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사 대표·본부장·매니저도 출국금지
"경찰 사정으로 출석 못해" vs 경찰 "조율 없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20일 법무부에 가수 김호중과 김 씨 소속사 대표, 김 씨 차량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를 제거한 소속사 본부장, 김 씨를 대신해 허위 자수한 매니저 등 4명에 대해 출국금지를 신청했다. /박헌우 기자 |
[더팩트ㅣ조소현 기자] 경찰이 뺑소니와 운전자 바꿔치기 등 혐의를 받는 가수 김호중의 출국금지를 신청했다. 김 씨가 음주운전을 인정한 만큼 향후 위드마크 공식(Widmark Formula)을 적용, 김 씨의 음주 혐의 입증에 총력을 다할 방침이다.
20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이날 법무부에 김 씨와 김 씨 소속사 대표, 김 씨 차량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를 제거한 소속사 본부장, 김 씨를 대신해 허위 자수한 매니저 등 4명에 대해 출국금지를 신청했다. 경찰은 이들에게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아직 법무부 승인은 나지 않았다.
김 씨는 지난 9일 오후 11시40분께 서울 강남구의 한 도로에서 마주 오던 택시와 충돌한 뒤 조치를 취하지 않고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김 씨에게 도로교통법 위반(사고후 미조치)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등 혐의를 적용, 입건했다.
김 씨 매니저는 사고 직후 경찰에 출석, 본인이 운전해 사고를 냈다고 허위 자수했다. 김 씨는 귀가하지 않고 경기 구리시의 한 호텔로 갔다가 약 17시간 뒤인 다음 날 오후 4시30분께 경찰에 출석, 자신이 직접 운전했다고 인정했다. 김 씨 매니저는 범인도피 혐의로 입건됐다.
이후 소속사 대표 이모 씨는 입장문을 내고 김 씨가 유흥주점을 방문했으나 음주는 하지 않았고 매니저에게 자수를 지시한 것도 자신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날 "자사 아티스트 김호중 논란과 더불어 당사의 잘못된 판단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며 김 씨의 음주운전 및 사고 은폐 의혹을 시인했다. 경찰은 이 씨와 김 씨 차량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를 제거한 것으로 알려진 소속사 본부장을 범인도피 교사 혐의로 입건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20일 법무부에 가수 김호중과 김 씨 소속사 대표, 김 씨 차량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를 제거한 소속사 본부장, 김 씨를 대신해 허위 자수한 매니저 등 4명에 대해 출국금지를 신청했다. /더팩트DB |
경찰은 마신 술의 종류와 체중 등을 계산해 시간 경과에 따른 혈중알코올농도를 유추하는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 사고 당시 김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를 밝혀낼 계획이다. 당초 김 씨는 음주운전을 하지 않았다고 혐의를 부인했으나 '사고 전 음주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는 내용의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소견 등 각종 의심 정황이 속출하자 전날 음주운전 사실을 시인했다.
다만 경찰이 김 씨의 음주운전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추가 수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현행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가 0.03% 이상으로 확인돼야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음주대사체 분석 역시 음주 여부만 확인할 수 있을 뿐 혈중알코올농도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경찰 관계자는 "음주한 것과 (음주 후) 운전한 것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며 "김 씨가 운전 이전과 이후에 음주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음주대사체는 확인했다. 음주량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고 운전자의 신체적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보는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 (혐의를) 종합 판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위드마크 공식이 법원에서 음주운전 유죄 근거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질문에는 "위드마크 공식이 적용된 판례도 있고 그렇지 않은 판례도 있다"며 "이번 사건은 위드마크를 적용할 사례가 충분히 된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경찰은 사고 전 술자리에 동석한 래퍼 출신 가수와 개그맨에 대해서도 전화로 참고인 조사를 진행했다. 경찰은 이들에 대해서는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같이 어울려 술을 마신 것"이라며 "(이들을 상대로) 강제처분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협조 요청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아직까지 김 씨의 구속영장 신청 여부에 대해서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현재 김 씨 측과 출석 일자를 조율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오늘(20일) 당장 출석해도 문제 없다"며 "다만 김 씨와 소속사 입장이 있기 때문에 상의해서 일정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 씨 측 법률대리인인 조남관 변호사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경찰과 일정을 조율해 오늘 오후 김호중이 자진 출석해 조사받고 국민들에게 입장을 표명할 예정이었으나 경찰 측 사정으로 조사가 연기됐다"며 "신속히 김호중과 소속사의 입장을 알리는 것이 도리라고 판단해 어젯밤 늦게 입장문을 알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씨도 "너무 힘들고 괴롭다. 사회적 공인으로서 그동안 행동이 후회스럽다"며 "수일 내로 경찰에 자진 출석해 음주운전을 포함해 사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팬들과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싶다"고 밝혔다.
sohyun@tf.co.kr