일선 현장에서 근무하는 경찰관들은 15일도 모두 소진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1년에 권장 연가 일수 중 미사용 연가가 10일 이상 된다는 경찰관들도 적지 않다. A 경위는 "2021년에는 연가 21일 중 10일을 사용하지 못했고 결국 소멸됐다"고 전했다.

이에 연가 보상비 지급 현실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연가 보상비 지급 일수를 늘리고, 인력 충원 등 실질적으로 연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특히 경찰 연가 보상비 지급 일수는 업무가 비슷한 소방관에 비해서도 2배 이상 적은 수준이라 형평성 논란도 있다. 소방의 경우 경찰과 같은 국가직 공무원이지만, 연가 보상비 지급은 지방공무원 수당 등에 관한 규정(18조5)에 따른다.

소방공무원은 '소방관 국가직 전환법'에 따라 지난 2020년 4월부터 국가직 공무원 소속으로 전환됐다. 하지만 인사권과 예산권은 여전히 지방자치단체장의 지휘를 받는다. 소방관의 연가 보상비는 각 지자체의 예산 규모에 따라 결정된다. 소방청 관계자는 "소방관 연가 보상일은 지자체마다 다르다"며 "지자체 예산에 따라 소방관에게 지급되는 연가 보상일은 통상 10~18일"이라고 설명했다.

민관기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위원장은 "범죄 발생, 재난, 사고 등 긴급 상황에 즉각 대응해야 하는 경찰 업무 특성상 연가 사용이 어렵다"며 "많은 경찰공무원이 연가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고, 사용하지 못한 연가에 대한 보상조차 이뤄지지 않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찰 연가 사용 관련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며 "인력을 충원해 연가 사용을 독려하고, 불가피하게 사용하지 못한 연가는 보상하는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kyb@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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