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구 10곳 중 6곳 너구리 발견…사람·반려동물 공격도
입력: 2024.05.28 00:00 / 수정: 2024.05.28 00:00

서울연구원 "음식물쓰레기, 길고양이 급식소 등 먹이원 관리해야"

시민을 공격하거나 전염병을 옮길 우려가 있는 야생 너구리가 서울 도심에서 서식지를 넓히고 있어 대책 마련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뉴시스
시민을 공격하거나 전염병을 옮길 우려가 있는 야생 너구리가 서울 도심에서 서식지를 넓히고 있어 대책 마련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뉴시스

[더팩트 | 김해인 기자] 시민을 공격하거나 전염병을 옮길 우려가 있는 야생 너구리가 서울 도심에서 서식지를 넓히고 있어 대책 마련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28일 서울연구원의 서울 도심지 출몰 야생너구리 실태조사 및 관리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너구리는 서울 전체 면적의 32.2%, 약 1/3에 달하는 지역에서 서식할 수 있으며, 도심 생태계에 적응해 어디서나 출몰 가능한 것으로 분석됐다.

주로 하천이나 산림 주변에서 서식하며 먹이를 얻기 위해 도심지로 출몰한다. 서울시 야생동물구조센터, 민원, SNS 등을 통해 파악한 결과 25개 자치구 중 16개 자치구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물림사고가 발생하고, 전염병 전파 우려도 커지고 있다.

2022년 6월 강북구 우이천에서 산책 중이던 강아지가 야생 너구리의 공격을 받았다. 같은해 7월에는 송파구에서 공원 산책 중이던 50대 여성이 너구리 3마리에게 습격을 당해 팔과 다리를 물렸다.

도심에 출몰해 시 야생동물구조센터에 신고된 야생 너구리의 54.8%은 기생충에 감염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너구리가 사람과 접촉할 경우 감염될 수 있으며, 자연적으로 없어지지만 일시적 가려움증을 유발할 수 있다. 인수 공통 감염병인 광견병도 너구리를 통해 전파될 수 있다. 또한 너구리는 전 세계적인 팬데믹을 일으킨 코로나19의 숙주로도 알려져있다.

6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수의대학에 위치한 서울야생동물센터에서 피부질환을 치료중인 너구리가 쉬고 있다./임영무 기자
6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수의대학에 위치한 서울야생동물센터에서 피부질환을 치료중인 너구리가 쉬고 있다./임영무 기자

연구진은 도심지 너구리 출몰 빈도를 낮추기 위해 서식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또 외곽 산림에 대체서식지를 마련하고, 수로에 격자 펜스 등을 설치해 출입을 제한하는 방법도 제시했다. 특히 너구리와 같은 야생동물의 개체수와 밀도는 먹이의 양과 질에 따라 결정되므로 먹이원 관리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제안이다.

김민경 서울연구원 도시환경연구실 연구위원은 "산림·하천 주변 주거단지에서 발생하는 음식물쓰레기를 밀폐용기에 보관하고, 캣맘 등록제 등을 도입해 급식소를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녹지·하천 공간 등에서 시민과 너구리의 보행을 분리해 마찰을 최소화하고, 너구리가 사람과 접촉을 경계하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시민들이 너구리를 만나도 피해갈 수 있도록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며 "야생동물 신고 체계를 구축하고 앱을 개발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너구리를 만났을 때 적절한 대처방법에 대한 홍보도 필요하다. 1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너구리 접촉 시 대처나 신고방법을 제대로 알고있는 시민은 13.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는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관리대책을 수립해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아직 관련 계획이 구체적으로 수립돼있지 않다"며 "연구결과를 토대로 적절한 관리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h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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