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 노조 기자회견
"유사 사고 빈번"…중대재해법 적용 가능성 제기
서울 지하철 3호선 연신내역에서 심야 작업 중이던 직원이 감전사고로 사망한 것을 두고 "예견된 참사"라는 지적이 나왔다. /김해인 기자 |
[더팩트 | 김해인 기자] 최근 서울 지하철 3호선 연신내역에서 심야 작업 중이던 직원이 감전사고로 사망한 것을 두고 "예견된 참사"라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은 17일 오전 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는 노동자 시민 앞에 사죄하고, 재발 방지대책을 시급히 내놓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이달 9일 오전 1시 36분쯤 3호선 연신내역 전기실에서 배전반 내 케이블 표시 스티커 부착 작업 중이던 직원이 감전 사고를 당했다. 그는 오전 2시 5분쯤 은평성모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치료를 받던 중 2시 40분쯤 숨졌다.
당시 현장에선 3명이 근무하고 있었는데 작업량이 많아 각자 다른 작업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이 근무조 작업계획에는 정기검사, 일상점검, 특별점검 등이 잡혀 있었다.
공사는 사고수습대책본부를 구성해 사고 원인을 파악 중이다. 또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및 경찰 조사도 진행되고 있다. 공사는 정확한 조사 결과와 함께 재발 방치 대책을 수립한다는 방침이다.
노조는 "이번 사고는 공사의 허술한 안전 관리와 노동자 안전·생명 경시의 민낯을 드러낸 일"이라며 "유사한 안전사고가 빈번했고 우려와 개선 요구가 이어졌던 작업장에서 벌어진 사고였기에 예견된 참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엇보다 2인 1조 작업수칙이 지켜지지 못했던 작업환경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장에선 인력 부족으로 안전 수칙이 사문화됐다는 하소연이 나온다"며 "쏟아지는 상부 지시에 작업량에 쫓기고, 시간에 쫓기고, 실적에 쫓기다 발생한 결과라니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와 공사의 진심 어린 사과와 엄정한 사고원인 규명 △재발방지 대책 강구 △시민 안전 위협하는 대규모 인력감축·구조조정 계획 중단 등을 촉구했다.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이 17일 오전 서울 중구 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9일 연신내역 전기실에서 작업 도중 감전사고로 사망한 노동자의 유품에 '죽지 않고 일 할 권리'라는 문구가 적힌 머리띠를 씌우고 있다. /뉴시스 |
공사 전기관리소 직원 장명곤 씨는 "공사 전기 분야는 크고 작은 감전 사고를 종종 겪는다"며 "사고가 일어난 전기실은 노후 설비에다 작업하기 협소한 구조라서 위험하다며 개선해달라는 요구가 있었던 곳이다. 그 때마다 공사는 예산 탓하며 미루고 묵살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백호 사장은 아직 이렇다 할 사과 한마디 없이 화환 하나 달랑 보내고 끝이었다"며 "서울 지하철의 진짜 책임자인 오세훈 시장은 백번 사죄해도 모자랄 위치에 있는데도 아예 쳐다도 보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인임 안전보건경영위원회 전문위원은 "급전 차단, 작업감시자, 적절한 보호구 모두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사전에 잠재적 위험들에 대한 상시적 관리 감독, 즉 위험성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는 숙련 베테랑 작업자마저도 사망사고를 당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짚었다.
중대재해 전문가넷 공동대표인 권영국 변호사는 "시 정책에 따라 심야 연장운행이 시행되면서 전기직과 같이 심야 작업이 주된 부서는 정비·점검 업무 수행 시간이 부족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이번 사고는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 의무를 위반했을 가능성이 높은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서울시와 공사는 산재 사망 사죄하라', '죽지 않고 일하고 싶다. 경영진을 처벌하라', '죽음의 일터 거부한다' '안전 대책 마련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이어 시청 앞 바리게이트에 국화꽃을 꼽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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