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원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건설노동조합 부위원장(왼쪽)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건설현장 편의시설 실태 및 폭염지침 법제화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아이스 안전모 챌린지를 하고 있다./황지향 기자 |
[더팩트ㅣ김시형 기자] 건설현장 노동자들이 정기 휴식과 작업시간 단축 등 폭염 대책이 담긴 폭염법 제정을 국회에 촉구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건설노조는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체감온도 50도, 습도 99%를 가리키는데 법제도를 통한 건설노동자의 건강권, 인권, 생존권의 상향 평준화가 간절하다"고 밝혔다.
건설노조가 지난해 7월11일부터 8월7일까지 오후 2~5시 222건의 건설현장 체감온도를 실측한 결과 기상청 발표 체감온도와 평균 6.2도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재희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지하 벽체부터 1층 필로티, 15층 철근까지 건설노동자의 손길이 닿는 모든 현장의 작업 눈높이에 온습도를 설치해 측정한 결과 기상청 발표 체감온도와 10도 이상 차이나는 현장이 34개로 전체 15%를 넘었고 크게는 22도 차이까지 보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건설현장이 뜨거운 이유는 현장에 태양을 가릴 지붕이 없고 자재들이 열을 흡수하는 철로 된 것들이 많기 때문"이라며 "실내 사업장과 달리 야외 현장의 경우 사업주는 온습도를 관리하지 않아도 돼 건설노동자들은 상시적으로 열사병에 노출돼 있어 무더위 시간대 정기 휴식과 작업시간 단축 등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건설현장의 폭염 대비 시설도 열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7월 폭염기 건설현장 편의시설 실태조사 결과 공공 공사 현장 휴게실 14곳 중 4곳은 냉방장치가 없었다. 냉방장치가 설치되지 않은 화장실도 10곳에 달했다.
건설노동자 A 씨는 "체감온도가 35도 넘을 경우 중요하지 않은 일 외에는 중지하라는 현장 권고사항이 있지만 다단계 구조에서 하청업체가 쉬어가면서 일하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그 시간에 일을 해야 이윤이 남기 때문"이라며 "어렵고 힘든 여건에서도 땀 흘려 일하는 건설노동자들이 존중받았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종관 기후사회단체 환경정의 활동가는 "정부는 온열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 물 섭취와 그늘 휴식 등을 권고하고 있지만 여전히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법적 구속력이 없는 권고만으로는 현장의 실질적인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건설노조는 △폭염기 건설현장 사업주 체감온도 관리 △폭염기 정기 휴식 및 작업시간 단축 보장 △폭염기 편의시설 보장 등을 요구했다. 건설노조는 "무더위 시간대 정기 휴식과 작업시간 단축 및 조정은 폭염기 노동자의 목숨과도 직결된 내용인 만큼 법제화가 마땅하다"며 "폭염기에 반짝하고 입법하다가 국회가 종료되면 폐기되는 수순을 22대 국회가 다시 밟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rocker@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